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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ㅣ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인생이 자신을 지겨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스스로가 인생을 지겨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하긴 하지만 어찌 됐든 깨끗하게 죽어 버리기로 하고 잠이 들었는데 이튿날이 되어 눈을 뜨고 또 그것이 도돌이표 시간표마냥 반복된다면 단순히 지겨워하는 것을 받아들인 채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 바보 같은 100회 생일 기념 파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양로원을 탈출해야 한다! 아무리 개똥철학이라도 철학은 철학인가? 정치란 수렁 피해 가기 게임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지만 알란은 그 진창을 향해 이미 한쪽 발을 넣은 지 오래고 그의 뒤를 쫓는 자들은 죄다 족탈불급이 되어버린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프랑코, 트루먼, 마오쩌둥, 스탈린, 김일성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그런 자를 찾아낸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므로. 일견 요른 릴의 (국내 번역이) 완결되지 못한 소설 같기도 하지만 이쪽은 스케일이 엄청나다. 뭐, 대단하거나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자면ㅡ 전라도 사투리로 '부앙부앙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꽤나 공을 들였는지 읽는 도중 파안대소를 할라치면 누가 나를 미친놈 취급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부앙부앙하게' 재미있다. 줄거리를 늘어놓기란 또 얼마나 힘든 것인지, 차라리 책을 읽으라고 권하든지 아니면 그대로 복사본을 만들어 낭송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다. 소설에 잠깐 언급되는 인쇄공ㅡ 정서적으로 몹시도 불안한 상태였던 네덜란드 로테르담 교외의 한 인쇄공이(바로 그 빌어먹게 고마운 인쇄공!) 성경의 마지막 장에 하나의 절을 덧붙인 것으로 축약될 수 있다. 다음은 원래의 마지막 두 절을 포함한 것이다.
20. 이것들을 증언하신 이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속히 오리라 하시거늘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21. 주 예수의 은혜가 모든 자들에게 있을지어다. 아멘.
22. 그래서 모두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