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200만부 돌파 기념 특별판) - 지금 이 순간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응원의 시 110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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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외로움이 견디기 힘들때면 시집을 꺼내들었다. 좋아하는 작가층이 두터울 정도로 시를 좋아했기에 여유돈이 생기면 기분좋게 서점에 가서 시집을 사곤 했다. 그것이 행복이었고 즐거움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의 막막함 속에서, 사람으로 상처받고 힘겨운 순간, 한없이 스스로가 초라해보일때 시는 나에게 위로를 주었고 평안을 허락했으며 잠시나마 안식을 경험하게 했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었다. '시는 넘어져도 아파도 씩씩하게 훌훌 털고 일어나는 힘을 준다'고 말하는 시인 신현림은 엄마로서 딸에게 꼭 들려주고 읽게 하고 싶은 시들을 엄선해 응원가를 만들었다. 그녀가 만든 응원가는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편과 2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두 권 중에서 특별히 더 사랑받았던 시를 골라 110편을 수록해 만든 20만부 돌파 기념 특별판이다. 베스트 컬렉션 110편으로 된 이 시집을 딸 아이와 함께 읽었다.

 

어느새 나와 키와 같아진 딸아이는 몸도 마음도 훌쩍 컸다. 조금 있으면 대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어 이 세상과 마주할 것이다. 지금은 엄마와 아빠의 그늘 아래 웅크리고 있어 험난한 세계를 경험할 일이 많지 않았다.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위로해주고 안아주고 싶었던 시인 엄마의 바람이 책 속 잘 드러난다. 시를 읽으며 잠시 일상을 잊고 시를 읽으며 다시 삶을 정진하는 힘을 얻는 것이다. 세상엔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매순간 부딪치며 깨달을 나의 아이에게 엄마로서 덜 아프고 덜 힘들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각각의 시에서 느껴지게 된다.

 

 시는 외로울 때, 그 힘들고 달콤한 사랑에 대해서, 견디기 힘들만큼 아픈 상처에 대해, 내일 더 빛날 꿈에 대해, 눈부신 순간인 청춘에 대한 주제들로 분류되어 소개된다. 시집의 말미에는 각 시의 시인에 대한 짧막한 소개가 덧붙여 있어 궁금했던 시인의 배경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 시인부터 전세계 여러 시인들의 시를 한 권으로 접할 수 있으니 독자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집을 읽으며 나는 바란다. 내 아이가 세상의 다른 것이 아닌 시로 힘을 얻고 위안을 받을줄 아는 사람이 되길, 그래서 괴로움과 상처를 용감하게 뛰어넘을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을 가지고 성장해가길, 시가 주는 따뜻함에 공감할 줄 알고, 시가 주는 평온함에 안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말이다. 웃을 수없을 만큼 힘겨운 순간에도 이 시 한 구절에 힘을 얻을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

웃어버려라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니-
웃어버려.
권리를 무시당했니-
웃어버려.
...
일이 잘 안 풀리니-
웃어버려.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니-
웃어버려.
(헨리 루더포트 엘리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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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레폴레 아프리카
김수진 지음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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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아직도 아프리카는 생소한 곳이다. 물리적인 거리감도 있지만 왠지 낯선 문화와 자연환경이 더욱 그러한 느낌을 더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아프리카를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음식이면 음식, 자연경관이면 경관, 음악, 문화, 예술까지 그들이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아프리카는 늘 궁금하기만 하다. 언제쯤 그곳을 가볼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그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관련된 영화나 다큐, 책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도 역시 책으로 그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시간이었다. 이 책 [폴레폴레 아프리카]는 새내기 특파원의 좌충우돌 아프리카 여행기이자 그녀의 일과 일상이 담긴 스토리다. 기자로 일하면서 무언가 남다른 경험을 얻기 위해 지원하여 떠난 아프리카 땅에서 그녀가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겪고 해결해나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이 책은 6개월 동안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만난 아프리카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 삶의 모습이 잘 녹여져 있다.

 

6개월이라면 긴 시간이 아닌데도 그녀는 동,남아프리카 8개국을 누볐다. 책 제목인 폴레폴레는 아프리카어로 '천천히'라는 뜻인데 그녀의 일상은 천천히라기 보다는 치열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흔적이 책 속 곳곳에 등장한다. 하루의 삶은 치열했지만 목적지를 향해 나가는 인생의 전체를 두고 봤을때는 폴레폴레 가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그녀는 아프리카 땅에서 경험하고 메시지로 체득하였다. 신기하게도 한국땅에서의 삶은 여유가 부족하다. 외국에서 살아본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십분 공감할 것이다. 똑같은 나인데, 달라진 건 많지 않은데 단지 외국과 한국이라는 공간적 차이가 너무나 큰 다름을 선사하기에 이러한 감정은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 김수진 역시 한국에서 누구보다 바쁘고 가열차게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아프리카 땅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과 사건들은 다름의 미학에 도취되기에 충분했다.

우리와 다른 삶을 사는 그들의 모습에서 배우게 되고, 깨닫게 되고, 느끼게 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아프리카를 이해하게 되고 더 잘 알게 만들었다. 아프리카 출국 당일날까지 겪게 된 웃지 못할 사건들까지 타국에서의 삶은 녹록치 않고 그러한 경험들이 더욱 나를 견고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긍정적으로 사고해본다. 연합뉴스 특파원으로 당차게 아프리카를 경험하고 온 그녀가 부러웠다. 그녀의 젊음이, 그녀의 용기가 세상의 저편 어느 곳에서 마주한 타인과 소통하게 하고 인연을 맺게 하고 기쁨과 희망, 절망과 배움을 얻게 해준 것이다.

 

 아프리카 순회 특파원이 겪는 일들이 어떤 일인지, 그녀와 함께 떠났던 에티오피아, 남수단공화국, 르완다,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에서 마주했던 일상들이 신기했다. 컬러플한 많은 사진들 역시 사실감을 더해줘 읽는 내내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너무 달라서, 너무 몰라서 더 매력적이었던 아프리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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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반양장) - 새로운 부의 법칙
롭 무어 지음, 이진원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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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돈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고정관념, 편견을 깨부수고 제대로 돈에 대한 이미지와 개념을 파악한 뒤 돈이 주는 매력적인 요소를 알고 돈을 벌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심어주는 책 [머니money]는 부자와 돈에 대한 상식을 뒤집은 아마존 최고의 화제작이라 평가받고 있었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그동안 돈과 부에 대해 잘못 인식하게 만든 생각들을 뒤집어 주기 위해 많은 부분을 설명했고, 다양한 근거와 이론을 들며 돈에 대한 원초적인 개념부터 흔들어 놓았다. 덕분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치우친 돈개념에 집착하고 살았는지 제대로 깨닫는 시간이었다.

'부에 대해 배우고, 돈을 벌고, 부를 사랑하고, 중요한 일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부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 부와 돈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은 사람들, 나쁜 짓을 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거나 탐욕스러워지지 않고도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저자 롭 무어는 서른 살에 부와 명예를 거머쥔 영국의 자수성가다. 그러나 그 역시 가난한 시절에는 데이트 비용이 없어 여자친구에게 모든 돈을 다 지불하게 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한 그가 돈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고 배우고 알아가면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돈에 대해 제대로 몰라서 돈을 못 버는 것인가? 이런 의문이 들면서 책을 읽어나갔는데 상당부분 돈에 대한 눈먼 부분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부에 대한 사고방식과 기술 역량, 감정 점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주며 부가 주는 모든 혜택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그 노력에도 수반되어야할 사항들이 꽤 많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혁신을 부의 지렛대로 활용한 사람들의 예를 살펴보며 부를 어떻게 창출하고 유지하고 지켜나가는지 알 수 있었다. 인간의 진화와 함께 돈도 진화한다는 것을 말하는 롭 무어는 돈의 진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말고 포용하고 투자할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은 부에 대해 뜬구름 잡는 식의 접근이 아닌 실제 사례를 접하며 그 안에서 원칙과 원리를 발견해내고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해보며 내것으로 이론을 만들어가도록 도와준다.

 

행복하게 돈을 벌고 돈을 쓰는 부자가 되도록 강조하는 그는 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행복을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그럼에도 현실은 참 돈벌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그가 책 속에서 말하는 모든 부분 공감하고 긍정할 순 없었지만 부에 대해 알면 알수록 돈을 체계적이고 의도적으로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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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발트 3국 - 에스토니아 / 라트비아 / 리투아니아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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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백야, 겨울에는 오후 4시 전에 해가 지는 발트3국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를 말한다. 여름에 여행을 간다면  백야까지 즐길 수 있는데, 9월까지는 서늘해 여행으론 최적의 날씨이다. 반면 겨울은 많이 추워 여행하기엔 힘들지만 12월에는 크리스마스 행사가 한달 내내 진행되니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다면 겨울여행도 괜찮겠다.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발트3국은 3국 모두 유로를 사용하고 언어는 모두 다르다. 국토가 크지 않아 세 나라를 버스로 이동하며  여행할 수 있다. 유럽여행의 유레일패스보다는 버스가 더 편리하단다. 치안도 걱정할 필요없으며 3개월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7시간 느리다.

발트3국은 나라 이름도 생소하지만 각 국의 수도이름은 더욱 낯설다. 에스토니아의 수도는 탈린, 라트비아의 수도는 리가, 리투아니아의 수도는 빌뉴스다. 자주 갈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기에 출발 전 여행지에 대한 정보검색과 사전에 취해야할 것들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떠나야 만족도 높은 여행을 할 수 있다.

발트3국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안전한 치안, 친절한 현지인, 도시별로 각기 다른 매력과 개성을 느낄 수 있어 북유럽 여행의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가격적인 매력도 있어 유럽여행지로 점점 인기를 끌것이다.

책에서는 발트3국을 여행할 수 있는 코스가 여행 일수별로 정리가 되어있어 추천일정을 참고해 계획을 짜기 좋다. 인천공항에서 발트3국으로 다이렉트 항공편은 없다. 폴란드나 핀란드를 통해 입국해 갈아타고 가면 10시간 조금 걸려 도착할 수 있다.

생소해서 더 가고 싶은 발트3국은 다른 유럽 여행시 껴서 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알게 되었다. 중세시대의 고성과 거리가 그대로 보존되어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일 이 나라들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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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블 가족 - 2029년~2047년의 기록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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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를 직업으로 두었거나 둔 적 있는 작가가 쓰는 글은 다르다. 소설의 주제 속에 사회문제를 제기하고 소재의 디테일하고 상세한 이야기들의 전개로, 소설을 읽고 나면 그 분야의 많은 상식이 쌓여지는 효과까지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맨디블 가족]의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사회문제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비판의 글을 꾸준히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도 맹활약하고 있는 소설가다. 그래서 이 소설 [맨디블 가족]은 그 어떤 책보다 앞으로 다가올 있음직한 사건의 이야기를 미래의 시점에서 적나라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몇해 전 중국전문가로부터 중국의 화페 위엔화의 강세가 미래의 사회를 지배하게 되면서 미국중심의 지배체제에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언같은 미래전망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결코 어불성설이 아닌 실현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다가올 미래의 혁명과도 같은 변화에 적잖은 흥분이 섞인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요원한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세계의 경제는 미국이라는 큰 손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기에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의 세대가 아니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배경은 2018년으로부터 불과 11년 후의 미래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고작 11년 후의 일인데 벌어지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었고,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참옥했다.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금융 쿠데타는 미국 사회에 전쟁과도 같은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개인이 소지한 금을 국가에 몰수당하고 개인의 재산이 종이쪼가리로 전락하며 맨디블 가족은 그들의 풍요로움이 순식간에 붕괴되어 가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채무 포기, 주식 시장 붕괴, 금 회수, 대기업들의 방코르 보유 금지 등 지금의 현실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정부의 주도하에 이뤄지게 되고 모든 경제 금융의 시스템은 파괴와 함께 제 기능을 상실하고 인간으로서 저질러서는 안되는 일들을 자행하며,  존엄성 마저 잃어버리는 참상들이 서슴없이 벌어지는 지옥이 되어 간다.
"보석상과 보석류에도 예외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애국적인 금 반납에 대해서는 무게에 따라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지만, 이 보상에는 이번 비상사태에 앞서 일어난 광적인 금주식 인플레이션이 반영되지 않을 것입니다. 은닉은 용납되지 않습니다."(p89)

더글라스 맨디블,에놀라, 플로렌스, 에스테반, 에이버리, 로웰, 윌링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등장하는 인물들이 똑같은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또는 그 사건으로 인해 망가지는지 대조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법도시에 사는 무법자들이 되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실제의 미래가 되어버리면 어쩌나 읽는 내내 마음은 조바심이 나고 무언가 정의내리기 어려운 두려움이 엄습해옴을 느낀다.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나라였던 미국은 모두가 떠나고 싶어하는 나라가 되어 버리고, 소설의 부제처럼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견뎌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개월 동안 앵커들은 현재 상황을 위기(crisis), 참사(catastrophe), 대재앙(cataclysm),재해(calamity) 같은 단어로 언급했지만 이제 c로 시작하는 표현이 다 떨어져 갔다. 재난(disaster),낭패(debacle),참화(devastation)처럼 d로 시작하는 표현은 그전에 이미 다 써먹었다."(p326)

방코르에 대항하기 위해 벌인 화폐전쟁은 결국 달러를 몰락으로 이끌었고, 미래를 위해 저축한 사람들, 미래를 믿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손해를 보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미래를 믿었던 사람들이 당한 사기였고 거대한 몹쓸 장난에 당하고 말았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일어난다. 카르마의 응집처럼,

"붕괴는 갑작스럽고 비잘발적이며 혼란스러운 형태의 간소화이다"

돈의 가치의 몰락보다 윤리와 도덕의 가치의 파괴가 더 괴로왔다. 인간이 인간임을 포기하는 최악의 상황들이 펼쳐질 때, 돈의 힘 앞에 무력하게 무너져 버리는 인간의 존엄성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2029년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소설은 어느새 2047년까지 세월이 흘러간다. 세월은 더 나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악몽의 시작을 낳는다. 정부와 사회가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전쟁과도 같은 삶을 통해 통화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가 되고, 국가의 위기가 가족의 위기가 되어 결국은 개인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 간극을 메워줄 것은 분명 존재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몇 가지 흥미로운 미래 예견이 나온다. 팔레스타인이 국가로 세워지고, 러시아는 알래스카를 합병하며 인도네시아가 오스트레일리아를 침략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미래의 모습이 이렇게 된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희망이 부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본능처럼 앞으로 다가올 하루는 지나간 어제보다 더 낫길 바라기 때문이다. 소설은 쉽게 읽혀지지 않을 정도로 경제용어와 이론들이 난무한다. 그 덕에 책을 읽고 나면 뉴스에 등장하는 금융기사가 다르게 보인다. 역시 아는 만큼 내 것이 된다는 것, 독서를 통해서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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