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망아지.불만의 겨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존 스타인벡 지음, 이진.이성은 옮김, 김욱동 해설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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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벡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노동자와 대공황 그리고 그에 끌어오는 신화나 성서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을 『분노의 포도』의 오키(okie)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비참한 사유로 보자면 그와 비스름한 양상을 띠고 있기는 하다. 물론 우리의 진저맨 시배스천 데인저필드에 비하면 여기 등장하는 이선은 조금 더 우울한 낡은 세계에 살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을 알아채지 못하는 반거충이일지도 모른다 ㅡ 「싸워야만 합니까?」 「물론이다. 그리고 속삭이지 마라.」 그러니 더더욱 이선 앨런 홀리(Ethan Allen Hawley)로서는 다른 홀리(Holly) 가문이 아니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는지도 ㅡ 페렉이 그의 소설에서 말하고자 했던 human과 thing의 원형은 이미 오래전부터 실천되어 왔던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주인공 이선의 고자질이나 다름없는 고발과 거짓으로 빼앗은 땅, 그리고 자살 기도까지의 유일한 약점은 허울이라고 할 수 있을 명예와 체면, 물질에 도로 빼앗긴 그 스스로의 나약함이다. 인맥으로 얻은 '대위 E. A. 홀리'는 쓰라린 과거의 깃털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므로 그의 인식 체계는 다음과 같다. ①모건과 록펠러 같은 금융의 달인들은 그저 돈 자체만을 원했기에 돈을 번 것이므로 자신들이 불러낸 유령에게 겁을 먹은 나머지 그것을 매수하려고 애를 쓴 것일 터다. ②아내 메리에게 돈이란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이다. ③나는 왜 비위가 상하면서 썩은 달걀의 뒷맛만 남았나? 골칫거리나 혼란, 노력 따위는 전혀 바라지 않고 그저 게으름에 불과한 소극적인 친절만 징그럽게 가득 차 있구나 ㅡ 이선은 스스로에게, 잡아먹는 자는 잡아먹히는 자보다 부도덕한지를 묻고는 결국에는 모두 잡아먹히고 말 것이란 결론을 내리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불만의 겨울』은 제목처럼 계속해서 봄이 오지 않는 불만으로 충만한 상태에 머물러 있을 공산이 크다. 그것은 어떻게 해도 나아갈 수 없는 제로섬에 갇혀 있기 때문이며 결코 만날 수 없을 불협화음만이 그득한 아귀다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나는 윤활유가 끈적거리는 12구경 엽총을 꺼내고 세월의 더께가 낀 5호 산탄 총알을 몇 개 찾았다. 오후 나절 뒷계단에 앉아 있다가 토끼 두 마리가 나란히 보이자 한 방에 명중시켰다. 그러고는 털북숭이 사체를 커다란 라일락 나무 아래에 묻었다. 속이 괴로웠다. 생물을 죽이는 데 서툴러서 그런 것뿐이다. 남자는 어떤 것에든 익숙해질 수 있다 학살이나 시체 묻기, 심지어 사형집행을 하는 것에도. 고문도 익숙해지면 그저 직업에 불과하다 (...) 아마도 창조를 통해 균형을 되찾으려고 파괴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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