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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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영복 교수님 별세 1주기를 맞았다.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멀어진다.'는 말처럼 교수님이 돌아가시고 출판물도 없고 해서  한동안 교수님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1주기가 된 요즘,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에 고인을 추모하는 소식이 올라와 다시 교수님을 상기하게 되었다. 법정스님도 돌아가신 후 한동안 세간의 관심을 받으시다 어느 순간 잠잠해졌다. 아무리 유명한 분도 결국 현생에 없으니 대중들의 관심에서 서서히 잊혀 가는게 세상의 이치인가 보다.
 
교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펴낸 '담론'을 진작에 사두었다가 이 핑계 저 핑계로 읽는 것을 미루어 두다가 근래 고인의 소식을 듣고 책을 꺼내 읽었다. 작가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좋은 책을 펴내려고 심혈을 기울이겠지만 나는 많은 작가 중에 유시민 씨와 신영복 교수님의 글을 가장 좋아한다. 유시민 작가의 글은 읽으면 글맛이 있다. 깊이도 있고 책을 들면 손에 놓기가 어려울 정도로 재미에 빠져 책에 몰입한다. 약간 진보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시각에서 글을 쓰지만 그게 저급하지 않고 논리정연해서 작가의 주장에 수긍하게 된다.
 
그런데, 신영복 교수님의 글은 더욱 내공이 깊다. 작가의 장단점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신영복 교수님의 글은 어떤 작가보다도 묵직하고 깊이가 있다. 물론 인생과 관련한 거창한 화두를 주제로 삼고, 심오한 동양철학을 강의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처음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 아주 딱딱하고 무미건조하다. 고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으면 정말 난해하고 재미가 없지만 몇 번을  되새기며 읽다보면 교수님의 진가가 드러난다. '강의'가 그랬다.
 
교수님의 삶이 고단해서 그런지, 글에 인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년의 감옥생활이 없었다면 독자들이 깊이 있는 교수님의 글을 접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후의 문학작품이 고난과 슬픔 속에서 창작되듯이 교수님도 혹독한 감옥생활을 겪었기에 글이 더욱 중후하고 사색적이 된 것 같다. 고인의 말처럼 감옥에서 최대한 적은 책으로 오랫동안 읽을 책을 구하다 보니 동양고전을 읽게 되었는데, 그게 오히려 평상시에 접하기 어려운 동양고전을 섭렵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담론'도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가 붙었듯이, 평소 강의했던 내용을 다듬은 글에다, 감옥생활 이야기를 덧붙여 펴낸 책이다. 보통 사람같으면 감옥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조차 하기 싫을 것인데, 고인은 감옥생활을 통해 삶을 오히려 한 단계 승화시켰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어떻게 그토록 긴 세월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올곧게 살 수 있었는지, 범상치 않은 삶에 숙연해진다.
 
나라가 혼란한 이 때, 이제 세상의 큰 스승들이 하나, 둘 떠나고 시대의 스승이라 불릴 분들이 많지 않다. 소인배들이 온통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최소한의 수오지심조차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아 개탄스럽다. 인문학을 배우는 가장 큰 목적은 '정직하고 양심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고도의 청렴성과 양심을 가진 분들이 맡아야 한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려는 소양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요, 국민의 불행이다. 책임자의 지위에서 국민을 리더하는 정치인들이 교수님의 주옥같은 글을 많이 읽어서 정말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공직자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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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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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읽은 지가 2년정도쯤 된 것 같다. 정확한 내용은 다 기억할 수 없지만 경제학 분야의 여러 학파를 소개한  기억이 난다.  법학이나 경제학 같은 분야는 그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여러 학설로 나눠지듯 경제학도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학설로 나눠진다. 복잡다기한 경제학 분야에 주류 학설은 존재할 수 있어도 한가지 학설이 복잡한 경제현상을 다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도 다양한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학설 중에 여러 학설을 통합한 절충설이 다수설이다.
 
장하준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현재 경제계의 주류(신자유주의)와는 상반되는 노선을 걷고 있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자신의 시각에서 독특하게 설명하는데, 경제계의 야당파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선진국이 지지하는 신자유주의 무역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신랄한 비판이 눈여겨 볼만하다. 한국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장하준 교수의 관점이 다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응 우리 경제 당국에서 받아들여야 할 중요한 조언도 많다. MB정부의 경제부양을 위한 인위적 고환율정책과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 우리나라 경제 정책이 임시미봉책으로 나아가는 것을 비판하면서 기초를 탄탄히 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과 거시적인 경제플랜을 펼 것을 주장한다.
 
그가 써 온 책을 보면 주로 강대국의 경제정책의 어두운 이면을 속속들이 파헤치며,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결코 약소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 등의 책을 통해 경제계의 신선한 바람을 몰고온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선진국에서는 장하준 교수의 시각이 곱게만 보일리 없겠지만 진실의 편에 서서 그들의 경제정책 이면의 불평등성을 낱낱이 적시함으로써 약소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정치나 학문이 그렇듯 다수의견에 동조하지 않고 소수파로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자신의 신념이 굳어야 하고, 어떤 주장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세계를 지배하는 요즘 시류에 편승하여 곡학아세하는 사이비 경제학자도 일부 있다. 장하준 교수는 약소국의 입장에서, 진실의 편에 서서 자신의 소신에 따라 경제의 패턴을 설명한다. 앞으로도 이런 소신있는 학자가 많이 나와서 전 세계인들에게 올바른 경제 흐름과 지식을 제공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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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인으로 세상을 경영하라 공자처럼 -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사람경영법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 5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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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이 물었다.

만일 백성에게 널리 베풀어 많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습니까.

가히 어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어찌 어질다고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반드시 성인일 것이다. 요순(堯舜)도 오히려 그리 하지 못한 것을 근심했다. 무릇 인자(仁者)는 자신이 서고자 하면 남을 세우고, 자신이 통달하고자 하면 남을 통달하게 만든다. 가까운 데서 능히 취해 비유할 수 있다면 가히 인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子貢曰, “如有傳施於民而能濟衆, 何如. 可謂仁乎.” 子曰, “何事於仁, 必也聖乎. 堯舜具猶病諸.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誓, 可謂仁之方也已.“ <논어> 옹야 제28

  

공자는 여기서 을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을 논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여기서 요순(堯舜)의 이름이 처음으로 나오고 있는 점이다. 현존하는 유가 경전 가운데 요순을 드러내 놓고 표창(表彰)한 것은 <맹자>이다. 일본의 저명한 동양학자 기무라 에이이치는 <공자와 논어>에서 요순도 오히려 그리 하지 못한 것을 근심했다.’의 뜻인 요순기유병저(堯舜具猶病諸)’ 구절을 후대인이 끼워 넣은 것으로 보았다.

 

일찍이 자공은 공자 사후에 삼년상이 끝난 후 다시 3년 동안 홀로 공자의 묘 옆에 초막을 짓고 시묘(侍墓)했다. 이후 제나라로 가 유학을 가르치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제나라에 유학이 전해진 것은 바로 자공의 덕이었다. 원래의 <논어>인 노나라 <논어>, <노론(魯論)>은 자공이 죽은 이후 맹자가 제나라로 가기 이전의 어느 시기엔가 제나라에 전해졌다. 제나라의 <논어><제론>이 나온 배경이다. <제론><노론>에 부기(附記)>와 윤색을 가했다.

 

상대의 마음을 빼앗고자 하면 먼저 그가 원하는 것을 내줘라.

<옹야> 28장에 나오는 욕립입인(欲立立人), 욕달달인(欲達達人)‘ 구절은 <안연> 2장의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 차원을 뛰어 넘는다.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 은 소극적으로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치 않는다는 취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반해 <옹야> 28장은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을 먼저 일으켜 세우고 통달하게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는 여러모로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이타행(利他行)과 닮았다. ‘이타행은 남에게 공덕과 이익을 베풀어주며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대승불교는 개인의 성불(成佛)을 지향하는 해탈행(解脫行)에 방점을 찍은 석가 당시의 소승불교에 중국 전래의 도가사상을 덧씌운 게 특징이다. ‘도가 사상의 연원은 노자의 <도덕경>이다. <도덕경> 36장에 이타행의 배경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 나온다.

  

상대를 가까이 끌어들이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상대의 날개를 활짝 펴주어야 하고, 상대의 힘을 약화하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상대를 더욱 강하게 해주어야 하고, 상대를 뒤로 물리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상대를 흥하게 해주어야 하고, 상대의 마음을 빼앗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상에게 내주어야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상대를 가까이 끌어들이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상대의 날개를 활짝 펴주는 욕흡장지(欲翕張之)’ 정신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상대에게 베푸는 게 관건이다.

  

사상사적으로 보면 이는 원래 도가 사상에 한정된 게 아니다. 공자보다 약 100년 앞서 활약한 제나라 재상 관중(管仲)의 저서인 <관자><목민(牧民)><도덕경> 36장의 욕흡장지정신을 연상하도록 만드는 대목이 나온다.

  

정치가 흥하는 것은 민심(民心)을 따르는 데 있고, 폐해지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데 있다. 백성은 근심과 노고를 싫어하는 까닭에 군주는 그들을 평안하고 즐겁게 만들어야 하고, 빈천을 싫어하는 까닭에 군주는 그들을 잘 보호하여 안전하게 만들어야 하고, 후사가 끊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까닭에 군주는 그들을 잘 길러야 한다. 백성을 평안하고 즐겁게 만들면 백성은 군주를 위해 근심과 노고를 감수하고, 부귀하게 만들면 군주를 위해 빈천을 감수하고, 잘 보호해 안전하게 만들면 군주를 위해 위험에 빠지는 것을 감수하고, 잘 기르면 군주를 위해 후사가 끊어지는 것을 감수한다. 형벌은 민의(民意)를 두렵게 만들기에 부족하고, 살육은 민심을 복종하도록 만들기에 부족하다. 형벌이 빈번할지라도 민의가 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 군주의 명령이 시행되지 않고, 많은 사람을 살육할지라도 민심이 이에 복종치 않으면 군주의 자리가 위태롭게 된다.

  

백성이 바라는 네 가지 욕망을 다루면 먼 곳의 사람도 절로 다가와 친해지고, 백성이 싫어하는 네 가지 혐오를 행하면 가까이 있는 자조차 배반하게 된다. 그래서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이 다스림의 요체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명심하라.

정치의 근본적인 목적은 백성을 의도한 바대로 부리는 사민(使民)을 통해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아는 문화대국을 건설하는데 있고, ‘사민은 백성이 바라는 일락(佚樂)과 부귀와 존안(存安) 및 생육(生育)의 네 가지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서 출발하고, 네 가지 욕망의 충족은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부민(富民)에서 나오고, ‘부민의 요체는 백성을 이롭게 만드는 이민(利民)에 있고, ‘이민의 기본 이치는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이 다스림의 요체라는 사실을 숙지하는 데 있다는 게 <관자>의 기본 입장이다.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이다.’라는 이치를 깨닫는 것을 통상 취여지도(取予之道)라고 한다.

취여지도<관자>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사상 최초의 정치경제학파인 이른바 상가(商家)의 효시인 관중은 <도덕경> 36장과 취지를 같이하는 취여지도에서 치국평천하의 기본 이치를 찾은 셈이다.

 

<옹야> 28장의욕립입인, 욕달달인정신은 <도덕경> 36장의 욕흡장지<관자> 목민취여지도정신과 취지를 같이 하는 것이다. 유가와 도가 및 상가를 비롯한 제자백가 모두 먼저 베풀어 백성을 이롭게 만드는 이른바 선여이민(先予利民)사상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옹야> 28장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자공은 이를 박시어민(博施於民), 공자는 욕립입인, 욕달달인으로 풀이한 셈이다. ‘욕립입인, 욕달달인정신은 이후 인도에서 전래한 소승불교가 대승불교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이타행의 사상적 뿌리가 됐다.

 

<논어>가 역설한 인정(仁政)은 곧 <도덕경> 36장의 욕흡장지<관자> 목민취여지도와 취지를 같이하는 욕립입인, 욕달달인정신에 뿌리를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게 바로 선여이민사상이다. 공자와 노자 및 관자 모두 치국평천하의 방략을 놓고 같은 곡을 서로 달리 연주하는 동공이곡(同工異曲)에 지나지 않는다. p.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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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깊이 만나는 즐거움 - 최복현 시인이 <어린왕자>를 사랑한 30년의 완결판
최복현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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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성찰하면 우리 삶의 진실을 알 수 있을까요? 맑은 날이 있으면 비 오는 날, 흐린 날도 있는 것처럼, 우리 삶이란 것도 그래요, 늘 좋기만 바라는 건 누구나 같을 거예요. 어떤 이는 늘 밝은 표정으로 살고, 어떤 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살고, 어떤 이는 맑고 흐리기를 반복하며 살아요. 이렇게 한결같이 자기 삶을 조정하며 살아간다는 건 어려워요. 그럼에도 우리는 보다 밝은 마음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방법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요.

    

생각이 필요해요. 건설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고, 가급적 후회가 따르지 않는 이성이 담긴 생각이 필요해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면 우리의 삶엔 맑은 날이 많을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려면 정말 우리 삶에,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해요. 시간이란 공간에 그저 흔적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자기 삶의 궤적을 그으며 살아야 해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해요.

   

누구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아는 자기를 잘못 판단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스스로를 왜곡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거예요. 자신을 잘 알려면 혼자 명상에 잠기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렇게 자신에게 솔직해져보고, 그렇게 발견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해 봐야 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나 자신의 거울이에요. 그들의 단점은 나의 단점이고, 그들의 장점은 나의 장점이기도 해요. 거기서 키울 것과 키우지 말 것을 구분해야 해요. 바쁘다고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저 달려만 갈 뿐이라고요.

   

저 사람들은 무척 바쁘네요. 저 사람들은 뭘 찾고 있는 거예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기관사도 모른단다.”

전철수가 말했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불을 환하게 켠 두 번째 급행열차가 우르릉거렸어요.

그들이 벌써 되돌아오나요?”

어린왕자가 물었어요.

아니, 같은 사람이 아니란다. 서로 자릴 바꾸는 거야.”

전철수가 대답했어요.

살던 곳이 맘에 안 들었나 보죠?”

사람들은 자기들 사는 곳에 만족하지 않는단다.”

전철수가 말했어요. 그러자 세 번째 급행열차가 불을 환하게 켜고 천둥치는 소리를 냈어요.

저건 먼젓번 여행자들을 쫓아가는 걸까요?”

어린왕자가 물었어요.

그들은 아무것도 쫓지 않는단다. 그 안에서 잠을 자거나, 아니면 하품하는 거야. 어린애들만이 유리창에 코를 박고 있어.”

전철수가 말했어요.

어린애들만이 자기들이 뭘 찾는지 알고 있군요. 어린애들은 헝겊인형을 위해 시간을 소비하고, 그래서 인형은 아주 중요한 것이 되고요. 그걸 빼앗기면 소리 내어 울고 말이에요....”

   

생각해봐요. 차라리 가던 길을 멈추고 말이에요. 그게 더 빨리 가는 길이에요. 진실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기엔 너무 늦는 게 우리 삶이니까요. 차라리 멈춰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해요. 생각 없이 달려만 가지 말고 지금 무엇을 찾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니까요. 남보다 늦으면 어때요. 너무 남과 비교하려고 하지 말라니까요. 남만 따라다니면 그건 삶이 아니에요. 자기 길을 가야지요. 적어도 자기 삶에서는 주인공으로 살아야지요.

   

아이들을 보라고요. 아이는 자기가 지금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요. 그들은 남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지요. 남에게 필요한 것이 자기에게도 필요할 것이란 생각, 남이 가는 곳에 가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거란 불안감, 남이 가진 것을 지금 갖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걱정, 그런 부정적인 생각부터 버려야 해요. 거기서 자유를 얻어야 해요. 지금 있는 이 마당이 영원한 자신의 마당이 아니듯이, 지금 한 곳에 있는 이들이 영원히 한 곳에 있을 사람도 아니잖아요. 지금부터 남과 견주어 생각하지 말고 자기에게 중요한 것만 생각해봐요. 그게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사는 지름길이에요.

   

죽 이어질 인간관계가 있고, 어디까지만 함께하다가 단절될 관계도 있으니까요. 무엇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인간관계의 연속성과 단절성이 나누어지니까요. 무조건 쫓으려 말고 정말 쫓아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해요. 그런 걸 잘 구분하면서 살아야 해요. 그것이 자기 앞가림을 제대로 하는 방법이에요, 삶은 보다 생산적으로 살아야 해요. 무한한 에너지가 샘솟는 게 삶이 아니니까요. 집중할 일, 지금 해야 할 일을 구분하며 살아요. 생각 없이 오락가락하지 말자고요.   p.216~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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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을 위한 감정의 심리학
유은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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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나무가 그랬다.

정직하게 맞아야 지나간다고

뿌리까지 흔들리며 지나간다고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고

이렇게 무언가를 데려가고

다시 무언가를 데려온다고

좋은 때 나쁜 때도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게 아니라고

뼛속까지 속이며 지나가는 거라고.

    

박노해 시인의 <나무가 그랬다>라는 시의 일부다.

위의 시구처럼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면 시간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주인이 되는 일이 돈을 버는 일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데,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깨우쳐주는 시다.

   

11초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혼자만의 시간만큼 유용한 것은 없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세계를 잘 구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으면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특별한 세계관이 정립되니까 말이다.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은 고유의 아우라가 존재한다. 이 같은 아우라는 본인이 의식하고 노력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다. 나는 우리 모두 자신만의 아우라가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쉽게 베낄 수도 없고, 빼앗을 수도 없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 말이다.

  

 

빈둥거림의 달콤함을 허락하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로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바쁘지 않은 삶에 대한 죄책감을 내려 놓아라. 바빠야만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 생각부터 바꿔보자. 바쁜 게 자랑인가? 가끔 바쁜 삶이 정상이지, 매일 바쁜 삶이 정상은 아니다. 우리 뇌와 신체는 그렇게 작동되지 않는다. 매일 게으르면 문제지만 가끔이라면 심신의 균형을 맞춰준다는 측면에서 게으름도 좋은 처방전이 될 수 있다.

   

멍 때리기도 좋고,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는 시간도 좋다. 게으를 권리, 아무것도 안할 권리를 자신에게 선물로 주자. 바빠야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라. 대신 심리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노력하자.

   

특별한 약속이 없을 때, 나는 늘 점심을 혼자 먹는다. 하루 종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일이다 보니 점심시간만큼은 혼자 보내야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24시간 중 유일하게 혼자 보내는 이 시간은 내게 정말 소중하다. 1시간의 독립인 셈이다. 독립이라고 해서 꼭 집에서 나올 필요는 없다. 심리학 관점에서는 하루에 1시간, 아니 30분이라도 타인과 완전히 분리되면 독립이라고 본다.

   

심리적으로 독립된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대신 자신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를 동시에 인정하며 좀 더 풍부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 그런 사람들은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산다. 주변에서 그 사람 참 괜찮지 않아?”라는 말을 듣는 사람을 떠올려 보라. 분명히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영화배우 강동원 씨도 인터뷰에서 이상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외모보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들은 고유한 분위기가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일수록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에도 능숙하다는 사실이 재미있지 않은가? P.7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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