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총 AK47
마쓰모토 진이치 지음, 이정환 옮김 / 민음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좀 다른 얘기지만 과거 K 사(社)의 P자동차는 '너무 잘 만들어서 실패작'이었다(고 들었다). 고장이 없어 소비자의 입장으로서는 유지비 내지는 수리비가 적게 들어갔던 것인데, 물론 적절치 못한 비유지만 이 AK47은 기관 부위에 어느 정도의 화약이나 먼지가 남아 있어도 별 지장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미숙한 어린 소년들도 총을 쉽게 다룰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경우는 비슷할 것이다……. AK. 압토마트 칼라시니코바(Avtomat Kalashnikova,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 잔고장이 적고 어떤 경우에서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동소총. 열 살도 되지 않은 '병사'가 어깨에 걸치고 있는 흉기다.

 

 

 

 

 

쓰모토 진이치가 쓴 『칼라시니코프(カラシニコフ)』는 전 2권인데 이 책은 제1권을 번역한 책이라고 한다. 원저 2권의 내용을 대강 살펴보니 '악마의 총' AK47의 개발자의 의도와 다른 유통을 비롯 실패한 국가에 대해 ㅡ 거시적 · 미시적 관점이 모두 존재한다 ㅡ 적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생산이 용이하고 조작이 쉬워도 AK47이 '악마의 총'이 아닌 '좋은 AK'로 정의될 때야말로 비로소 이것은 좋은 도구라는 개념이 유효하다는 거다. ……실로 이 책을 읽으면서 혼동이 됐던 것은, 무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국가가 'AK 계열'로 분류되는 것인가 아니면 우선적으로 'AK 계열'에 속하기 때문에 무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거였다. 총이 무너뜨릴 수 있는 국가가 있고 그렇지 않은 국가가 있다. 이것은 분명 존재한다. 그럼 왜 이 AK가, 총이, 인간과 국가에게 어떤 의미로 스며들었으며 어떻게 정의되었는가가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현재 AK를 중심으로 다양한 총을 생산 중인 이지마슈 사(社)에서는 ㅡ AK의 개발자 칼라시니코프가 설계 책임자를 맡고 있단다 ㅡ AK나 저격용 총, 기관총 등의 군용 총은 정부의 발주가 있어야 비로소 생산하는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비단 이지마슈가 아니더라도, 또 총만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것이 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양보해서 이해는 한다고 해도 용납이 되질 않는다.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인간이 만들고, 팔고, 사는 구조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