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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여행하는 수렵채집인을 위한 안내서 - 지나치게 새롭고 지나치게 불안한
헤더 헤잉.브렛 웨인스타인 지음, 김한영 옮김, 이정모 감수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평점 :
진화생물학자가 전하는 이야기, [21세기를 여행하는 수렵채집인을 위한 안내서]는 안내서라는 제목답게 우리에게 수렵채집인이 가져야 할 지혜와 폭 넓은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진화생물학자 부부가 전하는 메시지는 한결같이 관찰 가능한 세계에 대한 일관된 설명이며 '이전보다 더 많이 예측하고 더 적게 추정하고 서로 부합하며 끊김 없이 매끄러운 전체로 융합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진화라는 차별 없는 렌즈에서 세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저자의 의도는 의학, 음식, 잠, 성, 젠더, 부모, 양육, 학교, 교육, 성인, 문화, 종교, 문명까지 우리 삶의 전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책 속에서는 흥미로운 오메가 원칙이 등장하는데, 비용이 들지만 인류사에 오래 지속되는 문화적 특성은 적응적인 것'이라는 점과 이러한 요소는 '유전자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진화를 통해 접근해 풀어보려는 저자의 노력은 책 속 곳곳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저자의 이야기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책 속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들이 많다.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진화생물학적 접근으로 풀어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고 그 사이에 오메가 원칙이 적용되어 삶을 변화시킨다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 속 애도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애도 중인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전달했다. 애도는 기둥 하나가 사라진 세계에 적응하도록 우리의 뇌를 재조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게 맞는 방식으로 시간을 갖고 슬퍼해야 하며 관계를 떠올리며 위안을 얻으라고 한다. 사람만 애도하는 것이 아니었다. 개도 침팬지도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한 부분은 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가장 완전한 인간의 성은 온전한 개인들의 두 몸과 뇌, 심장과 영혼 사이에서 창조적으로 출현하는 것이라면 그와 반대로 포르노는 섹스를 상품과 행위, 물리적 몸으로 축소하고 포르노로 배운 섹스는 반복적이고 유연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우리 사회 성과 관련된 문제를 일목요연하게 잘 짚어준 느낌이 든다. 각 소재의 챕터가 끝나고 나면 '더 나은 삶을 위한 접근법'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데 내용에 대한 서머리도 되고 중요한 부분이 강조되어 책을 정리하기 좋다. 책을 읽다 보면 두 저자가 얼마나 다양한 테마에 대해 공을 들여 조사하고 내용을 피력했는지 느껴볼 수 있다. 비록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보는 시간은 그럼에도 참 의미 있는 사유를 허락해주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