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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1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평점 :

이외수 작가의 12년만의 새로운 장편소설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제목에서 풍기듯이 보복을 하는 내용이다. 소설 추천으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선정하는데, 이 소설은 먼저 카카오 페이지 연재소설로 등장했다. 이미 40만 명이 먼저 읽은 모바일 연재 소설로, 소설 추천을 받은 이
책의 주인공은 채널러이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채널러는 교신자라는 뜻으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와 의식을 교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인격체를 말한다. 주파수가 일치할 수 있는 존재와 소통이 가능한 채널러인 주인공에게 재산 목록 1호는 역시 식물인 백량금이다. 이 책은
식물과의 채널러 이야기이기에 식물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식물들의 특징등이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주인공
정동언, 캡틴은 할아버지가 친일파였다는 것을 안 후 인생의 변화를 겪었다. 그때부터 그는 평범하지 못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캡틴에겐 고등학교 친구가 있다. 절친이자 직업은 검사인 박태빈은 캡틴과 비슷한 환경을 가졌다. 친일파의 후손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매계가 되어 둘은 연결되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거기에 꽃집 사장님인 세은까지 이 책의 주된 주인공은
3명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후반부에 가서는 고교 은사인 노정건 선생님이 합류된다.
캡틴은 채널러의 능력을 통해 전 지역의 식물들로부터 취합된 정보를 바탕으로 보복을 할 대상을 선정하고 응징을 한다. 주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 파렴치한과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 사회적 명망있는 존재들이다. 개인적인 울분으로 고양이에게 못을 박아 고통을 주었던 사람, 사대강 사업의
비리를 저지른 언론인, 자신의 성공을 위해 물불 안가리고 행했던 국회의원, 성범죄, 사대강 사업의 진실을 은폐한 교수 등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사건의 주인공들이 응징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채널러의 속성상 응징은 응징의 대상인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나무에게 가한다. 나무의 가지를 자르고, 고통을 가하면 응징
대상자인 인간이 대신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실현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논픽션 쟝르에서는 그것 또한 자유롭다.
이외수 작가가 살고 있는 화천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캡틴이 살고 있는 곳이라, 자주 언급이 된다. 화천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곳이라,
화천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반가왔다. 특히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던 나무와 식물에 대한 이야기는 새롭고 흥미로왔다. 식물이라는 대상이 감각이 있고
의식이 있다는 설정 자체로 우리집 식물들을 대하는 내 자세도 변화가 일어났다. 자꾸 말을 건다. 그들과 소통한다.

이외수 작가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 칼국수를 잘 끓이는 놈이 수제비도 잘 끓이는 것 아니냐?"인데 소설 속에서 마주하니 유쾌하다.
은둔형 외톨이인 캡틴에겐 유산으로 상속된 돈과 시간이 전부였다. 핸드폰 속 세상과의 소통만 일삼던 그가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만들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영입해 함께 이 시대 이 사회의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내용은 충분히 대리만족을 시켜 준다. 매일 매일 답답한 뉴스로 무언가
사이다처럼 펑 뚫리길 바란다면 이 소설추천!, 대리만족을 통해 통쾌함을 느껴볼 수 있다.
오늘 뉴스에서 4대강 비리를 전격적으로 재조사하겠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 소설 속에서도 4대강 비리와 그 비리에 동조하고
가담한 사람들에 대한 응징이 이야기로 나오기에 혹시 소설 속 이야기를 실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말도 안되는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소설은
현실 속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주기에 통쾌하지 않은가... 악취 풍기는 세상을 탈탈 털어내 분리수거해주는 이런 존재 정말로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