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
로저 오스본 지음, 최완규 옮김 / 시공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2008년
ㅡ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민주화 추세가 막을 내리고
민주주의 확산이 중단되었다.


2010년
ㅡ 2008년 이래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위축되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Economist Intelligence Unit)이 발표한 '민주화 지수'의 내용이다. EIU는 5대 평가 부문으로 민주화 성과를 분석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①선거 과정의 투명성과 다원주의의 존중, ②시민의 자유, ③정부의 기능성, ④정치 참여, ⑤정치 문화. 민주주의라는 서구의 발명품은 이렇게 다각화되었고 현재인 오늘을 변화시켰음에도 때로는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는 민주주의가 걸어온 길을 서술하고 있지만 어쩐지 이것이 민주주의의 '역사'라고 보기엔 조금 애매모호하다. 그것은 분명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뭔가 변화의 양상, 다시 말해 과거보다 발전되고 과거보다 뛰어난 점을 오늘날의 민주주의에서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아테네의 민주주의 국가로의 변모는 쿠데타의 위험을 자각한 지배계층이 법안을 마련한 것을 그 태동으로 볼 수 있지만, 이것은 '아래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과 이것을 뒷받침할 서술 사료라 할 만한 것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중세 후기에 이르러서는 관료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선거 문화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역시 제한된 유권자에 의한 투표였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로는 민주주의라고 정의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부족했던 것들이 현대 민주주의로의 발전으로 이어졌을까? 물론 근대 유럽에서는 중앙집권화를 띠는 정부와 국가라는 개념이 강조되기는 했다. 게다가 런던의 '퍼트니 논쟁'으로 인해 대의정부 또한 주장되기에 이르렀고 사후 '수평파'라는 것을 발견해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소위 '선거 관습'이라는 것, 정치란 화두가 대중적 담론으로 떠오른 상태에서도 계속된 이러한 악습을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18세기 말의 프랑스 혁명을 잘 안다. 19세기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 또한 알고 있다. 그런데 보자. 오늘날 민주주의 수립 환경을 만들겠다는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대량 살상 무기 운운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민주주의를 수출하겠다며 이라크의 정권 교체를 시도한 그들을(이건 1차 비유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비전인가? ㅡ 더구나 이라크의 민주주의는 결과물로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구상의 많은 국가가 민주주의를 목표한다. 내가 보기엔 그것이 한계다. 아무리 민주주의 사회라 해도 보이지 않는 '우선권'을 가진 자들은 존재한다. 그렇지 못한 자들은 묵살당하고, 무시당하고, 유아 취급을 받고, 권리를 박탈당한다. 로저 오스본은 「민주주의는 여러 가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한 가지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이 말은 이렇게 보면 맞고 저렇게 보면 틀리다. 공동선을 향하는 과정에서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질 못하는데 어떻게 그 민주주의 자체를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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