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역사 - 근대 영국사회와 생산, 언어, 정치
이영석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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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factory에 관한 통사, 공장사(史)는 경제사와 이어진다. 또 노동이라는 단어 ― 근대에 들어서야 다소간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버린 ― 는 산업혁명기 자본가와 지식인들에 의해 전개됨으로써 ‘노동윤리’와도 맞물리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애덤 스미스나 마르크스를 읽을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이러한 역사를 거쳐 왔기에 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장에서의 장기간 반복되는 단순작업을 참아낼 수 없었던 노동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포드가 그들의 임금을 두 배로 올렸다는 일화를 19세기 초 영국사회에서의 공장 규제와 나란히 놓고 보면 또 어떨는지. 최근 국내의 한 출판사(물론 엄격한 의미의 공장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에서 하루 6시간씩 주 30시간 노동제를 도입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임금삭감 없이 말이다 ― (좀 다른 이야기지만)희한하게도 MBC 김재철 사장은 파업노조는 그대로 두고 계약직 일자리를 늘렸는데 그러면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특별 수당을 지급하는 일을 저질렀다(그들은 돈을 모아 파업현장에 전했다고 한다). 왠지 모르게 공장, 회사, 노동자, 근로자, 파업, 임금, 노동이란 단어가 한데 섞여 하나의 담론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1830년대 영국에서,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이들의 고용상태에 대해 그들을 보호하려는 의회입법과 노동시간단축이 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것을 상기해 비교해보면 지금의 피고용자의 위치는 카스트 저 아래쪽에 있는 것만 같다. 자본과 노동의 지속적 동거양식은 20세기 들어 복지국가의 모델이자 ‘무거운 근대성’ ― 포디즘이라고나 할까 ― 을 상징하는 체제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자. 1911년 영국의 사회보장법으로 국민보험법, 국민보험제가 도입되고 세계대전을 지나 국민보험에 의거한 실업급여, 노령연급, 직업소개소, 실업수당 등 다양한 제도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이 계획적으로 잘 짜여 체계적인 모습이었다고 보기는 다소 무리가 있기도 하다. 전쟁과 그 후의 혼란에 따른 임시방편의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훗날 이 실업정책이 (성급한 결론이긴 하지만)오히려 실업률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실업정책은 그 문제를 공적 관심사로 이끌어가 공공의 담론으로 바꾸었다는 점에서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공장은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과연 인간은 탈공장을 선언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성찰해야 할 것은, 인간 노동이 이전과 같은 노역의 형태가 아니면서도 기계와 함께 연결되는 방식의 재현이 아닐는지. 즉 인간의 주체적 사유와 판단이 기계의 움직임을 이끌어감과 동시에 생산과정 전체에 인간의 의식과 활동을 더욱더 중시하는 그런 변화에 대한 탐색 말이다(p.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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