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꽃, 눈물밥 - 그림으로 아프고 그림으로 피어난 화가 김동유의 지독한 그리기
김동유 지음, 김선희 엮음 / 비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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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간해서는 에세이를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림꽃, 눈물밥』은 그림 이야기를 품고 있어 읽기가 가능했다. 좋아하는 것에의 천착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문득 그것만의 형형한 빛을 내기 마련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제 흥에 겨워 혼자서 일구어내는 외로운 투쟁이라는 것 또한 안다. ……밖에 눈이 날리든 비가 내리든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 반드시 내가 이 세계의 톱니바퀴 중 하나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굳이 외면하면서까지 침잠한다는 것은, 양껏 차려놓은 진수성찬을 물리는 것과 매한가지다. 그래서 어렵다. 화가 김동유는 어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중 이미지'는 음악으로 따지면 모노가 아니라 스테레오다. 보통 팝아트 작업은 빨리빨리 대량으로 생산하지만 나는 거꾸로 더 아날로그적으로 작업한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이중그림(the face homage)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는 나는 모른다. 단지 재미있고 멋지고 흥미로울 뿐이다. 어쨌든 나로서는 '재미'와 '흥미'가 최고의 찬사이니, 그는 그림에 문외한인 그저 그런 소시민의 마음까지 동하게 만든 셈이 되었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구별하려는 강렬한 욕구가 있을 텐데, 산업자본주의는 잉여가치를 남기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제는 죽고 없는 리오타르의 말을 들으면 더 알쏭달쏭해진다. 「어떤 작품도 우선 포스트모던해야만 모던하게 될 수 있다.」 김동유의 이중그림도 자꾸 보다 보면 언젠가는 처음 그것을 맞닥뜨렸을 때 느꼈던 감정을 더 이상 갖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의 말대로 '하얀 도화지에 채울 그림은 성공한 화가의 자기 복제가 아닌 새로운 시도'여야만 한다. 나는 『그림꽃, 눈물밥』에서 일말의 교훈보다는 그저 그림을 보았다. 밖으로 움직였다가 분쇄해 다시금 집적되는 '그림꽃'을.



「John F. Kennedy & Marilyn Monroe」

2010, Oil on Canvas, 194x15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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