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잠시 멈춤 - 나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 여자들을 위하여
마리나 벤저민 지음, 이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특히 여성에게 나이듦은 민감한 것이다. 20대에서 30대가 될 때 갑자기 젊음의 양이 줄어드는 것 같아 당혹스러웠던 순간이 기억난다. 30대에서 40대가 될때는 몸까지 늙어간다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40대에서 50대가 되는 순간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지만 분명히 몸의 노화가 빠르게 진행됨을 탄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늙어가는 것을 거부하며 언제나 젊게 살고 싶어한다. 여성이라면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폐경을 맞이한다. 여성으로서의 사명을 다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종족번식의 기능에 마침표를 찍기에 어쩌면 그말이 가장 적당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폐경은 단지 한달에 한번 하는 월경이 멈추는 단세포적인 일이 아니다. 이 책 <중년, 잠시 멈춤>은 저자 마리나 벤저민의 폐경을 맞이한 그녀의 내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 시대라 폐경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게된 것 같다. 예전만 하더라고 폐경을 이슈화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로 치부했으며 대화의 소재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는 변화를 하며 이젠 사회적 목소리로 드러내고 있다. 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엄마의 충돌이 그 예 중 하나다. 급격하게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 신세대와 구세대는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이 격렬하게 대립한다.

 

자궁수술을 통해 남보다 일찍 폐경을 경험한 마리나 벤저민은 '중년이라는 나이의 대담한 공격'에 비틀거렸다. 효율성을 측정하는 기준이었던 나이는 중년을 퇴물로 넘어가는 존재로 여겨지게 했고 실제로 자신의 몸도 하루가 다르게 노화가 되가는 것을 슬프게 목격하게 된다.

중년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사용된걸까? "중년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이었다..이는 자녀양육를 끝낸 여성들이 이후 10년 혹은 20년간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했다"(p88)

이후 50세 여성을 '인생의 수많은 규칙에 통달한 사람, 독특한 매력과 아름다움, 원숙한 시야, 교양있는 지성, 세련된 다양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좋게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폐경을 맞은 여성들은 피로감, 일과성 열감,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 우울증,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정서적 육체적 변화는 여성들의 삶을 힘겹게 만든다. 책에서는 저자의 이야기와 지인들,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이듦을 사유하는 자세,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다시한번 정리해준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살피고 받아들이는 순간에 우리는 나이 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수혜자가 된다"(p111)

"스스로를 포기함으로써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다"(p204)

"쓸데없는 근심과 걱정을 버림으로써 또 다른 발전적인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p204)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겪는 동년배 친구들이 필요하다"(p233)

부쩍 늘어가는 주름과 흰머리를 볼때마다 씁쓸하다. 나이듦의 효용성에 대해 되뇌이지만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중년에 대해 깊이감있게 다룬 책들을 읽으며 도움을 받는다. 일단 나만이 느끼는 외로움이 아니었구나에 안도하고 나보다 먼저 겪은 이들의 충고와도 같은 이야기에 몰입된다. 누구보다 나이를 잘 먹는게 숙제라면 숙제겠다. 이 책이 또 여러가지 도전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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