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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걷자, 둘레 한 바퀴 - 한국산악문학상 수상 작가의 북한산 둘레길 예찬!
이종성 글.사진 / 비채 / 2013년 7월
평점 :
북한산의 옛 이름은 삼각산이라던데 백운, 인수, 만경, 이 세 봉우리가 아름답다고 하여 명성이 높단다. 사실 나는 산을 오르는 것에 대해 반감 아닌 반감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내려올 것을 굳이 왜 오른단 말인가 하는 알량한 사고에서는 아니고, 도처에 널린 건물들만 보아도 다 같은 모습뿐이니 산이라고 한들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실은 이쪽이 더 조야한 생각이건만). 어릴 적 내게 있어 산에 오른다는 행위는 뭐랄까, 일종의 마라톤 시청과 같은 의미였다. 그러나 그때는, 한 발짝 한 발짝씩 발을 떼며 여유로운 상념을 가지지 못했다. 이를테면 ‘얼른 올라갔다 와서 쉬어야지’ 하는 마음 일색이었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약간은 지겹기도 한 마라톤 경주를 보는 것과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산을 오르는 내내 발등에만 눈을 두며 걸었으니. 북한산 둘레길을 예찬한 『다 함께 걷자, 둘레 한 바퀴』를 읽으면 어서 그쪽으로 이사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다. 나처럼 산에 대해 마비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이 책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도 북한산은커녕 동네 뒷산에도 오르지 않을 사람들이 허다할 것이다. 그러니 이대로 하루에 한 구간씩 찾으면 총 스무하루 동안의 여정이 이어진다. 이 둘레길이라는 명칭은 최근 들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으나, 그러나 그저 자연경관에만 눈을 두며 올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의 등산과 다를 바가 없다. 좇아야 할 것은 이런 것일 거다. 이준열사의 묘역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저 옛날 백사실계곡에는 누가 있었는지, 고국으로 돌아온 비석에는 어떠한 연유가 있었는지, 여기소(汝其沼)라는 못은 왜 지금의 여기소가 되었는지 등등. 요즈음 아웃도어가 유행을 타며 너나없이 몸에 걸쳐 대고는 있으나 실제로 그것을 입고서 산을 맞이하러 가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적절치 않은 비유이지만 내가 보기엔 체호프의 발사되지 않은 총이나 다름없다. 이참에 그 다락같은 것들은 집어치우고, 외려 마음을 다락같이 채워 올 수 있는 순례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