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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 휘청거리는 삶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휘청거렸던 삶을 살아간 저자 캐서린 메이,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자폐라는 병명을 마주한 그녀는 너무나 힘든 삶의 한 가운데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것에 동의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돌보는 과정을 책으로 엮어냈다.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그녀만의 시간을 확보했고, 모험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걸으면서 인생을 견뎌내는 법을 배웠다.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된 내안의 자폐 성향은 크나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힘겨운 인생의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대체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주저앉게 된다.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고 나서 더이상 이전과는 같을 수 없다는 것에 뼈아프게 동의하며 왜 내가 남들과 다른 부분에서 힘겨워 했고 지치고 괴로웠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그녀만이 가진 인생의 힘겨운 고비를 넘기는 방법은 걷기였다. 매주 그녀에게 주어진 길지 않은 시간을 걷고 또 걸으며 왜 내가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고 그런 감정에 매몰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돌아보며 삶의 제자리로 돌아오는 여행을 반복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이라고 진단을 받고 나서도 그것을 가족과 이웃, 친구들에게 알리는 일조차 너무나 괴롭고 외로웠을 것이다. 그녀는 걷기를 통해 걸으면 하나의 공간이 펼쳐지고 비로소 그녀의 삶의 고운 감촉을 인식하며 또 다른 세상에 내려 앉는 기분을 느꼈다. 세상은 평온하지도 명쾌하지도 않았지만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기에 그녀는 쉬지 않고 배우며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이름표를 자신의 얼굴을 인식하는 거울로 인정했고 그제서야 비로소 그녀다움을 소유할 수 있었다.
드라마 속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았던 우영우 변호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폐라는 병명을 학습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쉽게 주인공의 상태에 몰입할 수 있었고 어느새 주인공이 되어 함께 영국의 해안가 그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걸으면서 깨달았던 많은 메시지에 공감하며 나 역시 오늘도 걷는 것을 통해 그저 나를 돌아보고 알아가는 다독임의 시간을 가져 본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