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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전세계가 주목한 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딱 한방이면 자녀 양육과 관련한 온갖 문제들이 거짓말처럼 해결되는 '마법의 특효약'은 없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게 될 문제들을 미리 경고해 주며, 평생 아이와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비법 말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그 비법이 바로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그들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필요하다면 희생도 감수하라고 말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이리저리 방법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인생의 현자들은 말한다. 자녀와 평생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도록 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직 시간이라고.
아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부모가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특히 함께 있고 싶을 때는 더욱 그렇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밤낮으로 일하는 부모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더 비싼 물건을 사고 휴가를 좀더 즐기기 위해 일에 빠져 지낸다면 시간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훗날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있다면 바로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라고 인생의 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 역시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들이 자신과 도통 시간을 보내려 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데 상당수의 부모들이 뭔가 잘못 알고 있다. 실제로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부모가 무언가 함께 하자고 명령하는 것이 문제이다. 대안은 있다. 관심이 있건 없건 자녀들의 관심사를 함께 하는 것이다.
나는 상당히 일찍부터 이 전략을 이용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나는 남자형제만 넷인데, 지금은 한나와 사라, 딸만 둘 둔 아버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두 딸들이나 나와 함께 하길 원했던 것들 중 대부분은 도대체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 도통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일찌감치 아이들이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으면 기꺼이 하리라 마음먹었고, 그것이 무엇이든 나도 관심을 가져보기로 결심했다.
예컨대 쇼핑이 그중 하나다. 몇 년 동안 나는 뉴욕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딸들과 함께 갔다. 다른 부모들이라면 억지로라도 딸들을 박물관에 데려가려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대신 딸들이 원하는 대로 신발 가게를 수십 군 데나 돌아다녔다. 옷가게나 액세서리 가게도 셀 수 없이 다녔다. 그리고 딸들이 15센티미터가 넘는 힐이나 파격적인 복고풍 장신구를 보고 감탄하는 동안 앉아서 맞장구를 쳐주곤 했다. 웬만한 여자들보다 여성화나 여성의류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아빠라고 너스레까지 떨면서 말이다.
그런데 딸뜰과 함께 보냈던 그 시간의 대가는 실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했다. 내가 딸들과 함께 한 것은 어떤 행위가 아니라 바로 시간이다. 우리는 시간을 나눈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다. 일과 중 생긴 자투리 시간이거나 어쩌다 갖게 된 짧은 휴식 시간이 다였다. 그러나 그 시간에 딸들과 나는 대화를 나누고, 신뢰를 쌓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소통의 기적을 맛보기도 했다.
일곱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전 재무부장관 로버트 라이시가 한 잡지에 썼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생각난다. 그는 자녀들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조개를 비유로 들었다. 그는 아이들이란 조개 같아서 평소에는 껍데기를 꽉 닫고는 딱딱한 모습을 보여 주지만 그 속은 더없이 연약하고 상처받기 쉽다고 설명한다. 예기치못한 순간, 아이들이 단단한 껍데기를 열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 부모가 그 자리에 없다면 "달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한다.
어느 날 자녀가 불쑥 이런 이야기를 툭 꺼내놓을 수도 있다. "요즘 영어 선생님이 나만 미워해." 혹은 "그 여자애가 수업 시간에 어떤 남자 애한테 고백을 했다니까." 자녀와 시간을 더 보내지 못했던 탓에 이런 순간들을 놓친 현자들은 후회한다. 반면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들은 그것이야말로 살면서 내린 가장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p.126~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