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산속의 불곰과 사냥 이야기로 출발했는데 어느덧 <에일리언>, <전설의 고향>의 '내 다리 내놔', 일본 신화의 '요모츠시코메', 로빈 쿡스러운 의학 호러가 한꺼번에 믹스돼서 흘러간다. 띠지 문구처럼 무서워도 너무 무섭다….(띠지는 보통 버리는데 이 블랙핑크 띠지는 색감이 이뻐서 일단 킵)원제는 '요모츠이쿠사'ヨモツイクサ(黃泉軍)영화 <사랑과 영혼>(원제: ghost)과 <미녀 삼총사>(원제: charlie's angels)처럼 국내로 들여오며 제목 바꾸기 모범 사례 중의 하나가 될 것.민속학 호러를 아궁이 삼아 불을 때서는, 테크노 스릴러를 총총 썰어 넣고 이토 준지 풍 양념으로 간을 한 뒤에, 내가 정녕 이 결말을 마음에 들어하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맺음으로 끝내버리고 만, 기이한 소설. 개인적으로 최근 읽은 <긴키 지방의…> 보다는 좋았다.공포의 매력은 '안전하게 그것을 추체험할 수 있는 것'이란 작가의 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있는 자신은 현재 '안전한 상태'에 있으므로 — 감상자가 직접적으로 위험에 빠져있지 않기 때문에 — 공포 그 자체를 매력으로 느끼고 거기서 무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는 뜻일 터.상당히 오래된 영화 <아라크네의 비밀> 이후 매력적인 '거미 이야기'를 접한 경험이 거의 없었는데 치넨 미키토의 <이메르의 거미>는 그중에서도 꽤 수작이라 생각한다. 홑눈 8개, 다리도 8개… 읽는 내내 괜히 몸 여기저기가 가려운 것 같아서 혼나긴 했지만 근래 읽은 호러 중 거침없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