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봄꿈
한승원 지음 / 비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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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사원님 밥상에는 콩잎 반찬이 열두 가지요, 만호원님 밥상에는 감태 반찬이 열두 가지라……. 콩잎 반찬, 감태 반찬이 열두 가지씩인데, 그 밖의 반찬은 얼마나 많겠는가. 강진 고을, 보성 고을, 해남 고을에는 호랑이가 한 마리씩만 사는데, 장흥부에는 웬일인지 세 마리가 사네. 장흥성 안에 사는 부사가 그 한 마리요, 강 건너에 있는 벽사역의 찰방이 또 한 마리요, 남쪽 바닷가 회진성의 만호가 다시 또 한 마리네. 장흥부 사람들은 그 세 마리나 되는 호랑이한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가진 것들을 모두 바쳐야 하므로 유달리 원한이 많네. 그래서 이 탐진강이 밤이면 우는 것이여.”(p.238) 전봉준은 우금치에서 패한 뒤 지난날의 부하였던 김경천의 밀고로 인해 일본군에게 신상이 넘겨졌다. 그리고 한양으로 압송되어 죽임을 당했다. 전봉준의 삶은 흔히 이런 말로 요약된다. “민중을 반침략, 반봉건의 방향으로 각성시킴으로써 이후의 사회변혁운동과 민족해방운동의 진전에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그의 개혁안이 갑오개혁에 부분적이나마 수용되었고 무장 항거 정신은 항일의병전쟁으로 이어졌다는 점 또한 역사책은 빼놓지 않는다 ㅡ 또한 미숙한 형태의 코뮌(집강소)까지. 그러나 『겨울잠, 봄꿈』은 1894년 겨울, 전봉준이 민보군에게 붙잡혀 한양으로 끌려가는 여정만을 꾸미고 있다. ‘봄꿈’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볼까. ①봄날에 나른해져 깜빡 잠든 사이에 꾸는 꿈. ②달콤하고 행복한 것을 그려 보는 꿈. ③한때의 덧없는 일이나 헛된 공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어느 쪽이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누가 콩잎 반찬을 먹고 누가 감태 반찬을 먹든, 누가 땅덩어리 하나를 놓고 아귀다툼을 하건 간에, ‘봄꿈’이란 건 요원한 일일 뿐이다. “장군은 사진기 렌즈를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탐관오리라고 생각하고 똑바로 노려봐주시오.” 애초부터, 망나니에 의해 목에서 피가 솟구칠 때까지도 그런 눈빛이었을지 모른다. 녹두꽃(전봉준)이 떨어지니 청포장수(민중)가 울지 않을 수 있겠나. 고부 관아에 쳐들어간 후 나타난 안핵사 이용태로 불거진 또 한 번의 무장봉기, 그리고 기치로 내건 보국안민(輔國安民). 그때의 네 가지 군율은 이렇다. 사람을 죽이지 말고 물건을 해치지 말 것, 충효를 다하여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평안하게 할 것, 왜적을 몰아내고 성도를 깨끗이 할 것, 한양으로 진격하여 세도가들을 몰아낼 것. ……이 역시 봄꿈이었던 것일까. 더욱 서글픈 것은 오늘날에도 우리는 봄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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