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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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구분하자면 호러 혹은 호러 엔터테인먼트랄까) 소설 속 무대가 되는 학교는 교육 현장이라기보다 복마전에 가까우며 꽤 많은 선생들은 양복 입은 뱀이라 할 만해서 외려 학생들의 일탈이 그저 애교스럽게만 느껴진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이코패스 주인공은 본인의 약점을 회피하거나 편의를 위해 살인을 하고 여학생을 성적으로 유린하는가 하면 귀찮게 하는 학부모의 집에 방화를 저지른다. 그의 행동에 트리거는 따로 없다. 자신을 거스르는 모든 것이 사건의 기폭제이므로.

<악의 교전>은 후반보다 전반부가 더 매력적이다. 기시 유스케스럽지 않게 몰아치는 중후반의 진행도 매력적이지만, 대외적 이미지와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한 주인공의 책략과 그에 대한 덤덤한 서술을 통해 차근차근 살인마의 사고방식과 도덕관을 묘사해 나가는 부분이야말로 소설의 백미.

학교를 왕국화하며 지배, 군림하려는 자. 궁지에 몰린 뒤 반 아이들을 모조리 살해하려는 자. 종국에 이르러 경찰에 붙들리면서도 자신의 신병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찰나의 계책까지. 늘 아름답기만 해도 모자랄 학교는 작가의 말대로 '좋지 못한 결말'을 향해 철저히 계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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