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역사용어해설사전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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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내가 살고 있는 전라북도 익산시(益山市)를 한번 보겠다. 이 『필수역사용어해설사전』에 부록으로 실린 '고대에서 현재까지 지명 변천 일람표'를 들여다보면 이곳의 지명이 현재 익산군(益山郡)이라 적혀 있고, 또한 '지명해설' 부분에서도 '전라북도 익산군'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지난 1995년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되면서 '익산시'로 개편되었으므로 이는 틀린 것이 된다. 이 같은 오류가 또 있을는지는 모르겠으나 책이 사전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까닭에 한 번에 모두 톺아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역사용어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해서 그다음에 생각난 것이 도승지(都承旨)였다. 영화 《광해》에서 주야장천 왕 옆에 붙어있던 그 도승지 말이다. 책에 의하면 그 정의는 이렇다. 도승지란, 조선시대 왕명을 출납하던 승정원의 장관으로 정3품직이며 정원은 1명이고 왕의 측근에 시종하여 전선(銓選)에 깊숙이 관여했다, 고. 한마디로 도승지는 왕의 비서기구인 승정원의 장이라 할 수 있어 오늘날의 비서실장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철저하게 왕을 보좌하는 임무를 띤다). 그렇다면 대동법(大同法)을 보자. 물론 이도 'ㄷ' 항목에 실려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동법은 각 지방에서 바치는 여러 공물을 쌀로 통일하여 내게 하는 조세법인데, 토지의 결(結)에 따라 부과하게 되어 필연적으로 양반과 지주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이를테면 소득수준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지금의 고소득자들이 갖는 심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영화에 함께 거론되는 것으로는 호패법(號牌法)도 있다. 이는 오늘날의 주민등록증과 같고 주서, 성명, 직업, 연령, 본관 등을 기입했다고 한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역사를 다룬 영화나 소설 하나만으로도 그 시대에 통용되었던 용어들이 궁금해지고, 또 얼마든지 이 책을 찾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만하다. 아, 끝으로 상참(常參)이 생각난다. 상참이란 매일 아침 대신과 중신 등이 편전에서 국왕을 배알하던 약식 조회. 어딘지 모르게 장관들이 대통령을 쉽게 만날 수 없으며 만기친람(萬機親覽)형 업무 스타일을 비판하는 지금의 모습이 묘하게 겹친다. 그도 그럴 것이 상참은 '매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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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7
무라카미 하루키.오자와 세이지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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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식이든 그 비슷한 것이든 무엇이든 간에, 나로서는 죽었다 깨도 안 될 말이다. 쇼스타코비치, 디터 체흘린의 베토벤 소나타, 힐러리 한, 야니네 얀센, 율리아 피셔, 오토 클렘페러, 이 정도가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인데, 연주에 사용된 악기 구성이 현저하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잘 구분하지도 못한다. 이를테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설명하는 부분에 '서주에 이어 도도도도 하는 거센 멜로디가 나온다'고 쓴 구절이 있다. 나는 그것을 들으면서도 이 부분인가, 저 부분인가, 하는 식으로 계속해서 헤맬 정도다. 이런 내 앞에서 클래식 이야기를 하겠다니, 하는 반신반의의 마음가짐으로 책을 펴들었다. 그런데 이 양반들, 주전부리를 옆에 놓은 채 아랫목에서 엉덩이를 지지며 미주알고주알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다. 이따금, 어, 거기, 거기야, 하면서 가려운 등짝을 내미는 것처럼. 몇 곡이라도 모아 책 출간과 함께 음반도 기획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한편, 하루키와 더불어 오자와 세이지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클래식 이야기는 그냥 넘어갈 때도 있고 때때로 그건 그래, 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했지만 희끗희끗한(실은 반백에 가깝다) 아저씨의 사람됨만은, 특히 음악에 관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짐짓 비밀스레 느껴지기도 하는 무대 밖 이야기도 역시 좋은데, 하루키가 그의 소설 속에 음악 이야기를 단 한 문장이라도 쓰지 않는 날이 오기나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기도 한다. 실로 그 때문에 알게 된 음악도 꽤 되니 말이다. 물론 종국엔 그런고로 이 책이 만들어졌다고 봐야겠지만……. 만일 하루키가 자꾸만 자신을 문외한이라 칭하지 않고 진행된 일방통행이었다면 모르나, 담백한 제목처럼 클래식 한 소절이라도 들어봤음직한 사람이라면 썩 괜찮은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어딘지 모르게 두 사람의 '합'도 나쁘지 않고. 때로는 모호한 부분도 있고 때로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곳도 있어 가만가만 읽다 보면 앞서 말했듯 정말이지 옛날이야기 한 자락을 듣는 것만 같다. 나로 말하면 하루키 스스로 문외한이라 일컫는 것보다도 훨씬 이쪽 이야기에 전무후무한 무(無)지식을 자랑하지만, 클래식은 이런 거야, 이 부분은 이렇게 들어야지, 가 아니라 주먹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실제로 둘의 대담 사이에 그런 장면이 나온다) 설렁설렁 읽기만 해도 기분이 묘해지기 일쑤다. 도톰한 이불 속에 들어앉아서라면 더욱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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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수다 떨기 1 명화와 수다 떨기 1
꾸예 지음, 정호운 옮김 / 다연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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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부터 카라바조로구나. 누명인지 무엇인지, 하여튼 살인범이 되어 도망자 신세로 지낸 그 카라바조다. 제멋대로인 성격과 정서불안으로 설명되곤 하는 그의 ‘뎅강 잘린 목’이 기억에 남는다.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이라고 이름 붙여진 작품인데, 나는 목의 주인이 배우 휴 잭맨을 많이 닮았어, 라고만 생각할 뿐 그림의 이름이나 제목은 전혀 알지 못하던 차였다. 카라바조는 살인범, 도망자, 기사, 탈옥수를 전전하다가 우스꽝스럽게도 열병에 걸려 숨졌다. 그러고 보니 <세례 요한의 목을 벰>에 피로 등장하는 그의 유일한 사인은 어찌 보면 다잉 메시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동시에 그것이 사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기도 하고. 책에는 고흐를 비롯해 세잔, 르누아르, 렘브란트 등이 나오는데, 내 개인적 취향을 다시 한 번 알게 되는 순간이다. 사실적인 묘사는 물론이거니와 찰나의 포착이 좋은 그림에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그런 측면에서라면 역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카라바조를 으뜸으로 꼽는다. <카드 사기꾼>은, 지난 소더비 경매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바로 그거다(어쩐지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발군이다. 사기꾼 중 하나는 속임수를 쓰기 위해 허리 뒤춤에서 여벌의 카드를 꺼내고, 나머지 하나는 꾐에 넘어가는 남자 뒤에 서서 손가락으로 그의 카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빤히 쳐다보는 튀어나올 듯한 눈알과 이맛살, 시옷 자 입매가 인상적이다(거기다 구멍 난 장갑까지!). 붉은 입술의 청년은 뭔가 좋은 패가 들어온 것 마냥 미소가 번지기 일보 직전인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카라바조의 그림에 완전히 빠져 이곳저곳을 들쑤신 끝에 결국 찾아내고야 말았다. 도저히 방에 걸어둘만한 공간이 없는데도 주문할까 말까를 계속해서 고민하는 이 멍청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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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 쉽고 재미있는 우주론 강의
이종필 지음, 김명호 그림 / 동아시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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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이 영화를 보았을 리 만무한 사람이라도 무리가 없고, 하물며 과학 공식 혹은 기초과학에 대한 상식이 없어도 별 탈 없을 듯하다. 굳이 해당 영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읽어봄 직한 책인 것은 물론이고. 어렵지 않게 풀어낸 글과 역시 복잡하지 않은 그림이 주는 설명만 잘 따라가면, 학창시절 느꼈던 고뇌에 찬 과학 교과서가 준 너저분함 없이 흥미로운 알맹이만 쏙 빼 먹을 수 있다. 자살행위(실제로 피겨 평론가가 이렇게 표현했다 한다)에 비견할만한 진입속도를 자랑하는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의 점프와 회전으로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영화 《인셉션》으로 중력과 관성과 그것들의 상쇄를, 중력이 강한 곳에서 시간이 느려지는 이유를, 왜 별빛이 일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밝아졌다 어두워지는지를, 그리고 성냥개비로 알아 본 덧차원의 개념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한때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며 읽힌 적이 있었다. 물론 이 책이 그것과 같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적어도 과학과 우주의 접목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어느 쪽이든 박수를 줄 만하다. 특히 『코스모스』에 비해 이 책은 더욱 오밀조밀해서 흡사 비밀스럽고 난해한 십자말풀이를 맞닥뜨린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지금도 영화 《백 투 더 퓨쳐》의 맥플라이를 기억하고 얼마 전 완성된 모습을 갖춘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그리워하면서, SF를 우리말로 옮길 때 항상 '공상'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을 아쉬워한다. 사람들은 영화 《인터스텔라》를 두고 저 옛날 우주로 날아간 라이카처럼 주먹구구식(이렇게 표현해서 미안하지만)이 아닌 대단히 현실적이라고들 한다. 지금도 'SF'의 번역이 이상하게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책이건 영화건 보다 공상적이지 않은 형태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소설은 소설일 뿐, 영화는 영화일 뿐. 이런 인식이 갈수록 사라지고, 이야기가 현실적이지 않으면 허무맹랑한 것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면 그에 따른 흥미가 생겨 관련 자료를 들쑤시고 싶은 생각도 드는데,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는 그런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하겠다. 처음 언급했듯이 물론 나처럼 영화를 보지 않아도 상관없고 그것과 결부 짓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책을 읽을 약간의 시간만 할애하면 된다. 그러면 등가원리가 뭔지, 허블법칙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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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집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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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레싱이나 아이라 레빈스럽게― 기괴한 모양으로 뒤틀린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가족이란 무지막지한 명제를 끌어다 쓴 수작 중의 하나라 할만하다. 특히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내 가족과 겹쳐 보였던 까닭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동시에 함께 밥을 먹으며 지낸다는 사전적 측면에서 보건대, 사실 혈연이든 아니든 간에 얼마든지 가족이 형성될 수 있는 현실세계는 정말이지 그럴싸해 보인다. 오죽하면 식구라는 말의 의미가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으로 풀이되고 있을까― 따라서 한자도 ‘食口’라 쓴다. 누군가는 홀로 요양원 수발을 하고, 누군가는 돈을 내며, 누군가는 종교문제로 다투는가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소소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딱히 손에 잡히는 유형의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가족 내부 공동체에서는 언제든지 무형의 분란과 어두컴컴한 그림자가 존재할 수 있다. 도저히 화해의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가족이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에서 미약하나마 웃음거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해 볼 수도 있겠으나, 어딘지 모르게 나는 이 소설에서 당최 그런 것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물론 외양만 보자면 일견 가벼운 느낌의 티격태격함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앞서 말했듯 가족이란 언제나 외부의 것들과는 단절되어 있는 공동체인 까닭이다. 마치 섬에 갇혀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때문에 다툼거리가 생기면 언제든 그 갈등은 공동체 내부에서 삭여야만 하건만, 대부분 하나의 갈등은 그대로 없어지지 않고 얼마든지 새로운 갈등으로 대체되곤 한다. 이 갈등은 저 갈등을 가져와 없앨 수 있지만 새로 발생한 문젯거리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해야만 소멸될 수 있는 거다. 그러므로 꾸준히 그리고 단속적으로 일어나는 갈등은 외부와 차단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소화해내야만 할 텐데 그것이 말처럼 쉬울 리 없다. 더군다나 그 좁디좁은 공간 안에서는 마치 정치꾼들처럼 편을 가르는 등의 계파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이처럼 이 영원한 평행선을 구부릴 수 있는 실마리는 좀처럼 찾아내기가 힘들지만, 희한하게도 때때로 외부의 공격에 맞서는 순간이 오면 그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언제 그랬냐는 듯 단결력을 과시하기도 하고…….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이해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 그건 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것일 게다. 그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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