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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5년 3월
평점 :
'또 베토벤?'이라고 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베토벤'이며, '여전히 베토벤'이다. 사실 그에 대한 책이 색다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왜 베토벤인지는 한 입씩 먹어보면 알 수 있겠지.
일단 구성이 좋다. 적게는 한두 페이지, 길어도 네다섯 페이지로 끊어서 100개의 챕터를 만들어놓았다. 클래식에 전혀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다소 힘에 부칠 수도 있을 거라 염려가 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어렴풋하게나마 머릿속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베토벤이 작곡한 작품들 중 일종의 분수령이 되는 건 역시 교향곡 3번 '영웅(eroica)'이 아닐까 싶다. 과거 어디선가 베토벤의 교향곡 3번과 브루크너 교향곡 8번 중 어느 쪽이 더 위대한가 라는 논쟁이 있었다는 농담 같은 일화가 떠오르는데, 깜찍하고 귀여운 이야기다.
'영웅'은 꽝, 꽝 하며 타격 같은 연주로 시작한다. 이에 대해 지휘자별 특성을 써놓은 레브레히트의 묘사가 재미있다. 누군가는 곤봉으로 사람을 패 죽이고, 누군가는 장거리 대포를 발사하고, 누군가는 갱스터처럼 칼로 찌른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나는 카를 뵘의 지휘가 마음에 든다)
나폴레옹과 연관이 있는 까닭에 이 교향곡은 한층 이야깃거리로서도 흔히 회자된다. 물론 레브레히트는 이뿐 아니라 '엘리제(혹은 테레제)를 위하여', 도입의 4마디만으로도 한국인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그대를 사랑해(이히리베디히, Ich liebe Dich)' 등도 빼놓지 않았다.
그에 의하면 '베토벤은 바위고 나머지는 먼지다. 그를 지우면 집이 무너진다.' ……따라서 왜 베토벤일까, 하는 물음에는 영속성이라 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 말마따나 베토벤은 몽블랑산처럼 늘 그 자리에,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으면서 언제라도 닿을 수 있는 존재로 있는 까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