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기분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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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가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곳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을 지닌다. 특히 그 공간에서 힐링이나 평안을 누릴 수 있다면 사람들은 비싼 댓가를 지불하더라도 괘념치 않는다. 그것이 바로 공간이 주는 힘이다.

나의 취향과 맞는 공간을 방문하면 어김없이 드는 궁금증은 이 공간을 만든 이들은 누구일까? 이다. 누군가의 취향과 개성을 넣어 만들어진 그 공간은 만든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꼭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곳을 이렇게 꾸민 사람은 누구인지를  묻는다. 사람들의 기분을 완성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공간디자이너 종킴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굵직한 곳들을 디자인했다. KUHO, COLOMBO, 코렐, 설화수, 신세계 S 등 그가 설계한 곳은 그만의 개성과 매력이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게 잘 꾸며졌다. 이번에 읽은 <공간의 기분>은 디자이너 종킴의 처음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가 열정으로 버무려져 담겨 있다. 

 

이 매력적인 훈남 디자이너는 프랑스 조기 유학파다. 프랑스어 하나 모른면서 공부를 위해 부모님의 반대도 무릎쓰고 파리로 떠난 16살의 용기가 대단했다. 좋아하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이들에겐 집념이라는 공통된 요소가 존재한다. 종킴은 집념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공간 디자이너로서 제대로된 공부를 해나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하루 하루를 살아냈던 그는 그러한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실력이라는 눈부신 결과를 가져왔고 프랑스에서 충분히 인정받으며 한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게 된다.

 

 한국에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니즈에 맞춰 인테리어와 음악, 식기, 로고, 유니폼, 명함, 메뉴판, 동선, 소품 하나하나에 그만의 유니크함과 클래식한 기품을 넣어 정직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책 속에는 작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코렐 브랜드 이야기가 들어있다. 작년 페어에서 직접 방문했던 곳이었던 코렐 부스는 예전에 지녔던 코렐의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게 만든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저렴하고 실용적인 브랜드로만 여겼던 코렐을 분위기 있고 고급스런 이미지로 탈바꿈시킨 순간이었다.

"클라이언트를 잘 이해하고 그들이 꿈을 잘 이룰 수 있게끔 공간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요구에 살을 더하고 빼는 작업,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순수예술 작가들을 사회로 끌어들이는 작업, 디자인을 모르는 사람들의 안목을 넓혀주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다"(p297)

그가 만든 공간은 최고급 자재와 고 퀄리티의 디자인, 브랜드에 성격에 맏는 컨셉으로 고객에게 다가왔다.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손꼽히는 그가 만든 공간을 차례차례 둘러보고 싶다. 이미 가본 곳도 있어 반갑기도 하다. 디자인의 영역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분야에도 적용되는 것인 '마음을 얻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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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잠시 멈춤 - 나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 여자들을 위하여
마리나 벤저민 지음, 이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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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성에게 나이듦은 민감한 것이다. 20대에서 30대가 될 때 갑자기 젊음의 양이 줄어드는 것 같아 당혹스러웠던 순간이 기억난다. 30대에서 40대가 될때는 몸까지 늙어간다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40대에서 50대가 되는 순간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지만 분명히 몸의 노화가 빠르게 진행됨을 탄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늙어가는 것을 거부하며 언제나 젊게 살고 싶어한다. 여성이라면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폐경을 맞이한다. 여성으로서의 사명을 다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종족번식의 기능에 마침표를 찍기에 어쩌면 그말이 가장 적당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폐경은 단지 한달에 한번 하는 월경이 멈추는 단세포적인 일이 아니다. 이 책 <중년, 잠시 멈춤>은 저자 마리나 벤저민의 폐경을 맞이한 그녀의 내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 시대라 폐경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게된 것 같다. 예전만 하더라고 폐경을 이슈화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로 치부했으며 대화의 소재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는 변화를 하며 이젠 사회적 목소리로 드러내고 있다. 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엄마의 충돌이 그 예 중 하나다. 급격하게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 신세대와 구세대는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이 격렬하게 대립한다.

 

자궁수술을 통해 남보다 일찍 폐경을 경험한 마리나 벤저민은 '중년이라는 나이의 대담한 공격'에 비틀거렸다. 효율성을 측정하는 기준이었던 나이는 중년을 퇴물로 넘어가는 존재로 여겨지게 했고 실제로 자신의 몸도 하루가 다르게 노화가 되가는 것을 슬프게 목격하게 된다.

중년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사용된걸까? "중년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이었다..이는 자녀양육를 끝낸 여성들이 이후 10년 혹은 20년간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했다"(p88)

이후 50세 여성을 '인생의 수많은 규칙에 통달한 사람, 독특한 매력과 아름다움, 원숙한 시야, 교양있는 지성, 세련된 다양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좋게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폐경을 맞은 여성들은 피로감, 일과성 열감,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 우울증,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정서적 육체적 변화는 여성들의 삶을 힘겹게 만든다. 책에서는 저자의 이야기와 지인들,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이듦을 사유하는 자세,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다시한번 정리해준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살피고 받아들이는 순간에 우리는 나이 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수혜자가 된다"(p111)

"스스로를 포기함으로써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다"(p204)

"쓸데없는 근심과 걱정을 버림으로써 또 다른 발전적인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p204)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겪는 동년배 친구들이 필요하다"(p233)

부쩍 늘어가는 주름과 흰머리를 볼때마다 씁쓸하다. 나이듦의 효용성에 대해 되뇌이지만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중년에 대해 깊이감있게 다룬 책들을 읽으며 도움을 받는다. 일단 나만이 느끼는 외로움이 아니었구나에 안도하고 나보다 먼저 겪은 이들의 충고와도 같은 이야기에 몰입된다. 누구보다 나이를 잘 먹는게 숙제라면 숙제겠다. 이 책이 또 여러가지 도전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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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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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인종이 산다. 유색인종이라는  단어는 백인들이 만든 차별적 언어다. 우리에겐 백인도 유색인종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종간 갈등은 인류의 역사상 뿌리깊은 골치거리였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다.

 

유색인종 중에서 흑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앤지 토머스의 <당신이 남긴 증오>는 틴 에이저인 스타와 그의 가족과 친구, 동네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어서 더욱 흥미를 끈다. 미국에서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을때만 해도 흑인과의 갈등은 어느정도 해결이 될 듯한 기대감이 생겼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6살 주인공 스타는 어릴적 친한 친구 두 명을 자신의 눈 앞에서 죽음을 목격하는 무시무시한 일들을 겪게 된다.  흑인이며 빈민가 동네에 사는 스타의 가족은 늘 여러 사고와 사건에 노출되고 그런 환경이 그녀를 결국엔 백인들이 다니는 좋은 사립고등학교에 들어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게 스타는 두 개의 인물이 되어 각기 다른 커뮤니티에서 그에 맞는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은 결국 백인의 무리와 흑인의 무리 어디에도 완벽하게 끼일 수 없다는 의미다. 사건은 해마다 열리는 빅 디의 봄방학파티에서 시작된다. 항상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봄방학파티에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총격사건이 발생한다.

어릴적부터 친구사이였던 스타와 칼릴은 아수라장을 벗어나 칼릴의 차로 집으로 귀가 중 백인경찰의 심문을 받게 되고 그와중에 칼릴이 사용했던 머리빗이 권총으로 오해받아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게 된다. 백인경찰은 16살 남녀 청소년을 과잉진압했고 결국 칼릴은 아무 이유없이 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어디에도 소속감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던 스타는 칼릴의 죽음을 통해 변하기 시작한다.

"전부 다 제대로 해도 가끔 상황이 안 좋은 경우가 있죠.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하고 있는걸 멈추면 안돼요"(p159)

"당신이 어린 아이들에게 준 분노가 모두를 망친다"(p173)

"그게 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증오란다. 우리에게 맞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둔 것. 그게 터그 라이프야"(p175)

"용감하다는 게 두렵지 않다는 뜻은 아니란다"(p337)

책 속엔 칼릴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쓰는 모습이 나온다. 정의를 위해서 나를 희생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더이상 이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터그라이프를 제대로 개선해야 함을 책을 읽으며 수없이 되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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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심리학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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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를 보면 유난히 잘 속고 늘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있다. 보이스 피싱을 한 번 당하면 두번 다시 속지 않을 것 같은데 놀랍게도 통계를 보면 그 수치가 우리의 기대보다 높다. 즉 속는 것 역시 어찌보면 심리게임과 같은 것으로 믿고 싶은 것, 받아들이고 싶은 것을 팩트와는 다르게 인정해버리는 것이다.

이 책 [속임수의 심리학]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주며 속임수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속임수는 독감과 비슷하다는 말은 속임수의 본질에 대해 정확한 특징을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역사적으로 성공한 속임수가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대상을 찾아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것도 들려준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속임수는 속을 수밖에 없다. 대박을 꿈꿀수록, 좋은 사람일수록, 잘 나가고 싶은 사람일수록, 돈이 없을수록, 불안할수록 더 잘 속는다. 위에서 열거한 것 중 나에게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나도 역시 잘 속는 사람의 한 부류이다.

집을 구할 때 늘 겪는 '썩은 에피타이저 흔들기'는 책에서 용어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내가 여지껏 겪었던 그 일이 썩은 에피타이저를 흔든 꼴이라니 어처구니없지만 우리는 늘 이렇게 속고 또 속고 그래도 속으며 살아간다.

이 책을 읽자마자 잘 속지 않는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어떤 사기 유형이 있는지, 어떤 속임수로 피해를 봤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재밌게 다가왔다. 그렇게 하나하나 접근해가보니 속지 않는 것도 능력임을 알게 된다. 세상의 속임수에서 '나를 지키는 법' 쉬운 듯 하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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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 우주인
야로슬라프 칼파르시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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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 여행을 앞두고 읽다가 다 못 읽고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다녀와 다시 손에 든 책 [보헤미아 우주인]은 배경이 체코다. 주인공 역시 체코인 야쿠프다. 야로슬라프 칼파르시라는 다소 어려운 이름의 작가는 이 소설이 처녀작이다. 읽는 내내 소설쓰기의 사전준비가 철저했고 이론적 배경도 탄탄하게 다져진 느낌을 계속해서 느끼며 소설 속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한 주인공의 일생을 통해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책 제목에서 암시하듯 주인공은 우주비행사다.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도로 살던 주인공 야쿠프는 어린 시절 뼈아픈 상처를 얻게 된다. 체코가 공산주의 시절 아버지는 공산당원으로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체포된 사람들을 고문하고 자백을 받아내는 일을 했다. 어린 야쿠프는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체코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면서 아버지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야쿠프의 부모님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고 불쌍한 야쿠프는 조부모의 손에 키워지게 된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우주비행사로 초프라라는 먼지 폭풍의 먼지 입자를 분석하는 야쿠프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 이후 찾아온 끝없는 비극적 일들이 교차되며 이야기는 숨가쁘게 전개된다. 불우하게 보낸 시절에 비하면 야쿠프는 잘 컸다. 체코의 국민적 영웅이 되어 그 어느 나라보다 먼저 우주로 먼지를 수집하러 나가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 야쿠프였을까?

 

 렌카와 결혼해 잘 살고 있었던 야쿠프는 아버지의 죄를 씻고 오욕으로 얼룩진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사랑보다는 야망을 선택했다. 그 길만이 그가 겪었던 모든 치욕을 걷어내는 한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렌카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그의 실수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소설 속 이야기는 우주에서의 고독과 우주비행사의 업무적 모습 등이 흥미롭게 묘사된다. 특히 우주생명체인 하누시라는 존재의 등장은 굉장히 특이했다. 살아서 지구로 그것도 체코로 돌아갈 수 있었던 야쿠프의 끈질긴 생명력도 놀라왔고 살았지만 죽은 것과 동일한 삶을 살아야 하는 그의 숙명도 너무 비극적이다. SF소설이면서도 심리적 묘사가 탁월하다. 읽는 내내 결말이 궁금했다.

인간의 삶 중에서 과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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