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맨발로 걷다
이희영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맨발이라고 하면 뭔가 참신하고 순수해보이는 것, 뭔가 진실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표지에서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뒷모습을 보니, 인간이 삶의 궤적을 남기는 것 같지 않은지...

이제껏의 삶이 어떠했든지 저런 다짐만으로도, 나의 발자취를 남기겠다는 다짐만으로도 앞으로의 인생을 새롭게 쓸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일 게다. 매일같이 실패를 하지만, 또 매일같이 성공을 하는... 매일같이 후회를 하지만, 또 매일같이 성취를 얻는...

그래서 그토록 끌렸나보다. 나가는 걸 싫어해서 여행기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 특별히 여행기 같지 않는 이 책만큼은 꼭 보고 싶었던 것이.

 

부제가 「서른의 길목에서 찾아낸 삶의 지도, 떠나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라는데,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나를 대놓고 몰아댄다.

다들 여행을 가보면 생각이 달라지고, 커지고, 노력하게 된다고 젊었을 때 갔다오는 것이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했었던 것을

뭐가 그리 맛있다고 깡그리 씹어댄 나로서는 더 이상 듣고 싶은 말은 아니다. 내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내 인생의 치부이기에.

그런데 이랬던 나도 우여곡절 끝에 갔다왔다면 완전 강추라고 설레발을 치며 꼭 가보라고 성화하겠지만.

일단 내가 안갔기에 아직은 우물 안의 개구리를 고수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만 해봐도 직접 떠나면서 부딪친 사람들이, 도시들이, 골목들이, 하늘들이...

사진이나 책으로 접한 것과는 다른 차원인 것이 맞겠지,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직접 경험이 더 생생하고 깊은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나는 짐을 싸들고 가고, 이동하고, 물어물어 찾아가고, 돈을 쓰고, 여독을 경험하는 이 모든 귀찮은 일들에게서 벗어나

우아하게 앉거나 누워서 저자 이희영 씨의 경험과 생각과 사진을 보며 얼마큼은 나도 느꼈다고 가만히 공감하는 척 하는 게 딱이다.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저자가 전문가용으로 된 렌즈가 툭 튀어나온 사진기로 찍어서 그런지 여기에 실려있는 사진들이 하나같이 예술이다.

약간 안쪽으로 모아진 풍경에서부터 선명한 색채나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감있게 찍힌 사진을 보노라면 그것에서부터 부러움이 마구 솟아오른다.

여행은 아직이지만, 사진기술에 대한 관심은 처음부터 오케이였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정말 색감부터가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정신없이 살기에 이런 아름다운 하늘이 여기 한국 땅에서 나타날 텐데 미처 이런 아름다운 하늘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고,

저 멀리 떠난 그제서야 이렇게 내 주변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움을 인지할 수 있다니.

물론 사진 모두가 이국적인 풍경이라 한국 땅에서는 찾아보긴 어렵긴 하지만, 실상 찾아보면 못 찾으리란 법은 없잖은가.

이런 사진을 꺼내보고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는 현재의 여름을 더욱 즐겨야하겠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올리지 못할 만치 아까운 아가 사진도 살포시 들어있다.

진짜 사진작가가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진이~

그 외에도 여러 연인들의 모습과 중년의 뒷모습, 거리마다 골목마다의 풍경들까지도 저자만의 감수성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와 함께 저자가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은 삼십 인생에서 깨달은, 인생의 아포리즘이 속속들이 포진해있다.

욕실에 불이 나가버린 사건에서 떠오르는, "사랑은 바람 같다"는 말... 볼 수는 없어도 느낄 수는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이나,

사랑을 잃었다면 예전에는 가져봤다는 것이라고... 사랑은 결코 소모적이지 않기에

길든 짧든, 깊든 얕든, 모든 사랑은 저마다 영혼을 한 뼘씩 자라게 한다는 말... 그래서 사랑은 모두 다 성공이라는 말...

이런 여러가지 아포리즘이 모이고 모여서 하나의 책이 나왔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녀나 나나 같은 서른인데도, 정말 경험과 생각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보인다는 것!!

아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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