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상상력 사전』은 순도 백퍼센트 화장실 책이다(헐리우드의 화장실 유머 말고). 화장실은 인간의 자연스런 본능을 해결하게 해주는 지상 최대의 은밀하고도 순결한 곳이다(解憂所) ㅡ 8차선 도로 한복판에서도 당당히 엉덩이를 까고 앉아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틀린 말이 되겠지만.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그 정갈한 곳에서 읽기 제격인 책이라면 더 할 말은 없다. 베르베르는 이 책 「반대로 하기」꼭지에서 <때로는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과 반대가 되는 것을 해보는 것이 유익할 수도 있다>며 자고 싶을 때 깨어 있어 본다든지,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정적 속에 그대로 있어 본다든지, 자동차를 타고 싶을 때 걸어간다든지 하는 예시를 들고 있지만, 나는 그냥 화장실에 눌러 앉아 버릴까 하고 생각했다.

나쓰메 소세키夏目의 하이쿠俳句(일본 고유의 짧은 정형시) 중 이런 게 있다.
「時鳥厠半ばに出たかねたり」.**
해석하자면 <뻐꾸기가 밖에서 부르지만 똥 누느라 나갈 수가 없다>이다. 이걸 나에게 적용시켜보면 이렇게 된다. <급하다고 밖에서 부르지만 『상상력 사전』 읽느라 나갈 수가 없다.>



** 이 하이쿠는 원래 숨어있는 다른 의미가 있다. 소세키가 어느 정치인(이름은 잊어버렸다)의 초대를 받았는데 그를 뻐꾸기에 비유하여 자신은 지금 소설 집필중이라 갈 수가 없다는 내용의 하이쿠를 지어 답장을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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