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을 위한 감정의 심리학
유은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나무가 그랬다.

정직하게 맞아야 지나간다고

뿌리까지 흔들리며 지나간다고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고

이렇게 무언가를 데려가고

다시 무언가를 데려온다고

좋은 때 나쁜 때도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게 아니라고

뼛속까지 속이며 지나가는 거라고.

    

박노해 시인의 <나무가 그랬다>라는 시의 일부다.

위의 시구처럼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면 시간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주인이 되는 일이 돈을 버는 일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데,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깨우쳐주는 시다.

   

11초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혼자만의 시간만큼 유용한 것은 없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세계를 잘 구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으면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특별한 세계관이 정립되니까 말이다.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은 고유의 아우라가 존재한다. 이 같은 아우라는 본인이 의식하고 노력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다. 나는 우리 모두 자신만의 아우라가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쉽게 베낄 수도 없고, 빼앗을 수도 없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 말이다.

  

 

빈둥거림의 달콤함을 허락하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로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바쁘지 않은 삶에 대한 죄책감을 내려 놓아라. 바빠야만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 생각부터 바꿔보자. 바쁜 게 자랑인가? 가끔 바쁜 삶이 정상이지, 매일 바쁜 삶이 정상은 아니다. 우리 뇌와 신체는 그렇게 작동되지 않는다. 매일 게으르면 문제지만 가끔이라면 심신의 균형을 맞춰준다는 측면에서 게으름도 좋은 처방전이 될 수 있다.

   

멍 때리기도 좋고,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는 시간도 좋다. 게으를 권리, 아무것도 안할 권리를 자신에게 선물로 주자. 바빠야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라. 대신 심리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노력하자.

   

특별한 약속이 없을 때, 나는 늘 점심을 혼자 먹는다. 하루 종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일이다 보니 점심시간만큼은 혼자 보내야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24시간 중 유일하게 혼자 보내는 이 시간은 내게 정말 소중하다. 1시간의 독립인 셈이다. 독립이라고 해서 꼭 집에서 나올 필요는 없다. 심리학 관점에서는 하루에 1시간, 아니 30분이라도 타인과 완전히 분리되면 독립이라고 본다.

   

심리적으로 독립된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대신 자신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를 동시에 인정하며 좀 더 풍부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 그런 사람들은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산다. 주변에서 그 사람 참 괜찮지 않아?”라는 말을 듣는 사람을 떠올려 보라. 분명히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영화배우 강동원 씨도 인터뷰에서 이상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외모보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들은 고유한 분위기가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일수록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에도 능숙하다는 사실이 재미있지 않은가? P.75~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