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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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스타벅스 일기>를 읽었어요. 이 책의 저자는 일본 문학 번역으로 유명한 권남희님인데, 그 동안 저자가 번역한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이 책의 출간이 반가웠어요. 그리고 스타벅스는 멀지 않은 곳에서도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이라서 또한 친근한 느낌이 드는 제목이었습니다.


 3년 전 반려견인 나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1년 뒤 딸인 정하가 독립하면서 50대에 혼자 생활이 시작되면서 '빈둥지증후군'이 찾아온 시기,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 매장으로 가게 됩니다. 그 이전까지는 반려견 나무가 동물병원에 있는 시간 정도였는데, 코로나19 시기로 거리두기가 있던 시기 스타벅스에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다음 다음 날도, 스타벅스에 가서 일했다. 나가는 게 습관이 되니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나가지 않으면 답답해졌다. 이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집에 있으면서도 집이 그리운 집순이인데, 정하가 취준생 때 스타벅스에 공부하러 간다고 할 때면 조용한 집 놔두고 왜 시끄러운 카페에 가는지 이해되지 않았는데, 3일만 집에 있으면 우울증이 생긴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늦었지만 완벽하게 이해했다. (p.6~7)



 스타벅스는 매장 직원이나 주변 손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자유롭고, 오픈된 장소여서 혼자 있는 방종을 막아주어 공부나 작업이 능률적이었다.

 나는 나무늘보보다 움직임이 적은 인간이었는데, 스타벅스에 다니는 덕분에 매일 최소한 왕복 2킬로미터 이상 걷게 됐다.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빈둥지증후군도 낫고 일석삼조.

 나의 스타벅스 일기는 이렇게 해서 시작됐다.(p.7)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눌 수 있는데, 겨울부터 시작해서 봄, 여름, 가을로 지나가게 됩니다. 목차의 에피소드에는 소제목만 있지만, 본문 안에서는 제목 옆에 그날의 스타벅스 음료가 같이 표시되어 있어서, 계절별 시기별로 유행하는 음료를 알 수 있었어요. 어느 시기에 별모으기 추가를 위한 미션음료를 선택하기도 하고, 무료쿠폰이나 사이렌오더, 기프트 카드 등 평소에 많이 쓰이는 것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별모으기 추가적립을 위해 미션음료를 선택하거나 프리퀀시 등 사은품을 받기 위해서 음료 선택을 하는 내용을 읽으면 아,나도!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유명한 작가님과 비슷한 점을 발견할 때엔 조금 좋았어요.^^


 스타벅스에서의 작업은 에세이와 번역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 시기 번역하는 작품에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 책들은 이미 번역이 된 시점이어서 그런지 아는 제목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매 회차별로 번역 작업이 많았을 것 같지만, 생각만큼 자주 등장하지는 않았어요. 번역중인 책에 대한 내용이나 이전에 번역했던 작가에 대한 내용을 읽을 때면 이전에 읽었던 책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우리 나라에도 매장이 많은 프랜차이즈이고, 어렵지 않게 지나가면서 매장을 볼 수 있는 공간이지만, 매번 가는 곳은 늘 비슷한 편입니다. 저자도 작업을 위해 방문하는 매장은 몇 군데 정도지만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매일 다르기 때문에, 매 회차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매번 다른 사람들입니다. 각자 서로 다른 이유로 방문하고,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비슷한 공간 안에서의 이야기도 매회차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독립해서 살고 있는 딸과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중인 어머니의 이야기도 가끔 나오는데, 가족들의 이야기는 스타벅스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편이며, 옆 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나 크고 작은 에피소드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습니다. 가족들을 포함해서 이름이 나오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가면서 한 테이블을 쓰면서 잠시 일을 하는 공간에서 연상하게 되는 단조로움이 아닌, 개인에서 보다 확장되고 다양한 이야기의 에피소드로 구성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 회차별 주문하는 음료들은 때로 이름이 너무 길어서 외울 수 없을 것 같은 이름들이 나올 때도 있었고, 계절이나 유행하는 시기를 생각하게 하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매번 같은 음료가 나오지는 않는데, 가끔씩 비슷한 음료가 나오기도 하고, 사진이 나오지 않았지만 음료의 맛을 설명한 내용을 읽을 때에는 대충 이런 맛일 것 같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스타벅스에 가서 샀던 대부분의 음료는 저자와는 달리 아메리카노 아니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또는 카페라떼 정도라서, 다음엔 여기 나온 메뉴를 한번 시도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을 시작할 때에는 반려견이었던 '나무'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이 책보다 앞서 출간되었고, 번역중이던 다른 책들도 출간된 책이 더 늘었습니다. 책 한권을 읽는 동안의 시간은 거의 일년여 정도를 지나면서 많은 이야기와 함께 한 계절이 다른 계절로 순환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앞부분 소개란을 다시 읽었는데, 저자의 번역서 제목 안에는 그동안 읽었거나 샀던 책들의 제목이 많았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책이 추가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스타벅스를 포함 커피전문점을 자주 찾지 않았는데, 요즘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가끔씩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시기 한밤중 이 책을 읽었더니 내일은 꼭 커피전문점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늘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매장에서 마시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았어요. 그만큼 재미있었고, 읽으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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