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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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란 타이틀의 이 책은 1946년에 조지 오웰이 쓴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제목 그대로 사용한, 그의 29편의 에세이를 모아 엮은 책이다. 나로서는 무려 29편이나 되는 (양적으로) 투박한 이 에세이들을 한 권의 책에 담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조지 오웰이니 넘어간다. 그런데 『나는 왜 쓰는가』는 에세이와 소설의 접점에 있다 ㅡ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인지, 에세이를 가장한 소설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뜻이다.


저녁 9시쯤 되면 정신이 비교적 맑아지기 시작할 것이고,
오밤중이 되도록 방에 앉아 능숙한 솜씨로 책을 한 권씩 훑은 다음
하나를 내려놓을 때마다 <이걸 책이라고!> 소리를 덧붙일 것이다 (...)
두 가지 업을 다 해본 입장에서 말하건대 서평자는 영화평론가보다는 낫다.
영화평론가는 집에서 일할 수도 없고,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오전 11시면 시사회에 참석해야 하며,
한 잔의 싸구려 셰리주 값에 자신의 명예를 팔아야 하는 것이다.
ㅡ 본문 「어느 서평자의 고백」 中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ㅡ 본문 「나는 왜 쓰는가」 中
 



조지 오웰은 식민지 경찰 생활 덕분에(!) 교수형을 집행하기고 했고(「교수형」), 코끼리를 해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세 번이나 총의 방아쇠를 당기기도 했다(「코끼리를 쏘다」). 이러한 <흔치 않은 별의별> 경험들은 ㅡ 헌책방 직원, BBC 라디오 프로듀서, 서평 쓰는 일 등등 ㅡ 그의 문학적이고 지적인 자양분으로서 충분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조지 오웰이란 이름을 언급할 때 『1984』나 『동물농장』의 작가란 것 외에 <훌륭한 에세이스트>라는 점을 함께 떠올려야 한다 ㅡ 아내와의 사별과 일 년 반 동안이나 출판사를 못 만나 출간이 지연되었던 『동물농장』이나, 폐결핵 상태에서 매달린 소설 『1984』가 너무도 대단해서 감히 <에세이>의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해도 말이다. 「어느 서평자의 고백」에서 그는 책과 일종의 직업적 관계에 놓이다 보면 대부분의 책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인지 알게 되고, 객관적이고 참된 비평은 열에 아홉은 <이 책은 쓸모없다>일 것이며, 서평자의 본심은 <나는 이 책에 아무 흥미도 못 느끼기에 돈 때문이 아니면 이 책에 대한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적어도 여기서는) 틀렸다. 비록 내가 쓰는 이 글은 변변찮은 것이지만, 내 본심은 『나는 왜 쓰는가』가 조지 오웰이 말한 <열에 아홉의 책>이 아니며, <서평자의 본심>의 그것과도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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