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유정, 그리고 작가 김혜나(? 맞을 것 같은데)는 히말라야를 가기로 결정했다. 신들의 땅에는 대장들만 가는 거 아니야? 그러나 갈 수 있다는 말에 정유정은 후배 작가와 함께 떠날 결심을 했다. 남편의 걱정과 염려를 두고, 꼭 가야한다고 한밤중에 울어야 할 만큼 절실했다. 네팔에  도착해서 가이드를 만나고 수일간 도보로 히말라야 환상종주를 하고 돌아온다는 것이 이 여행의 목적이다.

 

 환상종주는 히말라야의 일정 코스를 말하는데, 여기에는 트래커와 가이드, 그리고 포터의 한 팀이 일정기간을 계약하고 움직인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쪽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이 길은 낯설고 사납고,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짐은 포터와 가이드가 들어준다지만, 내 발로 수십 일을 걸어야 끝난다. 운이 나쁘다면 거액을 주고 헬기든지 아니면 다른 이동수단을 통해서 하산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종주의 실패로 여겨진다. 이 길이 평탄한 운동장과 아스팔트, 아니면 가로수 정겨운 길이 아니니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일일의 비용도 적지 않다. 네 사람이 먹고, 자고, 쉬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종주를 경험하고 나면, 다시 이 곳에 오고싶어 한다니, 여기엔 무언가 마력이 있거나, 아니면 여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거나, 아니면 여기에 남겨둔 자기 그림자라도 있다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면, 잠자리도, 먹는 것도, 그리고 씻는 것도 모두 제 집처럼 익숙할 수는 없다. 그것이 여행이 주는 낯설음과 친숙한 것과의 거리감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그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것이 그리움일 때도 있다.

 

 생각해볼 때는 그렇다. 거기까지 가서는 그 곳의 이야기를, 그 시간을, 그 때만인 그 순간에 몰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렇지만, 작가는 이전의 자신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과, 어머니를 떠나보냈던 기억, 아이가 어린 시절의 기억, 작가로 글을 써갈 때의 기억, 그런 것들이 모여서 작가 정유정의 글 속으로 스며들듯이 배어 들어갔던 것들. 고단한 여행지에서 뒤척이면서 생각나는 것들은 그런 것들이다, 지난날에 두고 가고 싶었으나 두고 올 수 없었던 내가 살았던 기억들이란 그런 곳에서도 조금씩 틈 사이로 흘러나온다.

 

 신들의 땅에 그는 자기 그림자를 묻었나. 작은 병에 써 넣었던 파란 종이 속의 문장은 이전에 썼던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하나를 시작하려면 하나를 마무리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의 고된 여행길은 며칠이 지나자 익숙해진다, 그리고 여기에도 다시 헤어짐이 있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수일 동안 함께 지내다보면 정이 드는 거니까. 나중에 또 만나요, 그 말을 하는 건 그런 거겠지. 낯선 땅에서 다시 익숙한 집으로 돌아오면, 그것들 역시 과거의 기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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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7년의 밤>, <28> 을 쓴 작가 정유정의 히말라야 도보트래킹 여행기입니다. <28>을 끝내고, 글을 쓸 수 없이 소진됨을 느낀 작가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환상종주를 떠납니다. 히말라야는 자신의 책 <내 심장의 쏴라>의 주인공이 가고 싶어했던 곳입니다.

 

 

 

 

 

안나푸르나 환상종주(Annapurna Circuit)는 네팔 히말라야 산맥 중부에 위치한 안나푸르나 영봉을 끼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한 바퀴 도는 만만치 않은 트레킹 코스다. 안나푸르나의 아름다운 산과 고개를 두루 볼 수 있으며, 동부 마낭 지역과 서부 무스탕 지역의 다양한 문화도 경험할 수 있는 천혜의 여정으로, 해발 5416미터의 쏘롱라패스(Thorung La Pass)를 통과해야 하는 미션이 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도 다녀올 수 있는 트레킹 코스지만,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없이는 쉽게 도전할 수 없고 지대가 높아 고산병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 고 합니다. 이 책의 두 트래커도 중간에 고산병이었는지, 아니면 고된 일정 때문이었는지 이러한 문제를 만났습니다. 그런 심각한 문제만이 아니라도 사소한 문제, 그러니까 옆 사람은 잘 먹는데 나만 향신료 때문에 밥을 못 먹겠다 라거나, 아니면 씻고 화장실에 가는 문제처럼 여기에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았던 것들까지 거기서는 문제가 됩니다. 첫날 베시사하르에서 시작해서 나야폴에서 끝나는 여정은 17일간의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가이드가 함께 하고, 포터가 짐을 들어주지만 관광이라 할 수준이 아니라서 위험은 늘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가던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사고를 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있었으니까요.

 

  이 글을 쓴 사람이 작가이기 때문에, 이 책은 여행지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인간적인 경험과 삶의 문제를 더하면서, 또한 있었던 일을 조금 더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고 모처럼 거기까지 다녀와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힘들었지만 생각해보니 즐거웠음^^ '하기에는, 이 종주가 보통의 여행보다는 조금은 특별해보입니다.

 

 정유정 작가는 초기에는 청소년 문학에서 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에 출간된 책들은 그렇지 않은 책도 있으니까, 이 작가가 한 분야만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청소년 문학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이 등장하기에 책마다 내용은 다르지만, 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가 많습니다. 쏘롱라패스를 통과하는 미션을 가진 이 환상종주와, 그 안에서 털어놓는 기억들을 통해서, 저는 이 책을 작가 정유정의 성장기로 읽었습니다.

 

 

 

 

 

 

 

 

 

 

 

1. 28

2. 내 심장을 쏴라

3. 7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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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1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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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1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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