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야 산다 - 인간의 질병.진화.건강의 놀라운 삼각관계
샤론 모알렘 지음, 김소영 옮김 / 김영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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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을 본 사람이라면,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바이러스> 보다는 자연스레 끔찍한 괴물의 형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흉물스런 비주얼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영화에서는 바이러스가 유출되고, 그로 인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앞으로 이야기할 주제와는 다소간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지만 <바이러스>에서 소재를 취한 영화라는 점에서는 분명하다. 바이러스가, 숙주宿主인 우리 몸에 기생한다는 것. 인간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는 그 가짓수도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신기하고 희한하게도(!) 우리의 몸은 개개의 항체를 만들어낸다. 유전자 변형이든 뭐든 간에, 인체란 건 쉽게 죽지 않는다는 거다. 

  

그럼 이건 어떨까. 영화 『수퍼사이즈 미super size me』다. 누군가 24시간 패스트푸드만 먹으며 자신의 몸이 변화하는 것을 관찰한다. 비만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병을 초래하는 게 사실이다.

이를테면 당뇨병이 드렇다. 당뇨병의 원인 중 하나는 바쁜 식습관, 운동 부족, 비만 등이다. 과거 사냥으로 먹을 것을 해결했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육류 위주의 식단을 했고, 또 농사를 짓던 유럽인들은 탄수화물과 설탕이 많은 식단을 했다(육류와 당분).

이처럼 당뇨병을 초래하는 원인들은 많긴 해도,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유전 요인이 있으면 다른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당뇨병에 더 잘 걸리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한다.

나는 바이러스와 당뇨병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을 알고 있다. 부모의 좋은 것만 취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태어난다. 유전자도 부전자전으로 이어진다. 즉, 바이러스도 유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쉽게 주변에서 암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부모나 조부모도 그러한 병을 앓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제 『아파야 산다』로 넘어간다. 정말 <아파야 살까?> 철분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 몸이 건강하고 정상일 때, 인체는 철분 보조제를 과다 복용하건 간에 알아서 철분 양을 조절한다. 그러자 혈색증(혁색소침착증)에 걸린 사람의 몸은 철분이 항상 부족한 것으로 인식해 거침없이 철분을 체내로 받아들인다. 이 철분이 몸에 계속 쌓이다 보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 한 마디로 말해서 인체가 녹슬어 죽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헌혈이 체내의 철분도를 낮추는 데 안성맞춤인 것이다. 예를 들어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플 때 부항을 이용해 피를 조금 빼내고 나면 왠지 몸이 가뿐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우리의 느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뿐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방혈이다.

-- 수백 년 동안 서방에서 방혈이 필요할 때 가는 곳은 이발소였다 (...) 이발소 앞에 세워놓은 기둥은 사실 방혈을 상징했다. 꼭대기 주발은 거머리를 보관하던 사발을, 밑바닥 주발은 피를 담던 사발을 나타냈다. 적색과 백색 나선은 중세 때 붕대를 세탁한 후 기둥에 널어 말리던 데서 비롯되었다 -- 본문

여기 비타민D와 엽산葉酸이 있다. 인체 생화학의 필수요소이며, 부족할 경우 각종 암, 당뇨병, 심장병, 관절염 등 수많은 질병을 초래하는 <비타민D>. 그리고 DNA복제를 도와 세포 성장 체계에 필수인 <엽산>. 다시 돌아가야겠다. 햇빛은 인체의 비타민D 생성을 돕는 동시에 체내에 저장된 엽산을 파괴한다고 한다. 우습지 않은가? 양쪽 모두 우리 몸에 필수 요소인데, 이건 정말 엄청난 아이러니와 딜레마가 아닌가. 그럼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힌 채(엽산 파괴 방지), 비타민D가 풍부한 생선이나 우유만 마시면 해결될까?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유전자는 우리 몸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유전자 덕분에 건강한 몸을 가질 수도 있다. 『아파야 산다』는 흥미로운 책이다. 전혀 딱딱하지 않다. 위에서 인용한 이발소 기둥의 정체(!)가 무엇인지, 술만 마시면 빨개지는 얼굴이 허약한 내 몸 때문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 어두운 곳에 있다가 밝은 빛에 노출될 때 갑자기 재채기 나는 것이 장애라는 것 ㅡ 이것이 아추ACHOO 증후군이란다. 본래의 이름도 길다. 재미로 써보자면 이렇다. autosomal dominant compelling helioopthalmic outburst syndrome. ㅡ 등의 재미난 이야기와 우리 몸에 감춰진 중요한 사실이 들어있다. 

 

유해하고 열성인 유전자는 도태되고 유익한 것만 남아 계승되는 것이 진화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었던가, 하고 생각했던 것이 이 책으로 뒤바뀌었다. 정말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왜 타이틀이 <아파야 산다>인지 이제 알았다.

그럼 이제 이것도 읽어봐야 한다. 『그린 비즈니스의 미래 지도』. 유전자, 질병, 항체, 각종 요소들을 감싸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몸이라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 환경이다. 범위를 넓히는 거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완전히 정복할 수 없다. 우리의 후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건드려보기>라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몸은 우리의 것이고 타인들과 섞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들과 살아가는 것. 환경, 세상. 그 환경을 건드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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