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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야 할 때 나아가야 할 때 돌아봐야 할 때
쑤쑤 지음, 김정자 옮김 / 다연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복잡한 세상, 험악하고 흉흉한 인심...., 많은 이가 이러한 현실을 원망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에서나 조심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며 사는 것은 정말 피곤하다. 그런데 사실, 복잡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늦봄의 어느 해 질 무렵, 우전 지역의 오래된 거리를 여행하다가 독특한 액세서리 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안에는 목걸이, 팔찌, 비녀 등의 액세서리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정교한 디자인에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 많았다. 그중 연꽃 모양의 은팔찌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바로 점원과 흥정을 시작했고, 68위안에 타협을 보았다. 그리고 팔찌를 손목에 차고 100위안짜리 한 장을 내밀었다. 점원은 전대를 뒤지더니 웃으며 말했다.
“죄송한데 지금 잔돈이 부족하네요. 잠시 기다리시면 돈을 바꿔서 드릴게요.” 점원은 가게를 나가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몇 분이 지나도 점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가이드가 어서 오라고 재촉했다. “빨리 오세요. 팀에서 이탈하지 마세요!” 동행한 친구가 말했다. “네가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늦게 나타나는 걸지도 몰라. 그냥 팔찌만 챙기고 나가자.” 나는 점원을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이드가 친구의 말이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거들자 한순간 동요되었다. 가이드는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주는 사람이니까!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발길을 돌렸다.
“오래된 거리라고 했는데 사람들은 순박하지 않구나!”
팀에 합류한 나는 가이드를 따라 다리를 건너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저기요. 손님! 잠깐만요!”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점원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점원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관광 성수기라서 잔돈을 바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바꿔 오니까 이미 안 계시더라고요. 자, 여기 거스름돈 삼십이 위안입니다. 세어보세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겸연쩍은 웃음을 흘렸다. 점원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시원하게 말했다.
“설마요. 제가 이 거리 명성에 먹칠을 할 순 없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점원을 보자, 근거도 없이 그를 의심했던 내가 부끄러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점원의 태도는 오래된 거리의 체면을 세워주고도 남았다. 나는 세월이 흘러 해 질 무렵이 되면 지금의 풍경이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때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한 노인이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먼저 단순해진다면 세상도 단순해질 것이다.”
인생에는 세 가지 경지가 있는데 해탈한 선승의 말을 인용해 표현해 보면, 첫 번째는 산은 산이라 하고, 물은 물이라고 하는 경지다. 두 번째는 산은 산이 아니라고 하고, 물은 물이 아니라고 하는 경지다. 세 번째는 산은 여전히 산이고, 물은 여전히 물이라고 하는 경지다. 세상에 태어날 때는 누구나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모든 것이 새로우며, 눈에 보이는 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누가 이것이 산이라 하면 산으로 받아들이고, 저것이 물이라 하면 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세상 경험을 쌓아가면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 문제는 많아질수록 복잡해지며, 옳고 그름이 뒤섞인다. 이치에 맞지 않은 사람은 세상을 누비는데 이치에 맞는 사람은 오히려 한 걸음도 떼지 못하며, 착한 사람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데 나쁜 사람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 단계에서는 격정적이고, 걱정이 많고, 우울해하고, 의심과 경계심이 많아지고, 머리가 복잡하고, 뭐든 쉽게 믿지 못한다. 이때는 산을 봐도 탄식하고, 물을 봐도 한숨 쉰다. 다시 말해 이것을 가리키며 실제로는 저것을 욕하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때 산은 더는 단순한 산이 아니고, 물도 더는 단순한 물이 아니다.
이처럼 모든 것이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에 달렸다. 그러니 계속 두 번째 경지에 머물러야 한다면 삶은 고통의 연속일 것이다. 이 산을 오르면 저 산이 높아 보이고, 저 산을 오르면 다시 다른 산이 높아 보인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며, 온갖 지혜를 짜내고, 신경 써야 해서 영원히 만족할 수 없다. 세상은 하나의 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 밖에 또 사람이 있고, 하늘 밖에 또 하늘이 있으니 계속 돌고 돈다. 하지만 인생은 짧고 유한한데 어찌 영원히 따지고 계산하겠는가? 그래서 많은 사람이 두 번째 경지에서 죽음 을 맞이한다. 평생 목표를 향해 바쁘게 달려오며 스스로 자부심도 느끼지만, 결국 원하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원망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자기 수양을 통해 세 번째 경지에 도달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깨달음을 얻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때는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주변 사람을 대하면서 계산하지 않는다. 번잡한 속세에 있어도 시원한 바람과 맑은 달을 즐기며, 힘든 일에 직면해도 웃어넘기며 어떤 상황에서도 너그럽게 이해한다. 그리고 산을 보면 여전히 산으로 보고, 물을 보면 여전히 물로 본다.
요컨대 사람은 본래의 사람이고, 억지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세상 역시 본래의 세상이고, 사회에서 너무 잘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그렇게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 P.168~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