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 소설.영화.방송 삼단합체 크리에이터 이재익의 거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이야기
이재익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리에이티브, 크리에이터, 뭐가 뭔지 모르겠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라는 모 출판사 사장님(마포 김 사장님)의 말씀대로 나 역시 이것을 유념하고 있긴 한데, 이런 식으로 '크리에이티브 보고서'를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군대에서의 새벽, 1시간도 넘게 근무를 서게 되면 사수와 조수는 무슨 얘기라도 주절거리게 된다. 「제가 얼마 전 휴가 때 여자를 만났는데 말입니다.」, 「중대장이 어떻게든 말년들도 유격에 데리고 가려는 통에…….」, 「아까 취침하고 나서 용팔이(일병)가 코를 너무 곤다며 조 상병이 장난으로 모포말이를 했는데 그게 잘못돼서 그만…….」 조수는 사수를 즐겁게 하지 못하면 죽.는.다. 조수는 사수를 재미있는 상태로 적당히 흥분시켜 다음날 24시간을 편안히 보내는 것에 그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의 사명은 독자를 즐겁게 하는 데에 있으며 태생적으로 그래야만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 책을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크리에이티브 이야기는 온데간데없고 실실 웃다가 끝나버린다. 반드시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여 읽지 않으면 안 된다.

원고지 1,000매 분량(A4 용지 100장이 넘는다)의 소설을 쓰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이걸 내가 끝까지 다 완성할 수나 있으려나. 이걸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그냥 내처 써야한다. 내가 이 책에서 건진 가장 값진 말은 '근성'이다. 나보다 어린 세대라면 잘 모르겠지만 곤조(根性, こんじょう)라는 일본어 ㅡ 댁들이 일본어를 몰라서가(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니라 우리 세대는 잘못된 일본어를 자주 썼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ㅡ 가 있다. 뜻은 같다. 2루수 앞 땅볼을 치고 도저히 1루 베이스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없음에도 죽을힘을 다해 1루수를 향해 돌진하는 양준혁의 '곤조.' 엉덩이에 땀띠 날 때까지 앉아서 도통 써지지 않는 활자와 투쟁하는 그 '곤조' 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상책이라지만 즐길 수 없으면 피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말인즉슨 피하지 않고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크리에이터의 길로 들어서고 싶다면 근성이 필요하다. 재미있는 걸 만들어내려는 과정 하나하나가 힘들면서도 짜릿하게 느껴져야 한다. 요는 인내심, 근성이 없으면 진입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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