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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굴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8월
평점 :
가까운 일본만 봐도 설화나 민담을 가지고 일종의 <저주>라는 이름을 가진, 세련된 현대의 공포문학 집필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글쎄,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중종10년, 제주의 한 동굴에 수십 척이 넘는 큰 구렁이가 은거하였다.
오래 전부터 바람과 비를 휘둘러 사람들을 괴롭혔기에
마을에선 해마다 열다섯 살이 된 처녀를 제물로 바쳐 화를 달랬다.
신임 제주 판관 서련徐憐이 날랜 장사들을 대동하고 행차하여
제물이 된 처녀를 사경에서 건져내고 구렁이를 죽였으나
돌아오는 길에 붉은 기운에 변을 당해 관사에서 세상을 떠났다.
ㅡ 제주 김녕사굴金寧蛇窟에 얽힌 설화
제주도에서 실종된 산악자전거 동호회 회원 중, 여자 한 사람이 9개월 후 돌연 죽어가는 몰골로 나타나고 여기에 퇴마사(법사) 신진명이 얽히게 된다. 그리고 그 여자에 빙의된 원혼 ㅡ 과거 김金녕사굴의 영기를 받은 금金녀란 별호를 가진 무녀. 또 그 무녀의 외손녀 금金주. 다시 퇴마사 신진명.
소설 『무녀굴』은, 책에 적혀있는(▲) 과거의 설화를 현재로 가져왔다. 이것은 판타지와는 다르다. 과거의 설화를 근저로 하여 그것을 지금, 현재로 불러오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장진 감독의 『박수칠 때 떠나라』 ㅡ 물론 이것과 근본적인 작품비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제나 문제제기의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명제를 품고 있기 떄문이다. 나는 단지 소재의 특성을 말하려는 거다 ㅡ 에서도 원혼, 귀신, 빙의 등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결국 주인공은 박수칠 때 떠나지 못했다. 『무녀굴』은 어떤가. 김녕사굴의 무녀 역시 과거의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단순히 <복수>의 차원을 넘은)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저주를 품고 있다.
소설 『무녀굴』은 저주를 품은 원혼, 무녀의 방울소리, 빙의된 자의 붉은 눈目, 그리고 퇴마의식과 주술을 공포라는 매력적인 장르로, 그리고 끈끈한 구성과 현실감 있는 묘사로 빚은 탁월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품이 태어났다는 것에 반갑고 즐겁다.
p.s 소설 『무녀굴』과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를 함께 언급하는 것은 상당한 비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위의 부연설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