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한다는 것 - 생명과학자 김성호 선생님의 관찰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12
김성호 지음, 이유정 그림 / 너머학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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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은 <관찰한다는 것>으로, 생물학을 전공하고 25년간 연구해온 생명공학자가 쓴  책입니다.

 관찰한다, 라는 말은 아주 낯설지는 않지만, 이 책에 따르면 관찰의 정의는 학문 영역마다, 학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페이지 14) 이 책에서의 관찰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관찰의 관(觀)은 '자세히 보다.'라는 뜻이며, 찰(察)은 '살펴서 알다' 라는 뜻이지요. 따라서 관찰은 '자세히 보며 살펴서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 정도로 뜻풀이를 할 수 있어요. 조금 더 풀어 말하면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는 것이며,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제대로 아는 데까지 이르도록 두루 살펴서 생각하며 보는 것'이 관찰입니다. 하나 덧붙여, 관찰을 이야기할 때 계속 '본다'는 표현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찰이 오로지 '시각'에만 의존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청각, 후각, 촉각, 미각까지 총동원하지요. (페이지 13-14)

 

  그러니 본다는 것과 관찰한다는 것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관찰한다고 하면 식물, 또는 동물을 관찰하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때로는 천문학과 같이 크고 먼 거리의 것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세균과 같이 작고 미세한 것들 역시 관찰의 대상이 됩니다. 새로운 별과 새로운 세균의 발견을 통해서 우리는 기존의 시각으로 보던 것과 다른 것을 만나게 됩니다.

 

  관찰은 무엇을 제대로 알기 위하여 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제대로 알려면 이처럼 '자세히 보는 것'이 그 시작이고요. 무엇을 얼핏 보아서는, 생각 없이 그냥 스쳐지나며 보아서는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페이지 23)

 

  관찰은 '자세히 보는 것'으로 시작해요. 그런데 자세히 보기 위해서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어요. 멀리 뚝 떨여져서 무엇을 자세히 볼 수는 없지요. 관찰하고자 하는 대상에 가까이 다가서야 해요. 그리고 다가선 뒤에는 눈높이를 맞춰야 하지요. 다가서서 눈높이를 맞춰야 자세히 볼 수 있고, 그래야 제대로 알 수 있어요. (페이지 28)

 

  이 책의 저자는 처음에는 '분석'과 '탐구'를 하는 생물학을 전공하는 실험과학자였습니다만,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관찰'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25년간 관찰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관찰은 오랜 시간동안 이루어지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새를 관찰하기 위해 움막을 짓고, 버섯을 찾기 위해 험한 산길을 헤매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관찰의 시간은 오래 기다리고 오래 지켜보아야 하기 때문에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사례,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관찰해서 기록을 남긴 사람들의 사례가 자주 등장합니다. 별자리의 아버지 티코브라헤, 세균을 관찰한 에이우엔훅, 유전현상을 연구한 멘델,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 나비를 연구한 석주명, 열대 우듬지를 연구하는 마거릿 로우먼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정리한 자료가 있는데도 관찰을 하게 되는 이유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찍힌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관찰은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의 열쇠가 되어 줄 수도 있지만, 스스로 관찰의 주체가 되어야만 가능하며, 이를 통해 평생 남의 이야기를 듣는 관람객이 아닌 앎의 세계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페이지119)

 

 이 책을 읽고 나니, 관찰한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것 같았습니다. 책에는 관찰한다는 것의 의미와 유명한 에피소드 외에도, 새와 산속의 야생동물, 버섯과도 같은 식물과 동물의 사진도 실려있습니다. 막 날개를 펼치고 숭어를 낚아채는 물수리, 나무에 둥지를 만들면서 가루가 날리는 딱따구리나 움막을 지나던 고라니, 어느 산 깊숙이 있었을 버섯의 사진도 모두 생생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여러 일화를 소개하고 사진을 소개하긴 합니다만, 그러한 것을 통해서 결국은 '관찰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 주제에 다가서고자 했던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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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7 14: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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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7 14: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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