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 주홍색 연구 펭귄클래식 58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에드 글리네르트 주해, 이언 싱클레어 작품해설, 남명성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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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이 세상엔 없을 것이다. 실제 하지도 않는 소설 속 인물인 그의 하숙집인 베이커가 221B에는 ‘셜록 홈즈’ 박물관으로 둔갑했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추리소설의 인기도 역시 시간이 지나도 결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펭귄 클래식에서도 그의 책이 나왔다. 생각해보면 진작 나왔어야 하지만 이제서라도 나왔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앞으로 다른 에피소드를 담은  ‘셜록 홈즈’ 의 이야기가 펭귄 클래식에서 나올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셜록 홈즈’란 인물을 우리 앞에 가져다준 기념비적인 작품인 『주홍색 연구』가 펭귄 클래식에서 나왔다는 것은 역시 반가운 일임엔 틀림 없다. 다른 사람들 대부분도 그러하겠으나 실은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주홍색 연구』는 과거에도 봤던 책이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소장도 하고 있다. 사려고 샀던 것은 아니고 언젠가는 시리즈 전권을 다 사야지 하고 벼르고만 있었는데 우연찮게 책방에 갔다가 단편집만 묶어서 나온 아담한 책이 있길래 두어 권 집어들고 왔던 것이다. 그 중 하나에 『주홍색 연구』가 있었더랬다. 하지만 펭귄 클래식을 다 모을 생각이기에 요즘 영화로도 나왔고 한창 붐이 일길래 본 김에 소장하자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 소장하길 잘 했단 생각이 든다.

 

책을 덮고 나니까 과거, 아주 어릴 적 내가 『주홍색 연구』를 처음 봤던 때가 생각이 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를 떠올리면 나른한 오후 4시 경 한적한 방 안에서 내가 비스듬히 누워 이 책을 읽고 있었던 모습이 떠오른다. 읽기 시작했을 때는 밝았는데 다 읽을 무렵에는 어둑어둑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남아서일까, 아니면 그렇게 오랜 시간 책을 붙들고 있었던 적이 없어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셜록 홈즈’ 라는 매혹적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반사회적인 인물을 처음 접했기 때문일까. 아마 마지막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상대방과 악수만 하고서도 그가 어디를 갔다왔는지를 알아맞출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셜록 홈즈’ 를 동경하면서도 사건이 없어 심심할 땐 뻔뻔스레 마약을 하는 그가 왠지 불편했었다. 그래서 『주홍색 연구』에 등장하는 살인 사건의 전모는 깡그리 다 잊어버렸으면서도 그가 무료할 때마다 마약에 손대는 부분만 뇌리에 강하게 남았을 게다. 그리고 그런 반사회적인 부분 때문에 어린 나에겐 너무 충격이 컸던지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쩜, 머리꼭대기 위에서 혼자 추리하고마는 그의 오만함도 그다지 맘에 들진 않았다. ‘셜록 홈즈’ 라면 “겸손은 뛰어나지 못한 자들이나 갖춰야 할 미덕”이라고 일축해버리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바스커빌의 개」 이야기나 「얼룩끈」 사건, 셜록 홈즈를 죽음에 몰아넣었던 「최후의 사건」, 기발한 추리가 돋보였던 「빨간 머리 클럽」 같은 이야기가 띄엄띄엄 기억이 나는 것으로 보아 완전히 ‘셜록 홈즈’ 의 매력에서 벗어나진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셜록 홈즈’ 의 매력이란 그의 범상치 않은 능력에 있다. 평범한 인물들에게는 항상 동경의 대상만 되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내 마음 안에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싫어하면서도 그의 매력에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마음껏 사고 싶은 책을 사 볼 수 있는 어른이 된 지금에는 그의 시리즈를 다 사볼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마 영원히 그의 매력에서 벗어나기란 요원해 보인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난 후에 본 ‘셜록 홈즈’ 이야기와 어린 시절 봤던 ‘셜록 홈즈’ 이야기는 어딘가 모르게 조금 달랐다. 개성 넘치는 ‘셜록 홈즈’  때문에 어릴 때는 그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고 난 후에 보니 ‘셜록 홈즈’ 보다는 ‘존 왓슨’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독특하고 기이하지만 뛰어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세상 사는데 어딘가 모르게 피곤해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서일까, 다른 사람과 두루두루 둥글게 지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훨씬 현명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나니까 ‘셜록 홈즈’ 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어쩐지, 다른 사람들은 비범한 그를 이해할 수 없어서 항상 외로워야 할 그런 안쓰런 느낌이 들기까지 하니... 그러니 다른 사람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고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만 있다면 한 쪽 분야에 특출나게 뛰어나지 않아도 별로 안 부럽겠단 생각이 든다. 그것을 요즘엔 처세술이라고 할텐데, 같은 말이라도 좋은 말, 듣기 좋은 말을 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만든다면 그것이 가장 이득이지 않나. 어릴 적엔 남보다 특출난 사람이 되고 싶어했는데 그런 능력에 교만함이 항상 따라온다면 그것도 못할 짓이란 생각이다.

 

펭귄 클래식에서 나온 이 책에는 각주도 무수하게 달려있는데 처음엔 각주를 따라서 보느냐고 내용 진행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선 각주를 하나씩 보면 이 책을 이해하는데 그 깊이가 생생해질 수 있다. 작가의 두서 없음을 볼 수도 있고, 소설을 쓰기 전에 얼마나 꼼꼼히 취재를 했는지도 알 수가 있다. 각주에 그 시대 상황과 맞물려 돌아가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기에 그것을 읽고 있으면 진짜 ‘셜록 홈즈’ 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니 정말 현실감이 뛰어나다. 그랬기에 ‘셜록 홈즈’ 이야기가 그렇게나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현실감이 느껴지는 이야기 속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와 같은 배경에 벌어진 사건을 ‘셜록 홈즈’ 가 명쾌하게 해결해내니 당연히 ‘셜록 홈즈’ 가 구세주처럼 느껴질 테니까. 아마도 그런 이유로 ‘셜록 홈즈’ 시리즈는 영원토록 불변할 것이다. 아니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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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의 경영 블로그 - 성공적인 미래를 위한 자기경영의 결정판
동시야 지음, 김수연 옮김, 정쯔 그림 / 미다스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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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경영학이라는 분야가 생겨나기도 전에, 기업을 이끄는 것을 그저 사장의 입맛대로 하는 것 이상을 알기 전에 경영학을 과학의 경지로 끌어올린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피터 드러커!! 그는 수많은 저서와 수천 편의 논문을 내고 계속된 수많은 회의 강연, 그리고 세게의 선두기업들과의 컨설팅을 통해 경영학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고선 많은 경영인들의 대부가 되어 주었다. 그런 그의 방대한 저서의 정수를 한 권으로 담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피터 드러커의 100주년 탄생 기념으로 나온 이 책은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경영학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생소한 미다스북스란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나름 잘 꾸민 듯 싶다. 처음 봤을 땐 내가 범상치 않은 책을 읽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오롯이 했으니까 말이다.

 

피터 드러커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알려면 이 사람의 말 한 마디만 인용하면 알 수 있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장 빌 게이츠가 “모든 경영학 서적 가운데 드러커의 책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고백했다니, 과연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그가 말하길 모든 경영학의 궁극적인 목적는 자기경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르고’‘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드러커의 책을 통해 그것을 배울 수 있다. 그 외에 현대 경영학의 모든 것, 즉 조직의 구성과 디자인, 원가회계, 창조적 혁신과 정보관리 등에 대해서도 그는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니 경영학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책을 안 보고 넘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총 175가지의 항목에 대해서 짤막한 글과 그림으로 된 설명과, 드러커의 책에서 인용한 구문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내는데,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게 정리되어 있다. 사실 경영과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이 그의 저작을 마음 먹고 읽으려고 하면 그것도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런데 이렇게 짤막하게 정리된 글이기에 처음 접하는 나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소통의 주도권은 정보수신자에게 있다]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도 많이 있지만, 처음 들어본 내용도 많이 있다. 특히 피터 드러커가 자신을 ‘사회생태학자’라고 불렀듯이, [사회생태학자처럼 관찰하라]란 말이 나오는데, 가장 생소했다. 사회생태학자의 역할이란 사회에 통용되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서 그것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인지를 파악해, 그것이 어떤 기회를 가져올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영인들은 사회를 한 발자국 앞서서 읽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가 뜨고 쨍쨍할 때 미리 날씨가 흐릴 것을 생각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경영인들은 다각적인 사고가 필요할 듯 하다. 그래서 처음에 드러커가 ‘올바르고’‘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라고 했던 것이었나 싶었다. 역시 미리 앞일을 내다 보았던 사람인 만큼 다르긴 정말 다르다 싶다.

 

마지막에는 피터 드러커의 인터뷰가 짤막하게 실려있는데, 꽤 재미있다. 위대하다고 다른 사람에게 칭송을 받는 사람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허영도 없고 신중하게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일만 제대로 하려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자신의 일만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끝까지 해내면 나중에는 이름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나름 정리를 내려보게 되었다. 인터뷰 내용 중에서 특히 히틀러와의 만남이 인상깊었는데,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그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 그래서 그를 쉽게 제압해버릴 수 있을 거라 과신했다는 말이 안타까웠다. 어쩌면 사람들이 신중했더라면 그런 비극은 생기지 않았을 것인데 안타까운 일이다. 어쨌든 경영의 최고 목적은 자신을 경영하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 자신의 목적에 맞게 혁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내게 잘 하는 부분을 더 뛰어나게 갈고 닦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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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도시락 - 맛있고 간편한
김정훈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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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정말 의외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워낙에 간편해보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을 듯 싶은데, 정말로 그렇다. 하릴없이 무료한 늦은 저녁에 침대 위를 굴러다니는 한 권의 책을 들고 아무런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정식으로 시작하는 것을 고집하는 나로서는 대충 시작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들고 읽은 책에서 재미를 느껴버렸을 땐 화들짝 놀라버렸다. 어머나~ 정말 재미있잖아~. 다시 처음부터 으레 책을 읽을 때마다 하게 되는 작가 소개부터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음, 카이스트 나온 사람이구나. 오호라~ 요 사람 독특하네. 졸업하고도 화가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구? 애니메이션 공부도 하고 과학에 관련된 플래시도 만들었구나. 그래서 지금은 과학쇼핑몰의 운영을 하고 과학상품 잡지 편집장으로 있군. 또!! 서문에서도 내가 생각한 대로 정말 도시락처럼 쉽고 간편하게 뽑아 먹도록 만들었구나. 저자의 의도를 간파하고 나니 기분 좋은데? 그러니까 처음부터 순서대로 밟아가면서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처럼 심심할 때, 생각없이 멍하니 있을 때, 화장실에 잠깐 들어갈 때 등등 간단하게 시간을 때워야 하는 위기상황일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물건이라는 것이었다. 분야도 아주 다양해서 우리 몸에서부터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쓰이는 물건과 건강에 대한 관심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때가 때인 만큼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한창인 요즘 스포츠 편에서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트에 대한 비밀도 알려주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놀라운 생태계의 모습과 앞으로 발전할 미래과학까지 없는 게 없을 만큼 배 터지게 들어가 있다. 이런 꾸러미의 도시락이라면 점심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저녁까지도 먹어야 하겠다 싶다.

 

어쨌든 전문성이 두드러져 멀게만 느껴지던 과학이란 놈이 이렇게나 쉽고도 가깝게 우리에게 다가와 주니 참으로 좋다. 우리가 몇 달에 한 번씩 머리를 복으면서도 파마의 원리가 어떤 것인줄 몰랐던 것도 속시원히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유전에서 말하는 열성과 우성 중에서 별로 우월해보이지도 않는 것이 우성의 성질을 띠고 있는 독특함도 깨달을 수도 있었다. 엄지발가락의 길이로 보는 ‘이집트형’과 ‘그리스형’의 구분은 발가락의 길이가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인종별로 다를 줄은 몰랐는데 정말 독특하고도 신기하다. 왠지 가짜 같은 이름을 가진 ‘무아레’ 현상으로 브라운관을 보거나 액정이 있는 기기를 볼 때마다 느꼈던 신비의 정체를 알 수 있었고(아직까지도 ‘무아레’ 란 이름이 진짜 같지가 않지만) 뇌사와 식물인간의 차이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둘다 단순히 누워있는 병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뇌사란 아예 뇌가 죽어버린 것이기에 신속하게 장기이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식물인간과 다른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장기이식에 대한 법률이 정립되지 않아서 당사자가 희망해도 가족들이 반대하면 이룰 수 없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장기이식에 관심이 많은 나로선 정말 이해가 안될 뿐이다. 죽은 몸을 끌어안고 있다고 해서 사랑하는 그 사람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그런 미련한 짓을 하는지. 특히나 죽은 당사자가 희망했다고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죽은 후에 가족들이 자신의 뜻을 무시했다는 것을 알면 그 사람은 죽어서도 편히 눈이나 감을 수 있을지. 시간을 지체하면 기껏 확보한 귀중한 장기를 그냥 버려야 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하루 빨리 의식을 바꿔야 할 일이다. 한 사람의 죽은 몸으로 여섯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그 사람의 보람이 아닐까. 평생 살아오면서 일궈왔던 업적에다가 다른 사람에게 새생명까지 주고 간다면 죽어도 허무하지는 않을 테니. 죽어도 그 사람은 죽은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일을 많은 사람들이 희망했으면 한다.

 

어쨌거나 삶의 전반적인 다양함과 우리가 흥미로워하는 바깥 세상에 대한 과학의 원리가 아주 간편하게 소개되어 있다. 각각의 장이 짧게 구성되어 있어서 훑어보다가 흥미로운 부부만 골라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손 가까이에 이런 책 한 권 비치해둔다면 세상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우리 바깥 세상에 대해 좀 더 애틋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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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이단과 웜로드의 전설 기사 아이단 시리즈 2
웨인 토머스 뱃슨 지음, 정경옥 옮김 / 꽃삽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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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이단과 비밀의 문』의 후속편인 『기사 아이단과 웜 로드의 전설』을 전편보다 먼저 읽었는데도,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나 ‘아이단’이 비밀의 문을 지나 다른 세계에 들어가게 되어 벌어진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이 나고, 그 후에 등장한 ‘앤트워넷’이란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녀는 아이단이 전학간 학교에서 새로 사귄 여자친구였다. 아이단의 아버지는 아이단의 할아버지가 남겨두신 두루마리를 보기 전까진 그 모든 사실, 즉 이 세계와 다른 차원으로 이어진 다른 세계가 있고, 자신과 같은 인물이 다른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었지만 아이단이 그 두루마리를 통해 그 세계에 다녀오고부터는 그를 지지해주고 조언을 해주는데, 앤트워넷은 그녀의 양부모님께서 그 세계에 대해 분명히 믿고 있어서 어릴 적부터 그 사실에 대해 기대하고 배웠던 것이 조금 달랐다. 그래서 이 모든 이야기가 처음이었던 아이단은 기사가 되기 위해 혹독한 수련기간이 필요했었지만 앤트워넷은 미리 모든 모험에 대비해 준비해두었기 때문에 그 세계로 들어가자마자 기사가 될 수 있었다. 그 당시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기에 기사를 만들 시간도, 여유도 없었기에 더욱 다행한 일이었다.

 

현실세계에서는 중학생 쯤 되는 아이들이 이세계로 들어가 영웅이 되고,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그런데 내가 이 책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이런 판타지의 세계가 마냥 행복하지도, 주인공으로서 맡은 임무가 마냥 쉽지만도 않다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 지루하고 고된 일이 있는 것처럼 다른 세계에서도 그렇게 고된 일이 당연히 발생할 수 있고, ‘절대악’이란 것은 주인공으로 나선 이들조차도 무력하게도 만들어버릴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생각한 건 다른 차원에서 온 주인공이 “짠~”하고 나타나면 그 세계에서의 모든 어려움이 “뿅!!”하고 사라져버리는 간편한 것이었는데, 한 세계의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온힘과 목숨을 다 바쳐 충성을 다하는 것이라니, 한참을 잘못 생각해도 잘못 생각했다. 아이단이 비밀의 문을 통해 이세계로 들어가면 같은 존재는 동시에 같은 장소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또다른 존재인 에일릭은 다른 세계로 떨어지게 되고 한쪽 세계에서 한 사람이 죽으면 다른 존재도 같이 죽어없어지게 되는 냉혹한 현실이 그들을 기다린다. 전쟁 중에는 어리바리하게 한 실수 하나가 한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는데, 그런 위험한 상황을 단지 중학생 쯤 된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버겁지 않을까. 그래서 판타지 소설이겠지만 이 우려는 어른이 된 나로서도 그런 모험을 하라고 하면 절대로 못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이런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일까, 어쩐지 그들의 시련이 가벼운 소설용이 아니다 싶다. 판타지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에서도 가장 약하고 보잘것없는 호빗족이 ‘절대반지’를 운반하는 막중한 임무를 달성하고야 말지만, 그 과정은 어찌나 지지부진한지. 그 때도 느꼈었다. 절대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책을 읽게 되는 걸까. 힘들고 고된 이야기를 읽어서 무엇에 쓰려고. 삶은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가. 절대악이 작으면 그것을 정복했을 때에 쾌감이 적어서 그럴까.

 

하지만 이 책의 상상력은 마음에 든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의 삶이 간혹 초라하더라도 만약 저쪽 세계가 있다면 모험도 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게 행복하게 살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공상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무언가 믿는 것에서부터 우리가 시작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그리고 우리 모두 혼자가 아니라는 따스한 메세지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없다. 또한 앤트워넷의 행보도 마음에 든다. 상관의 명령과 친구의 부탁 중 우리는 무엇을 택할 것인지 생각해본다면 앤트워넷의 선택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뭐, 그 까이 로비 정도야 그냥 죽게 내비둘 것이지..하고 생각했던 나는 결단코 주인공감은 아니라고 아쉬워해보면서 적군 쪽으로 돌아서버린 로비, 즉 그의 글림스 컨 경을 구하기 위해 앤트워넷이 상관의 명령을 어겼을 땐 이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가 싶었다. 그래도 그 불복종을 통해 한 생명이 자유를 얻게 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줄 수 있게 된 것으로 본다면 결과적으론 좋은 영향을 준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면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그 분이 겹쳐보인다. 인간의 실수를 통해서도 선을 이루시는 그 분의 신실하심이 이 소설에서도 풍겨져나오는 것 같아서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행복하게 읽었다. 하긴 이 모든 기사들이 믿고 따르는 엘리엄 왕은 실체로 만나기보다는 관념적으로 머릿속으로 만날 수 있는 것으로 볼 때, 마치 전지전능하신 그 분을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유명한 판타지소설 중에는 성경의 메세지를 주제로 해서 쓰여진 것이 많은데, 그것은 그 메세지가 단순하면서도 인간의 지혜로는 그 이상의 감동을 줄 것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이 책도 꾸준히 후속작이 나오며 봐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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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 선현경, 이우일, 그리고 딸 이은서의 유쾌한 한지붕 생활 고백
선현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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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고 그린 선현경 씨는 내가 몰라서 그렇지 상당한 유명인사였다. 홍익대 도예과를 나와서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것만도 부러울 지경인데, 벌써 아홉 권의 책을 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으로 겨우 그녀의 이름 석자를 알게 되었는데 역시 난 정보가 참 늦다. 어쨌든 그녀가 낸 다른 책들을 검색해보고 목차나 내용을 읽어보니까 그녀가 왜 그리 많은 책을 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글과 그림은 너무나 유쾌했고,그 만큼 어이없었으며, 또 너무나 인간적이여서 나는 그러고 싶지 않지만 환경에 따라 점점 조건과 격식만 따지는 속물이 되어 가는 우리, 아니 나에게 작은 행복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무것도 따지지 않은 이야기를 읽고 그것에 깊이 공감하고 크게 웃을 수 있는 나 자신을 보고 “아직은 완전히 속물이 되지 않았으니 괜찮아~”하고 위안이라도 받았던 걸까. 이렇게 읽으며 웃어도 그녀처럼 살 자신은 죽어도 없지만 그럼에도 유쾌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준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고맙다.

요즘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노빈손 시리즈』의 그림을 담당하고 있는 이우일 씨가 그녀의 남편이다. 유유상종이라더니 같이 그림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끼리 좌충우돌 신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그런 일상이, 그렇게 평범해서 누군가에게 말해줄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 그런 일상이 참으로 소중하단 것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관찰하여 그리고 쓴 이야기들은 그녀 자신만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편으론 그 안에는 우리가 깊이 공감하고 또 한 번쯤 문제제기를 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삶에 대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남편과 아이에 대해서, 그리고 육아나 자녀 교육에 대해서... 요즘 일어나는 일들 중에 비정상적인 것들이 오죽이나 많은가. 따지고 들자면 정상적인 것들이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덮어두기 시작하자면 하나도 이상한 것이 없는 듯 하니, 휴.... 어쨌거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그렇게 무리없이 그려내는 것을 보노라면 정말로 그녀에게는 일상을 맛깔스럽게 그려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듯 하다.

평범한 이야기일지라도 평범하지 않게 표현해내는 능력, 그 능력이야말로 일상을 감내하고 살아가야 하는 소시민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 매일이 똑같고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을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살아내고 다르게 표현한다면 그런 일상이 톡톡 튀는 활기찬 일상으로 변해 버릴 수 있으니까!! 하나를 생각해도 다른 이들과는 좀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도 좋다. 지루한 설교라도 필요한 것이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듣는 것도 좋다. 의자에 앉는 사소한 일일지라도 좀 더 바르게, 좀 더 활기차게 앉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사를 하더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경쾌하게 하는 것도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 줄 것이다. 이렇게 매 순간을 지루하게가 아닌 역동적으로 보낸다면 저자처럼 톡톡 튀는 유머를 가지지는 못해 책을 낼 수는 없을지언정 자신의 삶은 행복할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남과 다른 부분을 꼭 알아두고 조금이라도 벤치마킹 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에게 유익이 될 것이다. 삶은 살아내는 것이 최고일 테니까 어떠한 일이 닥쳐와도 꾹 참고 살아내도록 하자. 가끔씩 이런 책을 옆에다 끼고 산다면 삶을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견디기 쉬울 것임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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