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4년 6월

 

 정호승 시인의 글과 박항률 화백의 그림이 담긴 산문집이에요. 저는 시를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산문집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첫 장을 펴서 읽었던 이야기가 참 소박했습니다. 전남 완도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서 먹었던 찐빵 이야기로 자연스럽지만 정감있는 이야기였어요.

 

 좋은 글이 많았는데, 지금의 저한테 필요한 것 같아서 이 부분을 적기로 했습니다.  어중간히 줄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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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을 사는 청년 세대들이 인생의 쓴맛부터 먼저 맛보는 건 당연하다. 내일의 단맛을 맛보기 위해 오늘의 쓴 맛을 맛볼 기회는 참으로 소중하다. 오늘 내가 맛본 쓴맛이 내일 맛볼 단맛을 보장한다. 쓴맛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원망만 한다면 항상 쓴 맛만 보는 삶을 살게 될 지도 모른다.

 

 수능 성적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거나 취업의 문 앞에서 자꾸 좌절돼 인생의 쓴 맛을 맛보게 되었다면 그 쓴맛은 음미하는 게 중요하다. 수능 한 문제 더 맞고 덜 맞음에 따라 웃고 울고 할 필요가 없다. 수능이 끝났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이미 치른 시험을 두고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할지라도 긍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입사 시험에 번번히 낙방하는 경우다 마찬가지다. 부모를 떠나 자기만의 인생을 시작하려고 하는 이는 대부분 실패의 쓴맛부터 먼저 보게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오히려 그 쓴맛을 깊게 음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야 나중에 단맛을 보게 될 때 단맛의 깊이를 더 깊이 알게된다.

 

 인생에는 실패가 없다.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과정일 뿐이다. 과정을 실패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할 뿐이다. 작은 실패의 냇물이 모여 큰 성공의 강물이 흐른다. 따라서 아무리 쓴맛을 맛보더라도 참고 견딜 줄 알야야 한다.

 

 꽃은 왜 아름다울까. 그것은 겨울이라는 고통을 견뎌내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청년 세대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라면 지금은 묵묵히 고통을 견뎌내어야 할 때다. 나이 든 중년 세대의 인생은 짧지만 젊은 청년 세대의 인생은 길다. 인생은 일회적인 것이지만 수능이나 입사시험은 일회적인 게 아니다. 수능이나 입사 시험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전체를 실패한 것은 아니다.

 

 지금 먼 들판을 달리기 위해 말을 훌쩍 올라탄다고 생각해 보자. 이때 말을 제대로 올라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가. 그것은 바로 노둣돌이다. 말을 타거나 내릴 때 발돋움으로 쓰는 노둣돌이 없다면 말을 탈 대 얼마나 힘들겠는가. 인생의 쓴 맛이라는 고통은 바로 이 노둣돌과 같다. 노둣돌이 있음으로써 보다 쉽고 안전하게 말에 올라타 달릴 수 있다.

 

(중략)

 

 인간은 오직 일등에게 관심을 갖지만 신은 자신을 견디고 극복한 사람에게만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또 신은 가끔 인간에게 빵 대신 돌멩이를 던진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이는 그 돌을 원망하며 걷어차 버리다가 발가락이 부러지고, 또 어떤 이는 그 돌을 주춧돌로 삼아 집을 짓는다고 한다.

 

 나는 신이 관심을 갖는 인간이 되고 싶다. 신이 던진 돌멩이로 빵을 만들어먹는 인간이 되고 싶다. 쓴맛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설탕맛을 모르므로 오늘의 쓴맛을 내일의 단맛으로 만들고 싶다.

- <쓴 맛을 보지 못하면 단맛을 보지 못한다>,  페이지 126~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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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그게 뭐 별거냐, 그게 없으면 내가 죽기라도 하냐,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나을 때가 있었어요. 그게 정말 중요한 거고, 그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처럼 강조하고 강요당하면 할 수록 크게 부풀어올라서, 내가 저걸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다른 이유 대면서 어디로 도망치고 싶을 때도 없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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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에서는 나의 삶을 놓아버리면 좀더 충실하게 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소유와 집착과 탐욕 그 자체가 나를 괴롭히기 때문에 놓아버리라고 한다. 결국 자아를 버려야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게 이루고 싶은 어떤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를 서야 하지만 동시에 그 목표를 놓아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 에서도 '십자가 성 요한' 성인은 "모든 것을 얻기에 다다르려면 아무것도 얻으려고 하지 말라. 모든 것이 되기에 다다르려면 아무 것도 되려고 하지 말라"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목적에 다다르는 길은 수없이 많지만 목적을 버림으로써 목적에 다다르는 길이 바로 진정한 길이라는 것이다.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 그 목적을 자꾸 생각하면 조급해지고 힘들어진다. 의욕이 앞서 자칫 과욕을 불러올 수 있다. 과욕은 목적으로 가는 길을 힘들게 만든다. 등산할 때 왜 위를 올려다보며 걷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정상에 오른다고 생각하면 산을 오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어서 정상에 올라가야지'하는 급한 마음을 가지면 그 순간부터 산행이 힘들어진다.

 

 그것은 과정의 소중함보다 목적에 대한 욕심과 욕망이 앞섰기 때문이다. 욕심은 고정을 힘들게 하거나 파괴시킨다. 목적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과정을 중요시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무시면 목적에 다다를  수 없다. 위를 보지 않고 묵묵히 앞을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놓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목적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중략) 그러나 대부분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한다.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이는 결과가 좋지 않을때 건네는 위로의 한 방편일 때가 많다. 결과가 중요할수록 결과에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결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과정에서 성실과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그 결과가 좋아짆다.

 

 누구나 성공을 바라지만 성공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성공 자체가 인생의 목적이 아니다. 성공을 목적으로 삼으면 인생이 공허해진다. 성공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인간으로서의 소중한 임무를 다하기 위한 하나의 디딤돌이다.

 

(중략)

 

 이렇게 인생은 목적보다 과정을 어떻게 생각하는냐에 따라 달라진다. '좀더 잘했더라면'에 초점이 맞춰지면 인생은 기쁨을 잃게 되고, 이정도라도 했으니 다행'에 초점이 맞춰지면 인생은 기쁨을 잃지 않게 된다.

 

 인간은 목적을 달성한 이에게 관심을 갖지만, 신은 열심히 노력하는 이의 과저을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목적은 결과일 뿐, 목적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목적이 중요할수록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목적에 몰두하되 집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목적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그 목적에 다다른다.

- <목적을 버려야 목적에 다다른다> , 페이지 223~225

 

 

  이 책 읽으면서 느낀 건데요. 처음에는 많이 가깝게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특히 잘 알려진 분들, 김수환추기경, 성철스님, 최인호, 정채봉작가, 김용택시인 같은 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는 어딘가에서 들을 수는 있겠지만 만날 수는 없을, 조금 먼 이야기였거든요. 하지만 그 이야기를 지나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소망을 담은 글을 읽다 보면, 저의 예전 기억도 한 번쯤 살아나곤 했어요. 살아온 나이, 시대 다 다른데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는 마음이 드는 글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러니 어디쯤 부터인지는 모르겠어요. 조금씩 남은 책장이 줄어들 수록, 저도 조금씩 이 책에 마음을 가까워져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이 되는 '새해의 눈길을 걸으며'를 다 읽고 나서는, 이 책 읽기를 잘 했다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특히 마지막에 소개한 스필버그 감독의 말은 올해 제가 세운 신년 목표와 많이 비슷해서, 이렇게 살면 앞으로는 괜찮은 일생을 살 수 있겠군, 하는 좋은 기분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생각나면 읽어보려구요. 지금은 들었지만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해요. 그러니 매일이나 자주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내가 그 때 이만큼 힘들었지, 하지만 그 때는 잘 몰랐어도 지금 보면 그 때 괜찮았어, 하는 그런 날이 언젠가는 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나중에 잘 되면 이만큼 좋을 거야, 그러니... 보다, 지금 이만큼 잘 하고 있으니 괜찮아, 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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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좋은 하루 만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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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3-17 0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를 적고 싶었지만, 그러면 이 책을 읽게될 다른 분들께 읽기전에 결말을 말해버리는 것만 같아서요.^^

하늘바람 2015-03-17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긋한 하루 되셔요.

서니데이 2015-03-17 08:4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오늘도 날이 기온 높으려나봐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하늘바람 2015-03-17 0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님두요.
^^♡

해피북 2015-03-17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참 글이라는게 오묘한거 같아요
평소에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글귀로 만나면 더 깊이 다가오는 느낌
또 제맛을 모르다가도 어느날 문득
글 귀의 강렬함이 느껴져 소름돋던날들도 있고 말이죠 ㅎ 서니데이님 오늘 하루도 화이팅 하세요^~^

서니데이 2015-03-18 00:29   좋아요 1 | URL
네, 가끔 그런 느낌 들때 있나봐요.
읽을 때는 잘 모르는데, 다시 손으로 써보면, 느낌이 또 다를 때도 있어요. 때로는 읽으면서 그 순간 `반짝` 하는 때도 있는데, 때로는 한참 더 읽고 나서 라거나, 아니면 시간이 지난 다음에, 아 그 때 그 부분 하면서, 다시 뒤적여 찾는데, 못찾을 때도 있어요.^^;
해피북님, 좋은 하루 되세요.

icaru 2015-03-17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소개했다는 스필버그의 말이 너무 궁금하네요~~ ㅎㅎㅎ
서니데이 님 같은 따뜻한 하루~~ 오늘도 보내세요 ^__^

서니데이 2015-03-18 00:32   좋아요 1 | URL
많이 궁금하신가요, icaru님^^;
같은 이야기라도 스필버그 라는 사람이 말했다고 하면, 오! 하고 관심이 달라지더라구요. 음... 미리 말해드리면 약간 아쉬울 것 같은데요.^^
icaru님도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5-03-17 1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봄날씨에요.^^
즐겁고 행복한 오후되세요~

서니데이 2015-03-18 00:33   좋아요 1 | URL
어제 오늘 날이 많이 따듯하대요.
후애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나현철 2015-03-25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시인인데...

서니데이 2015-03-25 17:34   좋아요 1 | URL
제가 좋아하시는 시인의 책을 골라서 잘 되었네요, 좋은 시가 많다고 들었어요,
이 책은 에세이인데도 시인이 쓰신 거라서 그런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유리가면님, 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