횔덜린의 광기 - 거주하는 삶의 연대기 1806~1843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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횔덜린이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약물을 복용하고 목수의 보살핌을 받을 때 괴테는 극장에서 오페라를 보고 결혼도 한다. 아감벤은 의도적으로 괴테의 연대기를 함께 적어 놓은 거다. 횔덜린 자신도 짐짓 괴테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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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독약 창비세계문학 28
엔도 슈사쿠 지음, 박유미 옮김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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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호러를 원한다면.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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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르의 거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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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산속의 불곰과 사냥 이야기로 출발했는데 어느덧 <에일리언>, <전설의 고향>의 '내 다리 내놔', 일본 신화의 '요모츠시코메', 로빈 쿡스러운 의학 호러가 한꺼번에 믹스돼서 흘러간다. 띠지 문구처럼 무서워도 너무 무섭다….

(띠지는 보통 버리는데 이 블랙핑크 띠지는 색감이 이뻐서 일단 킵)

원제는 '요모츠이쿠사'
ヨモツイクサ(黃泉軍)

영화 <사랑과 영혼>(원제: ghost)과 <미녀 삼총사>(원제: charlie's angels)처럼 국내로 들여오며 제목 바꾸기 모범 사례 중의 하나가 될 것.

민속학 호러를 아궁이 삼아 불을 때서는, 테크노 스릴러를 총총 썰어 넣고 이토 준지 풍 양념으로 간을 한 뒤에, 내가 정녕 이 결말을 마음에 들어하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맺음으로 끝내버리고 만, 기이한 소설. 개인적으로 최근 읽은 <긴키 지방의…> 보다는 좋았다.

공포의 매력은 '안전하게 그것을 추체험할 수 있는 것'이란 작가의 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있는 자신은 현재 '안전한 상태'에 있으므로 — 감상자가 직접적으로 위험에 빠져있지 않기 때문에 — 공포 그 자체를 매력으로 느끼고 거기서 무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는 뜻일 터.

상당히 오래된 영화 <아라크네의 비밀> 이후 매력적인 '거미 이야기'를 접한 경험이 거의 없었는데 치넨 미키토의 <이메르의 거미>는 그중에서도 꽤 수작이라 생각한다. 홑눈 8개, 다리도 8개… 읽는 내내 괜히 몸 여기저기가 가려운 것 같아서 혼나긴 했지만 근래 읽은 호러 중 거침없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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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농성
구시키 리우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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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출간을 맞아 진행된 작가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소년 농성>이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했다는 걸 완독한 뒤에야 문득 느낀다. 인식하지 못했는데 쪽수를 확인하니 5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었으니까. 그만큼 가독성이 좋고 지루할 틈이 없다. 식당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이지만 경찰 쪽의 상황과 교차되며 시선이 분산되고 그때그때 분위기의 환기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리라.

소설은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시작하다가 <네고시에이터>의 모습을 띠고 나아간다. 살해된 어린아이의 시신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범죄가 발생했을 때 최우선으로 소환되는 용의자('유주얼 서스펙트'라는 단어 자체가 이를 의미한다 — 해당 지역 내의 전과자 등)로 한 불량 소년이 지목되고, 그는 경찰의 권총 한 자루를 탈취해 또래의 종범과 함께 식당을 점거, 농성에 들어간다.

그 닫힌 장소는 불우한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인질은 식당 주인과 아이들 몇. 흥미로운 포인트는 탈취한 총을 든 소년의 '요구 조건'과 '음식 조리'다. 어떤 장치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소년 농성>에는 식당 주인의 요리 과정이 심심찮게 묘사되고 있다. 장시간의 농성에 따른 허기라는 측면에서, 또 무대가 음식점이니만큼 이는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건 앞서 언급한 작가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다. 예컨대 학대를 받으며 지낸 아이들 — 평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 — 불우한 아이들에게 잘 차려진 정식 같은 음식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 따라서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무대라는 것과 잘 맞아떨어지며 가정 학대, 돌봄과 빈곤 문제 등이 소설의 주제로서 자연스레 연착륙한다.

동시에 소년은 요구한다. 자신은 범인이 아니니 진범을 찾아내라고. 이 지점에서 빤한 결과로 가는 건 아닌가 하고 내심 염려가 됐다. 그러니까 그 말대로 진범을 찾고, 인질들의 스톡홀름 증후군과 함께 용의자 소년의 불우한 성장 과정의 부각…… 물론 어느 정도는 맞다. 그런데 <소년 농성>은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교집합 속 미묘한 위치에 서 있다. 위에 적었듯 두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찰의 조사로 속속 드러나는 추하고 안타까운 탁상행정과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는 청소년 문제 등이 기묘한 맥놀이가 되어 그려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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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자면 이 소설에는 욕설이 꽤 많이 나오는데 해당 일본어 표현이 좀처럼 없거나 한국보다 무미건조(?)한 관계로 이걸 어떻게 살리는가 하는 것을 번역의 주안점에 둘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말맛을 살리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우니 — 하물며 최근 청소년의 그것이라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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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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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모형 정원의 순례자들'. 내용은 한국어 번역 제목처럼 공포나 호러 분위기를 띠진 않는다. 상자 속 미니어처 정원을 들여다보며 관찰하는 것으로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는 판타지 세계로의 진입이라 봐야하겠다.

수록작들에는 일종의 '도구' — 도라에몽의 도구처럼 — 가 등장한다. 영화 <맨 인 블랙>의 캐비닛 속 세상 같은 미니어처 세계가 펼쳐지는 상자, 시간을 이동하는 은시계, 일정 시간만 지속되는 접착제, AI 로봇 머리의 프로펠러…… 이런 도구들을 이용해 소설 속 세계가 비틀린다(단 이 방식이 모든 단편에 뚜렷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작가 본인이 이 소재를 포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꽤 매력적인 것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보다 더 유기적인 재미가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각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다른 세계를 경험하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인물이 살아가는 세계를 그리거나, 혹은 아예 본격적으로 판타지를 표방한다(한국판 제목처럼 첫 번째 단편의 주인공이 상자를 열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이야기는 없다).

그러면서 단편 사이마다 '이야기의 조각'이라는 이름의 브릿지(라는 표현이 어떨는지)랄까, 막간에 삽입된 짧은 이야기가 윤활유 역할을 하며 소설의 전체상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것들끼리도 서로 이어져 끝에 가서는 대단원의 막을 멋지게 닫을 수 있도록 소설 전체를 조율한다.

첫 이야기 '상자 속 왕국'에서 시작된, 상자 속 미니어처 세계로 들어간 어린 소녀로부터 촉발된 이후의 세월들, 은시계를 이용해 마음대로 시간을 이동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가 있다는 듯 정체 모를 것들에 쫓기는 남매, 첫 번째 단편에 등장했던 인물의 자손이 발명한 기이한 물건, 이상하리만치 직감이 좋은 소년, 메모리만 이동하며 겉모습을 갈아치우는 AI 로봇…… 그리고 그 끝에 선 인류의 실패와 도전, 바로잡음, 다시 또 공존.

이 유구한 시간의 흐름은 결국 끊임없이 구르는 수레바퀴마냥 윤회의 그것을 표현하려는 것일까. 소설 말미의 맺음말로 보건대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좋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환상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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