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설정이 재미있다. 멸종, 기후 위기… 이런 키워드는 그간의 다종다양한 소설들에서 심심찮게 등장했던 것이지만, <독쑤기미…>에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멸종 크레딧'이라는 것.특정 종을 멸종시키려면 크레딧이라는 걸 제출해야 하는데 이 크레딧은 종의 지적 능력의 여부로 결정된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하나만 제출하면 되는 크레딧이, 지적 능력을 지닌 종을 멸종시키려 할 때는 열 세개가 필요하게 된다.이야기는 여기서 비로소 시작되는데, 주인공 핼야드는 이 크레딧 시장에서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미 멸종시켜버린 독쑤기미라는 종에게 지적 능력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버린 것. 하지만 그는 빈털터리다. 해결책은 두 가지. 독쑤기미에 대해 연구한 과학자 카린을 설득해 독쑤기미에게 지적 능력이 없다는 거짓 보고서를 작성케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어딘가 살아 남아있을지 모르는 독쑤기미를 찾아내 멸종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것.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기후 위기를 전제한다. 멸종에 따른 허가증인 크레딧을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보존활동을 통해 크레딧을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환경 거래 시스템, 이 크레딧 시장 하에서 얼마큼 이득을 보며 거래에 뛰어들 것인가.마지막 에필로그는 보는 시각에 따라 안타까울 수도 당연한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간이 우월한가 인간 이외의 동물이 우월한가에 대한 작가의 답이랄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의 각종 거래, 그중에서도 환경, 기후 위기와 엮어낸 기발한 아이디어가 그저 감탄스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