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고릴라 -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 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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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지 않는 고릴라> 영상을 본 것이 기억난다(theinvisiblegorilla.com에 가면 볼 수 있다). 흰 셔츠와 검은 셔츠를 입은 두 팀의 학생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농구공을 패스하던 그 영상을. 그래서 웹사이트에 들어가 다시 한 번 봤다. 처음엔 언제 고릴라가 나오지, 하면서 주의를 기울였더니 슬그머니(정말 천천히) 고릴라 하나가 나왔다가 사라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서 이번엔 농구공의 패스에만 집중해서 한 번 더 보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대체 고릴라가 어디 있다는 거야!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밝혀내고 있다. 위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 영상은, 어딘가에 시선을 둔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의식하며> 본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말 그대로 무의식적으로 눈을 그쪽으로 향하고 있을 뿐인 거다(그래서 나도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이 책은 이런 주의력의 착각을 비롯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변해만가는 기억력, 실력이 낮으면 낮을수록 자신감만은 높다는 자신감 착각, 내가 산 주식은 다 떨어지고 그것을 팔면 상한가를 친다고 생각하는 지식 착각 등을 다룬다.


제가 당신 앞에 돼지 한 마리를 몰고 오면서 이렇게 말한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이 돼지는 말을 할 수 있답니다.」
당신은 「어머, 정말요? 보여주세요.」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면 제가 지팡이를 흔들고 돼지는 말을 합니다.
당신은 「세상에! 놀라워요!」라고 할 것입니다.
「에이, 그래봤자 겨우 한 마리잖아요. 몇 마리 더 보여주면 믿을게요.」라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ㅡ 본문 p.257 (제5장 <원인 착각> 中)



텍스트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기억력과 주의력, 지식을 인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말도 안 되는 자신감의 착각으로 한 남자를 11년 간이나 옥살이하게 만든 이야기에 나는 뜨악했다). 수도 없는 실례와 셀 수 없는 재미있는 실험들 ㅡ 물론 여기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적나라하게 까발려준다 ㅡ 이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의 행동 중 일상의 착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는 하나도 없으며 이 착각을 하지 않는 사람 또한 한 명도 없다는 저자들의 말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인정했다. 나는 평소에 거의 발생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경우를 상정하여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러면 주위 사람들은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냐며 항상 핀잔을 주었다. 물론 나도 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가능성이 적은 것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고로(『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읽었기에 더욱) 앞으로 단언하지 않는 버릇은 고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자칫 우유부단해 보일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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