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럽 - 유럽연합의 역사와 정책
강원택 외 지음 / 푸른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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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란 말은 학창 시절 사회 교과서에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단어일 뿐,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단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읽었던 경제책에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세력이 되었고,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통화 중에도 미국 달러와 함께 유로화가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은 아니여도 미국의 폭주를 막아줄 하나의 세력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임을 알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유럽연합은 총 27개국으로 이뤄진 인구 5억이나 되는 거대한 세력인데다가 유럽연합의 총생산은 명목가치로만 따졌을 때만도 세계 경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미국발 경제 위기를 시작으로 평가절하된 달러 대신 유로화가 더 많이 국제통화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이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화폐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유로권은 2009년 현재 회원국 16개국(1999년 출범 이후 그리스가 2000년부터, 슬로베니아가 2007년부터, 그리고 키프로스와 몰타가 2008년, 슬로바키아가 2009년부터 동참!) 인구 3억 2천여 만 명에 국내총생산 규모가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렇기에 21세기에서는 국제 정치 경제 질서를 살펴보는데 절대 빠뜨려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처음에 유럽연합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는 그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유럽이란 지역에 따라 끼리끼리 묶었구나 하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관계만큼이나 껄끄러운 영국과 프랑스가 생각났다. 그 복잡다단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어떻게 단일한 하나의 초국가의 형태로 묶일 수 있었을까. 아니,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 신기했다. 오랫동안 서로 적대국이었던 나라들도 있었을 테고, 경제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인 나라들도 있었을 텐데, 그냥 단순히 생각해봐도 역사도, 언어도, 문화도, 화폐도, 심지어 정치구조도 다른데 어떻게 하나로 묶을 생각을 했을까 싶은 것이 내 머리로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는 오류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유럽연합의 계기가 된 것이 바로 하나의 전쟁이 전세계를 초토화시킬 수 있었다는 자각을 하게 해준 제1, 2차 세계대전이었단다. 하나의 대륙에 맞붙어있기에 다른 나라에 생긴 전쟁이 자국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아주 간절한 우려가 공동체를 만들게 된 계기란다. 말 그대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절박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많은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조금씩 양보를 하고 배려를 해서 하나의 통합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초국가적인 기구를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저 전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그러니까 제2차 세계대전을 도발했던 독일을 견제하려는 욕구가 강했던 프랑스의 이익을 위해서, 프랑스와 다른 유럽국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과 대외적 위상을 높여서 나중에 동독과 통일을 이루려는 독일의 속셈을 위해서 시작했던 일이었다. 그것이 이제는 전유럽을 통합하며 전유럽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처음에 유럽 통합의 계기가 되었던 것은 1950년 프랑스 외무장관이었던 로베르 슈만이 유럽의 석탄 · 철강의 생산 및 판매를 공동관리할 것을 제안하면서부터이다. 슈만 플랜으로 불리는 이 제안은 평화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당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석탄과 더불어 철강의 사용을 관리하면서 독일이 몰래 전쟁 준비를 할 것을 미리 막자는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제안은 당시 서독으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던 것이 동독이 소련의 지배 아래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소련의 침공이 우려되었기에, 서유럽과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슈만 플랜은 프랑스와 서독을 비롯하여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의 베네룩스 3국, 그리고 이탈리아까지 모두 6개국이 참가하여 유럽석탄철강공동체로 구체화될 수 있었고, 그후 유럽연합까지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기구가 갖는 의의는 최초로 초국가적 기구의 성격을 가진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지금 당장은 초국가적인 기구에 거부감이 들더라도 차차 유럽인들의 인식이 변해서 똘똘 뭉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럽이 오랜 시간을 들여 연합해가는 과정을 보니까 경제 성장이 탄탄한 독일이 서유럽 속에 편입되기 위해 무한정 참아주고, 자본도 가장 많이 기부하는 등의 여러 희생들을 감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나라만 해도 여러 조약을 통해 새로운 유럽법을 만들 때마다 꼬투리를 잡거나 자국민족주의가 투철한 민족성 덕분에 유럽 통합으로 가는 방향에 걸림돌이 되었는데, 이제껏 독일은 한 번도 그런 제동을 걸지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 사소한 기구라도 하나 만드려고 해도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우면 금방 와해가 되는 것이 당연하니 이럴 땐 능력 있는 어느 한 사람이 조금 더 참아주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만약 아시아통화기금을 만든다고 하면 아시아에서 경제 성장이 제일 뛰어난 일본이 독일처럼 조금 더 희생을 해주는 방향으로 설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경제 성장률은 별로이지만 일본에게 이상한 자존심을 내세우기에 그것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일본이 조금 더 희생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에 봤던 책에서 미국 달러 헤게모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시아만의 통화기금이 있어야 함을 이미 알고 있었던 일본이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 자국의 이익이 되는 쪽으로 유리하게 끌고 나가야 할 우리나라 관리들이 그것을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말아먹었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정말 통탄할 일이다. 아시아통화기금을 만든다면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 아시아의 이익이 될 테니까 남 좋은 일 해준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제까지의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본다면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혹시 누가 알겠는가 아시아도 똘똘 뭉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지. 

 

어쨌거나 유럽연합의 결성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우리 입장에서 미국 세력을 견제하기에도, 유럽 입장에서 유럽의 과거 찬란했던 위상을 되찾는데도 다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 오랜 시간 이러한 과업을 해내기 위해 얼마나 골머리를 썩였을까 생각하니, 정말 존경스럽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지지부진 성과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다니~! 이처럼 고귀한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이익에 합당한 방향으로 상황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간의 이익은 포기하더라도 유럽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했던 유럽인들의 모습을 보노라니 우리 아시아인들의 인식도 하루빨리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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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맨발로 걷다
이희영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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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맨발이라고 하면 뭔가 참신하고 순수해보이는 것, 뭔가 진실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표지에서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뒷모습을 보니, 인간이 삶의 궤적을 남기는 것 같지 않은지...

이제껏의 삶이 어떠했든지 저런 다짐만으로도, 나의 발자취를 남기겠다는 다짐만으로도 앞으로의 인생을 새롭게 쓸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일 게다. 매일같이 실패를 하지만, 또 매일같이 성공을 하는... 매일같이 후회를 하지만, 또 매일같이 성취를 얻는...

그래서 그토록 끌렸나보다. 나가는 걸 싫어해서 여행기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 특별히 여행기 같지 않는 이 책만큼은 꼭 보고 싶었던 것이.

 

부제가 「서른의 길목에서 찾아낸 삶의 지도, 떠나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라는데,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나를 대놓고 몰아댄다.

다들 여행을 가보면 생각이 달라지고, 커지고, 노력하게 된다고 젊었을 때 갔다오는 것이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했었던 것을

뭐가 그리 맛있다고 깡그리 씹어댄 나로서는 더 이상 듣고 싶은 말은 아니다. 내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내 인생의 치부이기에.

그런데 이랬던 나도 우여곡절 끝에 갔다왔다면 완전 강추라고 설레발을 치며 꼭 가보라고 성화하겠지만.

일단 내가 안갔기에 아직은 우물 안의 개구리를 고수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만 해봐도 직접 떠나면서 부딪친 사람들이, 도시들이, 골목들이, 하늘들이...

사진이나 책으로 접한 것과는 다른 차원인 것이 맞겠지,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직접 경험이 더 생생하고 깊은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나는 짐을 싸들고 가고, 이동하고, 물어물어 찾아가고, 돈을 쓰고, 여독을 경험하는 이 모든 귀찮은 일들에게서 벗어나

우아하게 앉거나 누워서 저자 이희영 씨의 경험과 생각과 사진을 보며 얼마큼은 나도 느꼈다고 가만히 공감하는 척 하는 게 딱이다.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저자가 전문가용으로 된 렌즈가 툭 튀어나온 사진기로 찍어서 그런지 여기에 실려있는 사진들이 하나같이 예술이다.

약간 안쪽으로 모아진 풍경에서부터 선명한 색채나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감있게 찍힌 사진을 보노라면 그것에서부터 부러움이 마구 솟아오른다.

여행은 아직이지만, 사진기술에 대한 관심은 처음부터 오케이였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정말 색감부터가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정신없이 살기에 이런 아름다운 하늘이 여기 한국 땅에서 나타날 텐데 미처 이런 아름다운 하늘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고,

저 멀리 떠난 그제서야 이렇게 내 주변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움을 인지할 수 있다니.

물론 사진 모두가 이국적인 풍경이라 한국 땅에서는 찾아보긴 어렵긴 하지만, 실상 찾아보면 못 찾으리란 법은 없잖은가.

이런 사진을 꺼내보고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는 현재의 여름을 더욱 즐겨야하겠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올리지 못할 만치 아까운 아가 사진도 살포시 들어있다.

진짜 사진작가가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진이~

그 외에도 여러 연인들의 모습과 중년의 뒷모습, 거리마다 골목마다의 풍경들까지도 저자만의 감수성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와 함께 저자가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은 삼십 인생에서 깨달은, 인생의 아포리즘이 속속들이 포진해있다.

욕실에 불이 나가버린 사건에서 떠오르는, "사랑은 바람 같다"는 말... 볼 수는 없어도 느낄 수는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이나,

사랑을 잃었다면 예전에는 가져봤다는 것이라고... 사랑은 결코 소모적이지 않기에

길든 짧든, 깊든 얕든, 모든 사랑은 저마다 영혼을 한 뼘씩 자라게 한다는 말... 그래서 사랑은 모두 다 성공이라는 말...

이런 여러가지 아포리즘이 모이고 모여서 하나의 책이 나왔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녀나 나나 같은 서른인데도, 정말 경험과 생각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보인다는 것!!

아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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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투 커버 - 책 읽는 여자
로버트 크레이그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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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제 새벽 두 시무렵에 자려고 들어와서 그날 배송받은 책표지를 멀거니 구경하다가 첫장을 펼쳐들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오늘 아침, 눈이 떠지질 않아서 밍기적대면서 출근 준비를 한 것이나 출근이 늦어 상사에게 한 소리를 들은 사연의 원인 말이다. 게다가 지금 이렇게나 눈이 피곤한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일 테다. 겨우 눈을 붙인 게 새벽 4시 조금 넘어서였으니, 그리고 눕고 나서도 한동안 머릿 속으로 주인공 타냐의 심리를 분석하느라 말똥말똥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용케 출근을 한 것이 내심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렇게나 재미있었느냐고 물으면, 딱히 재미있었다는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주인공 타냐의 행동이나 생각이나 말본새가 나하고는 영 맞지 않았으니까. 독신이고, 지루하나 안정되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만한 일터가 확실하게 가지고 있고, 그녀가 주변의 남자들에게 싫다고 퇴짜를 놓을지언정 절대 싫다는 퇴짜 한 번 들어본 적이 없는 주인공이여서 그렇게 오만할 수 있었던 걸까. 소중한 사람이 돌아가셨음에도 장례식에조차 가질 않았던 그녀의 심리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 죽음이 그녀 때문이라고 말해도 하등 잘못이 없었던 상황이었는데도.

 

그것만 빼면 그녀의 악의적인 다른 행동은 조금은 이해될 만하기도 하다. 남녀관계에서 이별을 먼저 고하는 것이 상처를 덜 받는다는 것쯤은 우리 다 알지 않는가. 보통은 이별을 생각하면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와 타샤와의 차이점이겠지만. 어쨌든 어떤 객관적인 이유와는 상관없이 있으나마나하다고 결론지어진 남자 친구 리처드를 차기 위해 타냐가 머리를 얼마나 많이 굴리는지, 보는 나조차도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왜 주변에 있는 남자 모두 그리 쫓아버리지 못해 안달이야, 너 행복하고 싶다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워야 행복이 찾아오지 않겠어? 그런데 오히려 타샤는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스스로를 불행으로 몰고 가기 위해 애쓴다, 혹은 불행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느낌이 얼핏 느껴졌다. 아마, 그래서 내가 이 책을 덮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타샤, 그녀가 자기 자신에게 상처주고 불행으로 몰고 갈까봐, 그녀가 누군가에게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다칠까봐, 그렇게 노심초사하며 그렇게나 속을 끓이면서 봤던 것 같다. 그 쪽 길이 아니라구우~~ 제발 이 쪽으로 나와~~ 이 사람을 만나지 마~~ 아니아니, 그 사람은 버려선 안돼~~

 

타냐는, 스무살 첫사랑이었던 마틴을 - 머릿속만 - 아직까지도 세상 최고의 남자로 자리매김을 해놓고, 성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편하게 리처드를 이용하는 아주아주 사악한 여자이다. 여기서의 사악함은 의도적으로 이용해서 단물쓴물 다 빨아먹어버리는 그런 꽃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이 아닌 관계임에도 사랑인 척, 혹은 서로의 관계에서 가능성이 있는 척을 하면서 남자를 방심하게 한다는 정도의 의미이다. 사실 전혀 헤어질 이유가 없음에도 리처드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이유는 귀찮아서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인물들은 3천여 권의 장서보다도 타샤에게 가치가 없기 때문에... 그러던 그녀에게 또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이제껏 만났던 남자들 중에서도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 타샤와 격렬한 토론이 가능한 지적인 남자이기에 탸사도 많이 끌렸다. 그럼에도 그와의 관계도 끊길 갈망하는 타샤는 참...? 아무 이유도 없이 - 찾아보면 진짜 이유가 있긴 하지만 - 자신에게 친절한 친구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동료들에게도, 마지막으로 남자들에게도 관계 끊길 강요하는 그녀는 내 눈에는 정말 한심하게 보인다. (혹 내가 그런가?) 그러나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아내서 그녀와 알콩달콩 살아가기 위해 어떤 문제라도 부딪쳐서 이겨줄 남자가 있기에 그녀는 정말 행운아다. 부러워, 정말... 그녀가 스스로도 말했듯이, 그녀는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데...(내가 질투에 제정신이 아니군.)

 

그건 그렇고,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크레이그는 여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묘사했다는 칭찬을 받았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여자를 너무 한 쪽으로 몰아간 것은 아닌가 한다. 주인공이 책만 읽는다고 해서 사회성도 없고, 배려심도 없고, 지엽적인 것에만 골몰해서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만은 분명 아닌데 말이다. 특히나 남들보다 제가 우선이라고 주장만 하진 않을 텐데 말이다. 나도 주인공 타샤만큼 책을 많이 읽진 못했지만, 같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저런 식의 캐릭터로 그려놓은 것이 그리 썩 좋은 기분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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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그림처럼 -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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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는 서문에서 말하길, 빠른 세상에서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해보자고, 즐겨보자고 이 책을 썼다 했다. 아니, 누군가의 행동을 바꾸어 놓기 위해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하는 방식대로 자기 주장을 편 게 아니라 그저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너무 고민하지 말라고 느긋느긋하게 일러준 것이다. 그저 당신도, 그림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고, 아니 아름답다고. 이젠 주위를 둘러보며 쉬어 가도 좋다고 위로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한없이 느린 거북이는 속도면에서 토끼에게 비한다면 패배감만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느린 만큼 거북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주 넉넉하니까, 토끼가 하루 만에 경험하는 것들을 거북이는 한 달 동안 나누어 경험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주변에서 아무리 빨리, 빨리를 외친다고 해도 자신 만의 속도를 찾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는 법, 이제는 자신 만의 속도를 찾을 때가 되었다고.

 

평범한 직장을 다니다가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에 흥미를 느껴 미술사를 공부하게 된 저자는 이 책 말고도 『그림에, 마음을 놓다』라는 심리치유에세이도 펴냈다고 하는데, 역시 타인과 소통하는 것을 고민한 사람이여서 그런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참으로 유연했다. 내가 소식이 늦어 이주인 저자의 이름을 잘 몰랐었는데, 그래서 그다지 알려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내 생각을 부정이라도 하듯 유려한 글솜씨로 나를 멀리 그림 속으로 데려가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독특한 것은 따로 있다. 읽는 그 당시에는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알겠고,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책을 덮고 돌아서서 생각하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머릿속에 남아있지가 않았던 것이다. 에세이이다보니 비문학처럼 딱딱 정리가 안 되는 것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이 주제가 사르륵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정말 보통의 내공은 아닐 듯 싶다. 정말 책을 펴면 그 속으로 빠져들 것처럼 흡입력이 강하고 마음까지도 평안해지는 것이 자기 전에 한 장씩 읽으면 딱이었으니. 읽고 자도 머릿속이 많은 정보로 복잡해질 염려도 없으니 얼마나 좋으랴.

 

이 책에서 이주은 저자가 초점을 맞춘 것은 그림 속에 드러난 물건이나 분위기이다. 그림 속에 나타난 물건이나 분위기를 보고 그 당시에 그것이 가지는 영향력이나 의미를 살펴본다. 행복한 가정이 성공의 지표가 된 18세기에는 모성애가 물씬 풍기는 그림이 각광을 받았다. 콩스탕스 마예의 「행복한 어머니」와 같이. 루소가 행복한 가정이 국가의 든든한 초석이라고 주장했기에 많은 화가들이 그의 영향으로 본능적인 모성애가 나타나는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류층에서는 손님이 오셨을 때 아이들이랑 놀아주는 척이라도 해야했을 정도라니 정말 대단한 가식이다. 그리고 19세기 말의 지식인들은 수더분한 옷차림이나 털복숭이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 깔끔하고 오만할 정도로 세련된 댄디가 많았단다. 속된 대중과 구별짓기 위해 옷차림에 특별히 신경썼던 엘리트들을 댄디라고 부르는데 조바니 볼디니의 「로베르 드 몽테스키외의 초상」을 보면 댄디 문화가 무엇인지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이 때부터 넥타이는 개성을 표현하는 스타일로 자기매김되어 다양한 디자인의 넥타이가 쏟아져나왔고, 심지어 넥타이 매는 다양한 방법이 잡지에 소개되기까지 했다고 하니 넥타이는 이제 완전히 하나의 문화코드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그림에 숨겨진 여러 문화 코드를 보면서 그것이 자신의 삶을 얽매인다면 과감하게 그것을 벗어버리고 자신 만의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무한 격려를 해준다. 그다지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진 않다고 해도, 그림을 통해 다른 세상을 살며시 엿보는 재미만으로도 이 책을 볼 가치는 충분한 듯 싶다. 정말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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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펀지 - 최고의 스포츠 기자가 발로 쓴 최강의 스포츠 지식사전
노주환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스포츠라면 절대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보는 것도 하는 것도 관심도 없고, 취미도 없고, 능력도 안 되는 그런 사람이기에.

그래서 스포츠의 상식면에서는 정말 부족함이 많은 내게 딱 아담한 사이즈의 책으로 된 백과사전이 나왔다.

표지부터도 노란 색 바탕에 파랑 제목으로 되어 있어서 시선을 끄는데다가 깔끔한 정리로 알기 쉽게 편집이 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진짜 프로그램 스펀지처럼 목차에 네모가 다 되어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책을 쓴 저자 노주환 씨는 「스포츠조선」에 입사한 이후로 만 8년 동안 거의 매일 스포츠 현장만을 누비며 기사를 쓴, 스포츠라면 어디 빠지지 않을 베테랑이다. 그래서 내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사건들의 속사정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소상히 알려준다. 아무래도 기자로 오랫동안 경력이 쌓이다 보니까 독자들이 무엇을 더 알고 싶어하는지 본능적으로 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참신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특이한 스포츠 용어의 유래에서부터 현재 명실상부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들의 습관까지 낱낱히 까발리고 있어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박지성이 유럽활동 초반에서 툭하면 쓰러졌는지, 마이클 조단이 자주 혀를 내미는 이유라든지, 이승엽의 천적은 누구였는지, 축구 스타들의 누구를 주인공으로 만든 드라마가 있다든지, 1960년대에는 경과와 퇴장 처분을 몰래 했다든지, 종교적으로도 나뉜 축구 시합도 있다든지, 등번호 10번이 팀내 에이스를 뜻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는지, 골프에서는 돈을 주고 팔 수 있는 기회가 있다든지, 역도화에는 나무가 들어있다든지 정말 할 말이 아주 많다. 너무 할 말이 많다보니 [축구]와 [야구], [농구], [골프], [일반 스포츠]로 나누어서 나와있는데 정말 찾아보기에도 쉽다. 나로서는 정말 이해하지 못할 스포츠가 골프이기에 '퍼팅'이나 '보기'라는 용어가 나오기만 해도 정말 멍해진다. 그래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 유심히 보고 자세한 규칙이나 용어에는 신경쓰지 않고 봤었는데, 그래도 참 재미있었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마당골프로 실력을 키운 최경주 선수라든가, 어린 시절 육상 유망주였던 박세리 선수의 이야기만 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가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사람은 환경의 요소가 무시못하는 것 같다. 내 주위에 스포츠에 열광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이렇게나 스포츠에는 무지하니 말이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위해서라도 틈틈히 꺼내 봐야 할 듯 싶다.

 

스포츠에는 여러 놀라운 이야기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경악스러웠던 것은 초기 육상 높이뛰기에서 매트리스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원래는 높이뛰기에는 바를 향해 정면 또는 좌우 45°각도에서 달려와 양다리로 걸터 타듯 넘는 가위뛰기만 있었다가 1968년 미국의 딕 포스베리가 처음으로 배면뛰기를 시도했다. 배면뛰기는 도움닫기를 한 다음에 머리→등→다리 순으로 넘는 것이기에 인간이 날 수 있는 모습 중 가장 우아한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그 당시에는 아무런 보호장비가 설치되지 않아서 부상의 위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설치한 것이 매트리스라는데, 이 말은 곧 그 전까지는 아무런 보호장비가 없었다는 말이 되지 않는가. 그럼 이제까지는 가위뛰기를 하고도 바닥에 '쿵'하고 박았겠네. 와우~ 진짜 위험하다~ 만약 딕 포스베리가 배면뛰기를 개발하지 않았다면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우리는 못 볼 뻔도 했겠지만 아직까지 보호장비도 없이 높이뛰기를 했을 거라니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온갖 박학다식한 스포츠의 이야기가 들어있으니 심심할 때 꺼내보면 내 상식도 틈틈히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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