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모자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기원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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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줄거리는 쓰지 않았으니 책 소개란을 참조하면 될 것임) 글쎄, 문득 코난 도일보다 엘러리 퀸을 좋아한다는 말에 눈을 흘기는 장면이 떠오른다(만화『명탐정 코난』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쩌랴. 나도 엘러리 퀸을 더 좋아하는 것을 ― 조르주 심농과 함께. 19세기 말 셜록 홈스라는 인물의 탄생이 가져온 미스터리의 전성기를 보면, 또 포(Edgar Allan Poe)나 S. S. 밴 다인의 생산물들을 보면, 어쩌면 엘러리 퀸도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데뷔작『로마 모자 미스터리(The Roman hat Mystery)』만 보더라도 처녀작치고는 그런대로 잘 정제되어 쓰인 작품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프레데릭 대니와 맨프레드 리라는 두 사촌형제가 만들어낸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이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의 이름이거니와 그들 작품의 작가명으로 동시에 사용된다는 점에서도 획기적이면서 꽤나 날렵한 뉘앙스를 풍겨낸다. 사실 데뷔작인 이 작품에는 엘러리 퀸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의 아버지 리처드 퀸 경감이 주로 부각되어 있다. 그러나 결정적 단서 혹은 수사적인 측면에서의 방향성 제시는 그의 아들이자 주인공(게다가 작가와 이름이 같은)인 엘러리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것은 엘러리 퀸 작품들을 꿰뚫는, 연역적이며 가차 없이 논리적인 추리의 면모를 보여준다 ― 그리하여 이『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그야말로 이성과 논리에 천착하고야마는 집요한 모습을 함께 지니고 있다.



“다시 시작하게. 그리고 이 말을 가슴에 새기게. ‘옳은 것을 알기 전에 먼저 잘못된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  『파리 경찰청장의 회고록』오귀스트 브리용


― 본문 p.145



일단 요는 간단하다. 로마 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의 2막이 끝나기 전, 자신의 자리에서 독살된 채 발견된 시체. 그리고 (어쩌면)거대한 밀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극장에서 사라진 피해자의 실크 모자. 이 모자 하나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게다가 등장인물의 수만 해도 30명이 넘는다!)……. 이렇게 한 두 문장으로 압축해놓으니 상당히 간단한 말이긴 하지만 그 과정은 지극히 논리에 의한, 논리를 위한 수사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으면 최근 유행처럼 쏟아지는 일본식 사회파 추리소설과는 뒷맛이 다르다. 그래서 작품을 읽는 독자 역시 꼼꼼히 공을 들여야 한다. 자칫 몇 문장을 흘려 읽기라도 한다면 지금까지 읽어왔던 부분은 순식간에 공중 분해되고 피해자의 사라진 실크 모자 또한 절대로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체가 등장하고, 몇몇의 용의자가 지목되고, 신문을 하고, 새로운 정체불명의 인물이 나타나고, 난항을 겪고, 범인을 체포하고, 그간의 추리과정을 설명한다 ― 얼마나 기승전결이 뚜렷한 기술(記述)인가……. 나는 위에서 데뷔작치고는 잘 써진 작품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세상의 모든 처녀작들이 그렇듯 안정적인 면이 다소 부족할지라도 그 연역적 논리성,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모든 것에는 타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는 명제를 착실하게 진행시켜 독자들에게 미스터리 작품이 지니는 헤게모니를 제대로 흔들어대고 있다고 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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