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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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 두 명의 탐정과 미스터리 요소를 넣었다는 것에서 과거 대히트했던 일본의 드라마 '트릭'을 떠올리게 하는_특히 양쪽 모두에 사이비 종교라는 키워드가 있다_독특한 맛의 작품. (물론 이쪽은 안락의자 탐정과 발로 뛰는 탐정의 콤비 플레이지만)

건축가는 지휘자라는 표현이 있다. 그렇다면 악보와 연주는 도면과 건립으로 대체할 수 있을 거다. 집에는 보통 거주자를 보호할 의무가 주어지는 동시에 그 구조 또한 마땅히 원활한 기능을 해야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는 두 가지뿐이다. 건축가의 지휘 실력이 없거나, 아니면 의도성이 있거나.

축적 혹은 요약. 집은 일단 만들어지면 쉬 바꿀 수 없으므로 주거자는 그곳에 신체와 물건들을 축적하고 요약해 집어넣는다. 소설에는 '의도된' 갖가지 도면의 어긋난 공간과 뒤틀린 구조를 활용한 '자기만의 집'이 구축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집에는 누가 살고 있는가? 바로 '가족'이다.

소설 속 집들은 아늑한 공간이 아니며 비바람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기능 따위 저버린 지 오래로, 이 '이상한 집'들은 잔혹하고 징그러운 공간임에 틀림없다. 또한 우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과는 상대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다르다. 같은 공간에서 삶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필부필부였을 이들의 악행. 곤혹스러울 만큼 감정을 건드리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잔혹성. 집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고 가족은 화해할 수 없는 대상이 된다……. (파란만장한 생애의 여인도 있으니 소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또한 생각난다)

11가지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걸 다시 하나로 엮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순서가 바뀌어도 매한가지). 페이크 다큐멘터리(모큐멘터리)의 형태로_그게 아니더라도_이렇게까지 수준급의 소설을 썼다는 건, 우케쓰는 언젠간 튀어나올 송곳이었다는 얘기가 아닐까.

출간순으로 <이상한 집>에 이어 <이상한 그림>이 나왔을 때 작가의 가파른 성장이 회자되곤 했다. 지금 <이상한 집 2>를 읽은 시점에서는, 그야말로 백공기예(百工技藝)의 집약이라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밀실 살인 등에 이따금 삽입되곤 했던 건축물 평면도의 적극적 활용, 집과 가족이라는 평범한 요소. 이들을 섞어 작품으로 만든 작가도 대단하지만, 최초 그를 발굴해낸 눈 밝은 편집자 또한 수완가다. 그리고 감 좋은 독자는 이 책을 지나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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