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2024 노벨경제학상 수상작가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최완규 옮김, 장경덕 감수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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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를 소득수준으로 나눠보면 절대 빈곤을 겪고 있는 나라들은 거의 모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견된다. 지리적 위치 때문일까? 문화적 요인 때문일까? 아니면 빈곤한 나라의 국민이나 통치자가 가난을 극복하고 부유해지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까? 이렇게 일차원적인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실수와 무지에서 기인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의도적인 것이었다면 어떨까. 대낮같이 밝은 남한의 밤과 칠흑 같은 북한의 밤을 보라. 북한의 평균 생활수준은 남한의 10분의 1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들의 수명까지 이쪽보다 10년가량 짧다는 점이다. 이러한 극명한 격차는 20세기 중엽의 경제 운용 방식 차이에서 벌어졌다. 북한 주민의 사유재산은 불법화되었고 시장 역시 금지됐다. 그들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자유를 제한받은 것이다. 사유재산이 없다는 것은 투자하거나 생산성을 높이기는커녕 현상 유지를 해야 할 인센티브를 느끼는 사람이 드물다는 뜻이다.(p.116) 남북한이 왜 이토록 다른 운명의 길을 걸었는지를 문화적 요인, 지리적 요인, 혹은 무지로 설명할 수 있을까? 또 있다. 1980년부터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짐바브웨를 철권으로 다스려왔으며 자신과 장관의 월급을 200퍼센트로 인상한 바 있는 무가베 대통령이, 정부가 일부 지분을 보유한 짐바브웨 뱅킹 코퍼레이션(짐뱅크, Zimbank)이 과거 한 달 동안 5,000짐바브웨달러 이상의 잔고를 유지한 고객을 대상으로 연 복권 추첨 행사에서 10만 짐바브웨달러에 당첨된 일화는 그가 마음대로 복권까지 당첨될 수 있다는 것과 짐바브웨를 함부로 좌지우지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곳의 착취적 제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세계 불평등을 이해하려면 일부 사회가 왜 그토록 비효율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짜여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난한 나라는 무지나 문화적 요인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빈곤을 조장하는 선택 때문에 잘못된다.

ㅡ 본문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를 볼까.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주장 말이다. 그는 좌파를 축출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좌파의 손에 축출되기도 했었지만 훗날 농업에 손을 대 농업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물론 정치제도를 비롯한 사회전반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기존의 틀을 깬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그 분기점은 바로 마오쩌둥의 사망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를 둘러보면 생활수준의 엄청난 격차를 목격할 수 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착취적 정치 · 경제 제도와 포용적 제도의 차이, 그런 차이가 왜 일부 지역에서만 태동하는가에 대해 다각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착취적 정치 · 경제 제도가 경제성장과 늘 어긋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제도하의 성장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지속되지 못한다. ①지속적 성장은 혁신이 있어야 하는데 혁신은 반드시 창조적 파괴를 수반한다. 착취적 제도를 장악한 엘리트층은 창조적 파괴를 두려워한 나머지 이를 거부하기 때문에 착취적 제도하의 성장은 어쩔 수 없이 단기에 그치고 만다. ②착취적 제도를 장악한 이들이 사회 전체를 희생시켜가며 자신들의 배를 채울 수 있으므로 착취적 제도하의 정치권력을 탐내는 이들이 많아져 수많은 집단과 개인이 권력 투쟁을 벌이게 된다. 그 결과 착취적 제도하의 사회에는 정치 불안을 초래할 만한 강력한 요인이 많아진다.(p.608) 한편 민주주의가 다원주의의 태동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베네수엘라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우고 차베스와 같은 독재 성향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도 그런 지도자만이 기성 엘리트층에 맞설 수 있다고 믿는 탓은 아닐까. 어쨌거나 가난한 사회가 부유해지려면 뭔가 근본적인 정치적 환골탈태가 필요한 법이다. 텍스트는 성공적인 정치 변혁을 향한 이양 과정이 전개되는 바로 그 시기와 이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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