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도시락 - 맛있고 간편한
김정훈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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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정말 의외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워낙에 간편해보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을 듯 싶은데, 정말로 그렇다. 하릴없이 무료한 늦은 저녁에 침대 위를 굴러다니는 한 권의 책을 들고 아무런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정식으로 시작하는 것을 고집하는 나로서는 대충 시작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들고 읽은 책에서 재미를 느껴버렸을 땐 화들짝 놀라버렸다. 어머나~ 정말 재미있잖아~. 다시 처음부터 으레 책을 읽을 때마다 하게 되는 작가 소개부터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음, 카이스트 나온 사람이구나. 오호라~ 요 사람 독특하네. 졸업하고도 화가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구? 애니메이션 공부도 하고 과학에 관련된 플래시도 만들었구나. 그래서 지금은 과학쇼핑몰의 운영을 하고 과학상품 잡지 편집장으로 있군. 또!! 서문에서도 내가 생각한 대로 정말 도시락처럼 쉽고 간편하게 뽑아 먹도록 만들었구나. 저자의 의도를 간파하고 나니 기분 좋은데? 그러니까 처음부터 순서대로 밟아가면서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처럼 심심할 때, 생각없이 멍하니 있을 때, 화장실에 잠깐 들어갈 때 등등 간단하게 시간을 때워야 하는 위기상황일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물건이라는 것이었다. 분야도 아주 다양해서 우리 몸에서부터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쓰이는 물건과 건강에 대한 관심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때가 때인 만큼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한창인 요즘 스포츠 편에서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트에 대한 비밀도 알려주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놀라운 생태계의 모습과 앞으로 발전할 미래과학까지 없는 게 없을 만큼 배 터지게 들어가 있다. 이런 꾸러미의 도시락이라면 점심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저녁까지도 먹어야 하겠다 싶다.

 

어쨌든 전문성이 두드러져 멀게만 느껴지던 과학이란 놈이 이렇게나 쉽고도 가깝게 우리에게 다가와 주니 참으로 좋다. 우리가 몇 달에 한 번씩 머리를 복으면서도 파마의 원리가 어떤 것인줄 몰랐던 것도 속시원히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유전에서 말하는 열성과 우성 중에서 별로 우월해보이지도 않는 것이 우성의 성질을 띠고 있는 독특함도 깨달을 수도 있었다. 엄지발가락의 길이로 보는 ‘이집트형’과 ‘그리스형’의 구분은 발가락의 길이가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인종별로 다를 줄은 몰랐는데 정말 독특하고도 신기하다. 왠지 가짜 같은 이름을 가진 ‘무아레’ 현상으로 브라운관을 보거나 액정이 있는 기기를 볼 때마다 느꼈던 신비의 정체를 알 수 있었고(아직까지도 ‘무아레’ 란 이름이 진짜 같지가 않지만) 뇌사와 식물인간의 차이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둘다 단순히 누워있는 병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뇌사란 아예 뇌가 죽어버린 것이기에 신속하게 장기이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식물인간과 다른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장기이식에 대한 법률이 정립되지 않아서 당사자가 희망해도 가족들이 반대하면 이룰 수 없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장기이식에 관심이 많은 나로선 정말 이해가 안될 뿐이다. 죽은 몸을 끌어안고 있다고 해서 사랑하는 그 사람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그런 미련한 짓을 하는지. 특히나 죽은 당사자가 희망했다고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죽은 후에 가족들이 자신의 뜻을 무시했다는 것을 알면 그 사람은 죽어서도 편히 눈이나 감을 수 있을지. 시간을 지체하면 기껏 확보한 귀중한 장기를 그냥 버려야 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하루 빨리 의식을 바꿔야 할 일이다. 한 사람의 죽은 몸으로 여섯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그 사람의 보람이 아닐까. 평생 살아오면서 일궈왔던 업적에다가 다른 사람에게 새생명까지 주고 간다면 죽어도 허무하지는 않을 테니. 죽어도 그 사람은 죽은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일을 많은 사람들이 희망했으면 한다.

 

어쨌거나 삶의 전반적인 다양함과 우리가 흥미로워하는 바깥 세상에 대한 과학의 원리가 아주 간편하게 소개되어 있다. 각각의 장이 짧게 구성되어 있어서 훑어보다가 흥미로운 부부만 골라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손 가까이에 이런 책 한 권 비치해둔다면 세상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우리 바깥 세상에 대해 좀 더 애틋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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