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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색 연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7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109/pimg_759587183726794.jpg)
(※줄거리는 생략)
코난 도일의『주홍색 연구』와는 사뭇 다르다. 이 ‘사뭇’이란 부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표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이 작품을 관통하는 것이 주홍이란 색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아스카베 가쓰노리의「‘내용이 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색이 내용을’ 양성한다.」는 말이 꼭 그와 같다. 일단 개인적인 아쉬움부터 짚어보자면, 등장인물인 작가 아리스가와가 설정한 X, Y의 범행상 신뢰도와 확신보다는 다소 우연적 요소가 개입된 살인, 유령 맨션에서의 독자를 유린하는 듯한 트릭, 아케미로부터 히무라로 넘어가는 2년 전 사건의 유입 과정 등인데, 이야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령 맨션에서의 현란한 필치와 몰입도로 인해 앞서 언급한 것들은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전혀)인식되지 않는다. 외려 홈스와 왓슨의 구도와 함께 스미는 붉은 노을 그리고 작가 아리스가와의 1인칭 서술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옴으로써 제목과 같이 주홍색으로 점철된 따가운 네온사인처럼 발산되는 붉은 기운이 정체모를 폭발의 결과로 드러난다. 본격이라고는 하지만 그 방법론과는 별개로 상당 부분 새로운 문학적 시도 또한 엿보인다. 하지만 이것들이 맞물려 위에서 말한 ‘아쉬운 점’이 양상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처음부터 망가진 이야기는 깰 수가 없다.’ ― 이야기 중간에 나오는 후나비키 경감의 대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비단 유령 맨션에서의 트릭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했으나 애초 두 콤비와 독자가 놓치고 있던 부분, 전체 사건의 인과관계가 ‘망가져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던 모호함, 주홍빛 트라우마에 감춰진 세 번의 살인사건의 연결 고리를 한데 엮어 설명해주고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논리와 비논리가 그 일련의 논거제시 과정과 끝에 가서 자연스레 합치되는 기묘한 냄새를 풍긴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단아한 구성에 익숙한 인물들의 성격패턴이 작용하고 있지만, 시종일관 지속되는 비주얼적인 측면과 (오히려)적은 활동배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작품의 밑바탕을 지탱해 만족스럽게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