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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의 R&B 가수 알 켈리(R. Kelly)의 노래 중에 「Money Makes The World Go Round」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돈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리고 가사에는 이런 말이 등장한다.
<almighty dollar>. 그렇다면 달러가 과연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졌을까? 『달러 제국의 몰락』은 비단 달러의 탄생과 미래에 관해서만이 아니라 세계의 돈의 흐름을 읽게 해준다는 점에서 거시적이면서도 가시적이다.
내가 달러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미국보다 미국 밖에서 더 많이 쓰인다는 것밖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피상적인 생각일 뿐이었고, 무려 100달러짜리 지폐의 4분의 3 이상이 미국 밖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점과 세계적으로 달러를 이용하는 외환거래의 비중이 85%에 달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대체 왜 달러라는 것이 우리의 (거의)유일한 선물일까 하는 의문에 봉착했다. 단순히 미국이 세계 패권을 쥐고 있어서?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미국의 국채시장은 세계 최고의 금융시장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달러를 대신할 만한 통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는
『Exorbitant Privilege(과도한 특권)』다. 바로 프랑스 전 대통령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의 미국을 겨냥한 말이다. 달러가 국제통화가 됨에 따라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달러를 얻기 위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 제국의 몰락』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이 <과도한 특권>이다 ㅡ 한 가지 덧붙이자면 <달러에게 이런 특권의 자격이 있는가> 하는 것.
내용을 일일이 말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므로 간단히 몇 자만 적어본다.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점은 과연 미래의 통화가 달러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신흥국들이 다른 통화로 돈을 빌리면서 겪는 <환율 변동 공포증>은 과연 사라질까 하는 것 말이다. 그러려면 먼저 미국 역시 다른 통화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야 한다(금융위기시 다른 나라들의 도움에 의존해야 한다거나). 그렇다면
<다른 나라가 미국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수 있을까?>(p.284) 나는 모르겠다. 정말 달러가 몰락할는지 말이다. 달러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국제금융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만으로도 눈을 뗄 수 없었기에 감히 국제통화의 미래에 대해 그저 추측만 해 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