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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ㅣ 펭귄클래식 32
너새니얼 호손 지음, 김지원 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회사에서 눈치 받는 임신한 여사원처럼 가슴에 주홍 글자를 안고 사는 이들은 너무나도 많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했던가. 딤즈데일 목사와는 달리 놀라운 정신력을 유지한 헤스터의 마지막은 ‘그럼에도 살아간다’이다.
어른이 되면 그런 게 저절로 가슴에 달라붙지 않을까? (펄의 대사, p.243)
발칙하게만 보이는 펄의 이 한마디는 『주홍 글자』를 관통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의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처럼 아름답고 쓸쓸한 결말은 아닐지라도 ‘모든 인간의 주홍 글자’를 보여주기 위해 호손은 소설 속의 헤스터에게 분주하고, 강하며, 신비스러운 사명을 부여했다. 이러한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사명은 다시 한 번 펄의 대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말장난처럼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주홍빛 A는 폭력적 사회를 대변하는 이미지에서 아서(Arthur) 딤즈데일의 A를 거쳐 아우라(Aura)의 A가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로저의 역할이 보여주는 딤즈데일에의 가히 악마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파멸적 시선으로 인해, 그와 헤스터의 불륜에서 다소간 동정과 연민의 분위기가 연출된다는 점에서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느껴지지 않았던 조금은 억지스런 미화도 엿보인다. 로저가 영화 《밀양》의 신애(전도연)처럼 기막힌 일을 당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인가? 그의 시선으로는 헤스터와 딤즈데일의 작태가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것이 아니던가? 이런 면에서 나는 로저의 시선으로 해석되는 『주홍 글자』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1013/pimg_75958718370407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