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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인으로 세상을 경영하라 공자처럼 -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사람경영법 ㅣ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 5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16년 5월
평점 :
자공이 물었다.
“만일 백성에게 널리 베풀어 많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습니까.
가히 어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어찌 어질다고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반드시 성인일 것이다. 요순(堯舜)도 오히려 그리 하지 못한 것을 근심했다. 무릇 인자(仁者)는 자신이 서고자 하면 남을 세우고, 자신이 통달하고자 하면 남을 통달하게 만든다. 가까운 데서 능히 취해 비유할 수 있다면 가히 인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子貢曰, “如有傳施於民而能濟衆, 何如. 可謂仁乎.” 子曰, “何事於仁, 必也聖乎. 堯舜具猶病諸.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誓, 可謂仁之方也已.“ <논어> 옹야 제28장
공자는 여기서 ‘인’을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을 논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여기서 요순(堯舜)의 이름이 처음으로 나오고 있는 점이다. 현존하는 유가 경전 가운데 요순을 드러내 놓고 표창(表彰)한 것은 <맹자>이다. 일본의 저명한 동양학자 기무라 에이이치는 <공자와 논어>에서 ‘요순도 오히려 그리 하지 못한 것을 근심했다.’의 뜻인 ‘요순기유병저(堯舜具猶病諸)’ 구절을 후대인이 끼워 넣은 것으로 보았다.
일찍이 자공은 공자 사후에 삼년상이 끝난 후 다시 3년 동안 홀로 공자의 묘 옆에 초막을 짓고 시묘(侍墓)했다. 이후 제나라로 가 유학을 가르치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제나라에 유학이 전해진 것은 바로 자공의 덕이었다. 원래의 <논어>인 노나라 <논어>, 즉 <노론(魯論)>은 자공이 죽은 이후 맹자가 제나라로 가기 이전의 어느 시기엔가 제나라에 전해졌다. 제나라의 <논어>인 <제론>이 나온 배경이다. <제론>은 <노론>에 부기(附記)>와 윤색을 가했다.
상대의 마음을 빼앗고자 하면 먼저 그가 원하는 것을 내줘라.
<옹야> 제28장에 나오는 ‘욕립입인(欲立立人), 욕달달인(欲達達人)‘ 구절은 <안연> 제2장의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 차원을 뛰어 넘는다.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 은 소극적으로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치 않는다는 취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반해 <옹야> 제28장은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을 먼저 일으켜 세우고 통달하게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는 여러모로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이타행(利他行)과 닮았다. ‘이타행’은 남에게 공덕과 이익을 베풀어주며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대승불교는 개인의 성불(成佛)을 지향하는 해탈행(解脫行)에 방점을 찍은 석가 당시의 소승불교에 중국 전래의 도가사상을 덧씌운 게 특징이다. ‘도가 사상’의 연원은 노자의 <도덕경>이다. <도덕경> 제36장에 ‘이타행’의 배경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 나온다.
“상대를 가까이 끌어들이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상대의 날개를 활짝 펴주어야 하고, 상대의 힘을 약화하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상대를 더욱 강하게 해주어야 하고, 상대를 뒤로 물리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상대를 흥하게 해주어야 하고, 상대의 마음을 빼앗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상에게 내주어야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상대를 가까이 끌어들이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상대의 날개를 활짝 펴주는 ‘욕흡장지(欲翕張之)’ 정신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상대에게 베푸는 게 관건이다.
사상사적으로 보면 이는 원래 도가 사상에 한정된 게 아니다. 공자보다 약 100년 앞서 활약한 제나라 재상 관중(管仲)의 저서인 <관자>의 <목민(牧民)>에 <도덕경> 제36장의 ‘욕흡장지’ 정신을 연상하도록 만드는 대목이 나온다.
“정치가 흥하는 것은 민심(民心)을 따르는 데 있고, 폐해지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데 있다. 백성은 근심과 노고를 싫어하는 까닭에 군주는 그들을 평안하고 즐겁게 만들어야 하고, 빈천을 싫어하는 까닭에 군주는 그들을 잘 보호하여 안전하게 만들어야 하고, 후사가 끊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까닭에 군주는 그들을 잘 길러야 한다. 백성을 평안하고 즐겁게 만들면 백성은 군주를 위해 근심과 노고를 감수하고, 부귀하게 만들면 군주를 위해 빈천을 감수하고, 잘 보호해 안전하게 만들면 군주를 위해 위험에 빠지는 것을 감수하고, 잘 기르면 군주를 위해 후사가 끊어지는 것을 감수한다. 형벌은 민의(民意)를 두렵게 만들기에 부족하고, 살육은 민심을 복종하도록 만들기에 부족하다. 형벌이 빈번할지라도 민의가 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 군주의 명령이 시행되지 않고, 많은 사람을 살육할지라도 민심이 이에 복종치 않으면 군주의 자리가 위태롭게 된다.
백성이 바라는 네 가지 욕망을 다루면 먼 곳의 사람도 절로 다가와 친해지고, 백성이 싫어하는 네 가지 혐오를 행하면 가까이 있는 자조차 배반하게 된다. 그래서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이 다스림의 요체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명심하라.
정치의 근본적인 목적은 백성을 의도한 바대로 부리는 사민(使民)을 통해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아는 문화대국을 건설하는데 있고, ‘사민’은 백성이 바라는 일락(佚樂)과 부귀와 존안(存安) 및 생육(生育)의 네 가지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서 출발하고, 네 가지 욕망의 충족은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부민(富民)에서 나오고, ‘부민’의 요체는 백성을 이롭게 만드는 이민(利民)에 있고, ‘이민’의 기본 이치는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이 다스림의 요체라는 사실을 숙지하는 데 있다는 게 <관자>의 기본 입장이다.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이다.’라는 이치를 깨닫는 것을 통상 취여지도(取予之道)라고 한다.
‘취여지도’는 <관자>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사상 최초의 정치경제학파인 이른바 상가(商家)의 효시인 관중은 <도덕경> 제36장과 취지를 같이하는 ‘취여지도’에서 치국평천하의 기본 이치를 찾은 셈이다.
<옹야> 제28장의 ‘욕립입인, 욕달달인’ 정신은 <도덕경> 제 36장의 ‘욕흡장지’와 <관자> 「목민」의 ‘취여지도’ 정신과 취지를 같이 하는 것이다. 유가와 도가 및 상가를 비롯한 제자백가 모두 먼저 베풀어 백성을 이롭게 만드는 이른바 선여이민(先予利民)사상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옹야> 제28장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자공은 이를 박시어민(博施於民), 공자는 ‘욕립입인, 욕달달인’으로 풀이한 셈이다. ‘욕립입인, 욕달달인’정신은 이후 인도에서 전래한 소승불교가 대승불교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이타행’의 사상적 뿌리가 됐다.
<논어>가 역설한 인정(仁政)은 곧 <도덕경> 제36장의 ‘욕흡장지’와 <관자> 「목민」의 ‘취여지도’와 취지를 같이하는 ‘욕립입인, 욕달달인’ 정신에 뿌리를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게 바로 ‘선여이민’사상이다. 공자와 노자 및 관자 모두 치국평천하의 방략을 놓고 같은 곡을 서로 달리 연주하는 동공이곡(同工異曲)에 지나지 않는다. p.4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