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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가지 다쓰오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0월
평점 :
미쓰다 신조의 해설을 먼저 봐야겠다. 그는 한 가지 흠을 언급하는데 이를 반드시 짚고 가야 할 장애물이라 표현하고 있다. 나도 절반쯤은 동의한다. 갑작스레 점프하듯 아무런 설명 없이 지나가기에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동시에 그 설정이 없어도 작품의 내용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복선의 정교함이란, 예컨대 '3-1=1'이라는 상식적으로 나올 수 없는 의외의 해답을 도출하기 위해 다른 장소에 '-1'을 당당하게 숨기는 것에 있다." 역시 미쓰다 신조의 말이다. 이처럼 등하불명(燈下不明)의 멋진 틀을 구현해내는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가 선사하는 만족감은 가히 환상적이다.
복선의 복선, 복선을 뒤잇는 복선— '인간 ○○○○'를 넘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미스디렉션, 레드 헤링, 맥거핀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작중 주인공(대학 교수)이 연구하는 댐 건설의 '균열'이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맞물린 또 하나의 복선이자 암시였음을 깨닫게 되고. 서사·줄거리가 통째로 공중분해되면서 독자는 그대로 함락되어 버린다.
과거 미제 사건을 해결하려는 경찰처럼 이 작품에서는 대학 교수인 주인공과 학부장의 딸이자 비서이며 총무과 직원인 콤비가 그 역할을 맡아 수행한다. 어릴 적 헤어진 후 익사했다는 동생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에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을 그린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는 미스터리 독자에게 익숙한 폐쇄성 짙은 마을을 무대로 삼는데, 전쟁의 상흔이며 마을의 제물(祭物)이며 연못의 전설과 같은 요소들이 개입되면서 이를 한데 버무린 트릭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그리고 그 트릭의 비밀은 하나에서 끝나지 않고 두 번 세 번 어쩌면 그 이상 연거푸 폭풍처럼 몰아닥친다— 따라서 가지 다쓰오에게 '풍속파 추리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고는 하지만 미스터리·추리 요소가 절대 빈약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동생이 살해당했다는 임종 직전의 어머니의 말 하나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탐정 소설의 재미를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다.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 —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 반 다인의 본명 — 는 자신의 책에서(<위대한 탐정 소설>, 북스피어, 2011) 탐정 소설을 '별종'이라 선언하며 '마침내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모든 세부 사항이 완벽하고 긴밀하게, 마치 한 점의 편직물처럼 직조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고 한 바 있다.
이는 독자의 작품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시사하고 강조하는 설명일 텐데, 나는 본래 수수께끼 풀이의 해결과 설명 자체만으로도 만족하는 독자인 데다가 설령 그와 같은 작업에 참여했다손 치더라도 내게 이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의 미스터리는 당최 도전하기 힘든 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한 꺼풀씩 밝혀지는 대담한 진상은 전율 그 자체이다.
혈육의 죽음에 의문을 품음—그가 살던 곳에서의 조사 시작—마을 사람들의 꺼림칙한 반응—위험에 빠지는 주인공—외부에서의 조력자 등장—해결.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에겐 빤하게도 보이는 수순이다. 하지만 결말 또한 그럴까? 앞서 언급한 '인간 ○○○○'가 하나의 실마리로 등장하는가 싶었으나 뒤미처 '미스터리 해결편' 격인 종장에 다다르면 거의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될는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갖가지 장치나 수단에 정통한 독자라도 이렇게 휘몰아치는 트릭의 정체 앞에서라면 그저 멍하니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당연히 여기에 작가의 기만은 없고, "살면서 단 한 번도 살의를 느끼지 못한 사람은 없다고 봐. 오히려 때때로 살의를 품는 인간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중 대사가 범죄와 살인의 레종데트르(raison d'etre)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