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절구역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장점숙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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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그리고 (특히)『파프리카』를 써놓고 어떻게 『인구조절구역』 같은 책이 탄생하게 됐지? 영화《쏘우》나 《배틀 로얄》을 닮아있는 건 분명한데 이 작품은 역자 후기에 나오듯 블랙유머의 재탄생에 근거한다. 그런데 고령 인구가 많아져 인구조절의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죽여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은 살 수 있다는 <노인상호처형제도>라니. 게다가 누가 누구를 죽이는 건 신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짓이니 신을 섬기는 자신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신부는 또 뭐야 ㅡ 이와 동시에 절 주지승이 부르는 애도를 가장한 우스꽝스러운 노래도 등장해 주시고 계신다. 프로 레슬링처럼 링 위에서 벌이는 미치광이 살인극도 있고. 

죽일 때마다, 죽어갈 때마다
되살아날 때마다, 그리고 다시 죽일 때마다
나는 애정을 느낀다네
죽은 사람들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네

ㅡ 본문 p.239 어느 주지승의 <장례를 위한 보사노바> 中


그러나 <늙음 = 죄>라는 명제를 두고 있어서 불편하고 불쾌한 건 어쩔 수 없다. 반대로 이것이 설득력을 가져온다는 건 주제 자체가 엄청나다는 것에 기인하기도 한다. 이 서로 죽고 죽이는 과정을 생중계하는 건 《박수칠 때 떠나라》를 상기시키기도 하고. 그런데 웬걸. 이건 코미디다 ㅡ 앞에 <블랙>을 붙이든 그렇지 않든. 패악스런 난도질과 인간의 본능(꾸물거리는 조악함)을 염세적인 칭얼댐으로 그리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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