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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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중의 으뜸 법인 '헌법' 의 상징성을 말해 무엇하랴?

민주주의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헌법은 나라를 지탱하는 근간이요 초석이다.

모든 법률은 헌법에서 나오고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은 위헌법률심사를 거쳐 가차없이 도태된다.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이래 1988년까지 40년 간 9차례 개헌이 있었다.

민주공화국의 기치를 내건 이래 이렇듯 짧은 기간에 잦은 개헌은 동서고금을 찾아보아도 그 유례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 60여년은 현대사의 격동기라 할만큼 우리는 수많은 사건을 겪었다.

1960년 4.19혁명, 1961년 5.16군사정변, 1979년 10.26사태, 12.12군사반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29 민주화선언에 이르기까지 헌법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고치고 바꾸다 보니 이제 누더기가 되었다. 민주주의의 모범사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헌법은 24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거의 개정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짧은 기간에 수많은 변천를 겪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권리가 제한되고 여러 정권에 유린되었다는 반증도 되겠다.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얼마나 근사하고 멋진 조문인가? 난 2항이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1조에서 보듯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을 자처하고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면서 정작 정치행태는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우리나라, 정말 삼권분립 국가가 맞는지? 국민을 두려워하고 하늘같이 떠 받드는지 묻고 싶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평등권 보장을 강조한 제10조, 11조는 어떠한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헌법은 명확하게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보장하고 어떠한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OECD회원국 중 자살률 1위, 남녀임금차별 및 비정규직 비율 1위, 행복지수 꼴찌 등 거의 안좋은 기록은 다 갖고 있다. 정말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민의 행복과 인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가?

 

11조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가? 한갖 요식행위로서 문서에 기술한 미사여구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성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70% 이상이 '평등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현령 비현령'  신분에 따라, 재력에 따라 중한 죄를 범하고도 재판의 형량은 터무니 없이 달랐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논리가 괜한 말이 아니란 것이다 .

근래까지도 대기업 오너의 명백한 불법을 보고도 불구속 기소하거나 집행유예 남발로 실형을 피해갔다. 과연 힘없는 서민들이었으면 호락호락 넘어갔을까?

징역살이의 하루 노역의 대가도 특수한 신분을 가진 자에게는 5억원이고, 경미한 죄를 범한 잡도둑에게는 몇 만원에 불과한 우리의 현실을 볼 때 아직까지 평등권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의구심이 가득하다.

 

12조 ①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1972년 유신헌법, 1980년 신군부시절때 제12조 또한 정권유지 목적으로 악용된 사례를 50대 이상은 많이 보아왔다. 9차례에 걸친 긴급조치 남발과 국가보안법 위반을 빌미로 얼마나 많은 청춘들이 감옥에서, 군대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현대사회는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보급으로 위의 조문들도 아주 중요한 보장 내용이 되었다.

국가기관이 범죄자를 체포하기 위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열람하고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멀지 않은 근자에도 있었다. 사법당국에서는 업무의 편의를 위해 압수 수색영장없이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한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 보장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21조 또한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비견될만큼 그 중요성을 띤다.

요즘에는 예전에 비해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온전하게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언론사의 핵심 간부가 정부의 간섭과 검열을

받았다는 폭로를 하는 걸 보면 아직 구태가 남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때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우리 경제 현황을 적나라하게 알린 자를 국민선동 혐의로 처벌한 것도

제21조 1항의 위반으로 보인다.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저자가 쓴 주요내용은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을 명시적으로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완전한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헌법상의 권리, 즉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민주주의 꽃인 선거제도를 잘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국민의 생각이 깨어있고, 감시의 눈길을 부릅 떠고 정권을 감시하고, 정도를 벗어나면

투표로써 준엄한 심판을 보일때 그들도 국민을 두려워하고 헌법을 준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결국 국민 각자의 정치적 관심과 감시가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요, 헌법을

제대로 수호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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