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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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에 걸친 경찰소설. 이제껏 읽었던 경찰소설이랄까, 경찰이 등장해 주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소설이라면 그중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과거 두 권으로 나왔던 것이 새롭게 단권으로 합본되어 재출간되었다. 「단속할 상대를 닮아가는 게 형사다, 강력범을 상대하다 보면 강력범처럼 되고 사기꾼을 상대하면 사기꾼처럼 된다」ㅡ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인물, 안조 세이지의 입을 빌린 말이다. 어차피 처리할 수도 없는 압수품(양담배)을 적당히 나누어 갖는 것에도 거리껴하며 시민의 편으로서의 경찰관이 되고 싶다던 남자. 과연 그는 강력범도, 사기꾼도 되지 않고 올바른 윤리에 입각한 경찰이 되었을까? 어느 날 공원 연못에서 남창(男娼) 하나가 시체로 발견되고 사건은 미결로 남게 되는데, 몇 년 후 젊은 국철 직원도 변사체로 발견되어 이 또한 쉬 해결되지 않는다. 안조 세이지가 알게 된 것은 죽은 그들이 경찰과 접촉하고 있었다는 것뿐. 시간이 흘러 사찰 주재소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바로 그 사찰에서 발생한 화재를 맞닥뜨리게 되고, 지난날 죽은 자들과 접촉했을지도 모를 경찰을 봤다는 목격자에 의해 잠시 화재 현장을 벗어난 뒤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28년 후, 그를 따라 경찰이 된 아들 안조 다미오. 우연찮게 수십 년 전 아버지를 잃었던 화재사건 당시에 찍힌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지만 그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안조 세이지는 자살, 그의 아들 다미오는 순직. 그 결정적인 사진으로 말미암아 아버지의 죽음에 수상쩍은 기분이 들었을 찰나였다. 또 한 번 시간이 흐른다. 세이지의 손자이자 다미오의 아들, 안조 가즈야. 공안부의 잠입수사를 진행했던 아버지 다미오처럼 그 역시 상관의 비위를 캐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안조 다미오와 안조 세이지의 죽음의 진상이 점차 그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사키 조는 당시 『경관의 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을 수상하게 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과연 이 소설을 적확히 '미스터리'라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실 소설은 안조 세이지와 안조 다미오의 죽음에 대한 부분보다 삼대 경찰관이 겪는 개개의 사건들의 세밀한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으므로. 아마도 전후 일본의 현대사를 훑는 스토리로 인해 당시 일본인들의 심리를 토닥이기도 했던 점이 높이 평가되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나 독자의 입장에서 소설의 수상 이력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면 내 쪽에서는 전혀 구애되지 않는다. 때문에 『경관의 피』가 어떤 상을 받았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이번 합본판이 출간되고 나서야 위에서 언급한 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을 정도니까. 『경관의 피』는 당시 패전국인 일본의 정서라는 점을 걷어내고 나면 정말 잘 쓴 소설임에 틀림없다ㅡ 그 반대라면 그렇지 않은 것이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지만. 반드시 경찰이 아니더라도 사회조직이란 구조와 틀을 빼어나게 묘사했고 가부장의 성질을 잘 그려냈으며 또 그런 방식으로 읽혀야 한다. 물론 떼려야 뗄 수 없을 것만 같던 이 두 가지 명제는 갈수록 옅어지고는 있으나 그럼에도 사회와 조직을 유지하는 데 있어 좀처럼 갈라서지 못하는 부부와도 같아서, 하나의 조직은 조직원(개인)으로 하여금 사회라는 톱니바퀴의 한자리를 내어주기도 하고 때때로 스스로 벽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은 내 뒤에 올 사람(자식, 후배)이 잇는다, 그리고 그 사람 뒤에는 또 다른 세대가 기다리고 있다, 톱니바퀴는 그렇게 맞물려 돌아가야 하고 이 빠진 부분이 생기면 즉시 보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조직이며 하나의 사회다. 『경관의 피』는 그러한 맥락에서 접근해 일종의 연대기를 써내려간 것이나 다름없다. 마침 단권으로 새 단장을 했으니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좋은 기회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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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와 반문화 - 60년대, 잃어버린 유토피아의 추억
크리스티안 생-장-폴랭 지음, 성기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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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제의 불평등적 문화와 모순이 반문화를 등장시킨 것일까, 아니면 신좌파의 경향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반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어차피 같은 의미일지도). 어쨌든 지극히 사적이고 대안적이며 대항적인 히피가 하나의 부류 혹은 부족의 개념으로 대두되었던 것은 사회불안과 청년들의 실의에서 촉발했다ㅡ 역사와 문화가 돌고 도는 것이라면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새로운 히피들이 탄생하기 딱 좋은 시점이리라. 자유스런 옷차림과 사고방식, 섹스 또는 난교, 약물, 반전(反戰)의 아이콘, 그리고 학생과 청년. 히피(hippie, hippy)가 아무 곳에나 엉덩이(hip)를 깔고 앉는다 하여 얻은 명칭이므로 1.아무것도 하지 않음, 2.쓸모없음의 쓸모, 3.무용지물의 중시ㅡ 이러한 맥락이니 '필요' 혹은 '필수(적)'란 단어의 사용은 다소 거리끼게 된다. 물론 유행 따라가기, 시류에 편승하기, 어쩔 수 없이 따른 소비사회의 습성으로 보건대 그들은 목가적이라기보다 질풍노도의 청소년 쪽에 더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시티를 거부하고 플라워 시티(플라워 파워)를 추구하며 집단유희, 열린 공간, 계급(화)의 부정ㅡ 그들 스스로도 그렇거니와 그들이 벌였던 모임과 회합, 축제의 성격 역시 구체적이고 육체적인 동시에 또한 소비(소모, 일회)적이어서 내부로부터 발생한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폭력과 약물, 그 인공낙원, 환각세계ㅡ 이 또한 정치적 억압과 기성문화에 저항하고 새로운 쾌락과 자유를 부르짖기 위해서였다지만 결국 폭력과 마약은 그들 자신을 현실세계에서 멀리 떨어뜨려놓는 수단으로도 작동하지 않았던가. (비틀스의 광팬이던 찰스 맨슨이 교도소에서 기타를 배우기도 했고, 그런 비틀스는 「LSD」를 불렀으며, 또한 찰스 맨슨의 성을 딴 마릴린 맨슨이 「IDLTD[I Don't Like The Drugs(but the drugs like me)]」란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도 재미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에 의하면 오렌지주스 4분의 1컵과 설탕 1컵을 마시면 LSD의 환각에서 깨어날 수 있었단다) 전립선암으로 생을 마감한 프랭크 자파, 특이하게도 베이스가 없었던 도어스, 기타 화형식을 벌인 지미 헨드릭스 등, 1967년 미국에서 팔려나간 음반의 3분의 2가 록이었다고 할 만큼 반문화(혹은 프린지컬처에서 대중문화로의 이전)를 말하며 록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고, 케루악의 『길 위에서』가 지금도 빠르고 명백히 읽히는 것 또한 청년과 해방이라는 맥락에서 버릴 수 없는 주제들이다. 그러므로 반문화가 기존의 대중문화와 대치되면서도 그것에서 얻는 이점(특히 기존 지침의 틀 위에서)이 있었고 동시에 자유를 추구하던 투쟁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서 영원히 뒤죽박죽이면서도 매혹적인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 자기모순도 있었으나 다만 결과를 예측하지 않고자 했다는 점 또한 독특했다. 해방, 확산, 혁명, 부흥, 발전, 진보. 이 모든 것이 반문화의 결정(結晶)이었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 씁쓸한 것은, 미국(에만 한정)의 6, 70년대는 그야말로 에너지틱하고 다이내믹한 맛과 멋이 있었고, 내가 나고 자란 8, 90년대만 하더라도 꽤나 흥미로웠던 것에 비해, 밀레니엄 후 10년도 더 지나버린 지금은 영 아름답지 못한 것투성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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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복종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지음, 심영길 외 옮김 / 생각정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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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저 유명했던 격문에서 '부끄러운 공포'를 언급했다. 용감한 자와 겁쟁이, 배신자, 부패한 인간,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자……. 그런가하면 만델라는 권력의 이름으로 자유인 신분을 얻을 수 있었을 때 ㅡ 「나는 나가지 않겠다. 당신들에겐 나를 석방할 힘이 없다.」 ㅡ 자신의 자유 의지를 굳건히 했다. 그리고 이 『자발적 복종』의 역자는 라 보에시의 주장을 위해 프랑스 혁명기의 웅변가 피에르 베르니오의 연설을 인용한다. 「독재자가 커 보이는 것은 우리가 그의 무릎 아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어선다면, 그는 더 이상 우리 위에 있지 않을 것이다.」 라 보에시와 같은 사람을 우리는 종종 사고뭉치, 불평분자, 사회부적응자, 빨갱이라 부르곤 하나, 이것은 그와 같은 자들이 냉소, 무질서, 빈정거림 등으로 점철되어 있을 때에만 비아냥거릴 심산으로 내뱉을 수 있는 단어들에 불과하다. 반대로 전대미문의 뻔뻔함과 역겨운 입놀림은 독재자를 한층 비열하게 하는 동시에 침묵하는 대중으로 하여금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러나 보라, 무엇인가 정의로운 것(들)을 실현키 위해 움직이는 투쟁은 이처럼 시대를 건너 영원히 썩지 않을 좋은 사례가 된다.




말에 재갈을 채우면 처음에는 재갈을 물어뜯다가 나중에는 익숙해져 재갈을 갖고 장난질한다. 말에 안장을 얹으면 처음에는 격렬하게 반항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신을 짓누르는 무거운 장비와 장신구를 뽐낸다.

ㅡ 본문 p.81




라 보에시는 말한다. 사람들은 자유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원하기만 한다면 취득할 수 있고 원하기만 하면 쉽게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p.50) 자유란 이 담배에서 저 담배로 불을 옮기듯 마음대로 조몰락거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욕을 당하고, 믿음이 꺾이고, 분노에 휩싸이며, 위선의 권력을 목도한 채 항의하지 않는 것은 그저 먼발치에 서서 시시껄렁한 야유를 보내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때때로 정의와 자유를 원하는 것이 죄악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지금의 세계는 우리에게 재갈과 안장에 길들여진 말 흉내를 내도록 한다. 「피리로 새소리를 내는 사냥꾼에 속아 쉽게 잡히는 새와 맛있는 지렁이를 끼운 낚시꾼에게 더 빨리 입질하는 물고기가 사람들 중에는 없다고 생각지 마시라.」(p.94) 왜 그런가? 독재(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수작을 걸며 접근하여 그들(우리)을 나약하게 만든다. 그런고로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선거철이 되면 '투표 호갱'이 된다. 본디 우리의 것이었음을 망각한 자들이 달큼한 것을 대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때문에 동시에 벌어지는 일ㅡ 아주 끔찍한 일이다ㅡ 자발적 복종을 뿌리치려는 사람들은 권력과 독재에 반항하는 불순분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바로 그들과 같은 국민(대중)으로부터 말이다. 과거 박정희가 유신(維新)을 계획하고 결과를 물어보자 망설임 없이 유신(幽神)이라고 답해 정부기관에 끌려가 곤욕을 치르기도 한 어느 유명한 점술가의 일화가 생각나기도 한다.




폭군이 나눠준 미약한 선물은 사실 독재자가 먼저 그들에게서 탈취해간 것을 일부 돌려주는 것일 뿐인데 어리석은 백성들은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ㅡ 본문 p.96




불꽃에 달려든 나비는 결국엔 타 죽고 만다. 이것은 독재와 그것에 자발적 복종 태도를 취하는 쪽 모두에 해당하리라. 그러나 우리는 타 죽기 전에 먼저 적응한다. 이 적응은 대단히 위험한 물건으로, 우리는 자발적으로 재롱부리는 말을 자처하면서 무시무시한 철퇴만 아니라면 감히 발버둥 칠 마음을 먹지 않게 된다. 그와 동시에 독재자는ㅡ 선거로 권력을 쥔 지배자들은 민중을 마치 사나운 황소를 길들이듯 취급하고, 정복자들은 백성을 노획물로 여기며, 권력을 세습받은 자들은 백성을 그들의 당연한 노예로 간주한다.(p.65) 지금의 한국사회를 보자. '득도' 혹은 '달관'이란 단어가 성인(聖人)의 그것이 아니라면 이것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앞서 말한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적응'과 다른 말이 아니라는 것에 나는 주저 없이 동의할 수 있다. 지긋지긋해 얼른 끝내버리고 싶다는 순 엉터리 같은 위축된 현실이,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가 충실한 노예임을 증명케 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오늘도 우리는 누구 말마따나 '오른손으로 주는 척했던 것을 왼손으로 거두어들이는 것'을 판단하지 못한 채 자발적인 복종에 발을 디밀고 마는 기이한, 아주 기괴한…… 이 빌어먹을 복종! 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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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의 풋라이트
찰리 채플린.데이비드 로빈슨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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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반듯한 콧수염과 중절모로 해학과 풍자의 신화가 된 찰리 채플린. 『채플린의 풋라이트』는 그의 전기도 아니며 온전한 삶의 궤적을 두루 훑지는 않으나, 그가 제작했던 영화 《라임라이트》의 모태가 된 소설 『풋라이트』를 통해 채플린의 고단한 생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의 유일한 (자전)소설에는 왕년에 잘나가는 배우였던 남자 칼베로와 그가 자살의 늪에서 구한 어린 여인 테리가 등장한다. 칼베로의 보살핌에 테리는 발레리나로서의 삶을 피우게 되지만 정작 그를 구해준 남자는 시들어가기만 할뿐 좀처럼 자신의 삶을 깨고 나아가지 못하고, 훗날 생애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죽어가는 칼베로의 눈에는 관객 앞에서 춤을 추는 테리의 모습이 달의 여신 디아나로 현현된다. 그러나 끝내 광대 칼베로의 머리엔 의사의 손에 의해 조용히 흰 천이 덮인다. 이처럼 소설 『풋라이트』는, 그리고 영화 《라임라이트》는 관객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물간 배우의 고달픔을 그린다. 예전엔 위세를 떨쳤으나 지금은 초라한 광대일 뿐인 칼베로, 채플린은 칼베로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했다. 두렵고 무상한 시간의 흐름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ㅡ 오래전 DVD를 구해서 보았는지 어쨌는지ㅡ 칼베로의 대사로 기억한다ㅡ 이 '시간'에 관한 문구가 어렴풋이 기억나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기어이 찾아내고 말았다. 「Time is the best author. It always writes the perfect ending.」 한국어로 옮기자면 「시간은 최고의 작가이지. 늘 완벽한 결말을 쓰거든.」 정도가 될 듯싶다. 이 말을 글로 쓰고 보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채플린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우리 삶의 보편성이 얼마나 슬픈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로만 그를 기억하고 있을지라도 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꼭 같은 의미를 품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숨을 거둔 채플린은 생전 '영화는 나무와 같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나무를 흔들어대면 모든 느슨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떨어져 나가고 결국 본질적인 형식만 남게 된다는 의미다.(p.271) 비단 영화(제작)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는지 모른다. 『라임라이트』에서 흐르는 구슬픈 「테리의 테마」와 함께 채플린의 ㅡ 그의 영화와 삶, 그리고 우리의 삶 ㅡ 희비극은, 찬란함과 애달픔을 모두 지닌 오늘날의 우리로 하여금 화려한 조명 뒤 쓸쓸한 뒷모습을 되살려낸다. 과거 코미디언 박명수가 끄집어낸 역발상 또한 그런 맥락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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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치론>
꾸준히 개정판이 출간되는 책에는 이유가 있다. 특히 이번 판본에는 밀레니엄 이후의 세계질서의 구조적 변화 혹은 새롭게 부상하는 패권과 그에 따른 국제 정시 등 오늘과 가장 가까운 날들의 세계 모습을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역시 움베르토 에코처럼 직업이 다양하다. 생전 그가 했던 강의 등의 녹취록이라는데, 출판사의 설명대로 그의 유고인 셈일 것이다. 바르트라니, 당연히 읽어야지.



<공평한가?>
판결을 비평한다, 라는 관점에서 보면 작년에 출간된 <올해의 판결>와 어쩌면 비슷한 맥락일지도. 논리와 비논리, 국민의 법 감정, 법원의 위상,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한다.



<마일즈 데이비스>
나는 마일즈 데이비스 하면 <카인드 오브 블루> 정도밖에는 알지 못한다. 그가 왜 재즈의 거장으로 추앙되는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 궁금하고 또 궁금한 것투성이이다. 물론 재즈 이야기도 흥미롭고.



<수학의 파노라마>

수학자들과 그들의 핵심 아이디어를 담았다는 책. 미리보기를 통해 본문을 살짝 엿보았는데 내지 구성도 좋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당연지사. 숫자로 이루어진 무한한 상상력, 그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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