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작가 - 43인의 나를 만나다
장정일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의 말대로 나는 아직 신문이라고 하면 4절지에 인쇄된 종이 신문을 떠올린다. 윤전기 속을 지나 현관 앞으로 배달되는 바로 그 여러 장의 종이 뭉치. 그리고 거기에서 변형된 인터넷 미디어를 이야기하며 김어준을 인터뷰한다. 김어준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고민 일반에 대한 대략의 공통분모를 알게 되었다 한다. 하나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또 하나는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자신이 겪는 고통만 각별하다고 느끼는 것. 그러면서 말한다. 자신은 본능주의자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생겨 먹은 대로 사는 것이 장땡이란 간단한 주의. 나도 그와 판박이라면 판박이라 할 수 있겠으나 자존감 면에서만큼은 다소 떨어지는 것만 같다. 내 나름의 개똥철학은커녕 삶에 대한 미련 또한 별반 크지 않으니 말이다. 장정일은 자신이 만났던 저자 전체가 자신의 편견이자 그의 존재 증명(알리바이)이라 털어놓는데,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장정일 본인이 되고 싶었던 꿈을 이룬 사람들이거나 그가 바라보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다. 다시 한 번 인용하겠다. 책 후반쯤 등장하는 김용규(이 부분을 읽기 전까진 그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에 따르면 고대로부터 철학에 주어진 주요 업무는, 인간의 삶과 세계의 다양성 속에서 또한 영속하는 시간 속에서 부단히 명멸하는 환영들을 관통하며 불변하는 '그 어떤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나는 한 가지를 더 생각한다. 그 철학을 하는 철학자들은 철학이 보여 주는 것을 실제로 그 자신들이 보여주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자면 행동하는 철학자, 즉 철학자들은 행동해야 한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이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써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 또한 행동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장정일이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가 부러워할 만한 인상을 품고 있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 그들처럼 살아가고 싶다, 왜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들처럼 행동하지 못했을까, 하는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기고 만다. 『장정일, 작가』의 부제는 '43인의 나를 만나다'이다. 그가 만난,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오롯이 나 자신이란 의미에서 그럴 터다. '나'와 '너'가 다름이 아니며, 그러므로 여기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은 의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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